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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TV 속 세상이 신기하기만 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가 너무 훌륭한 사람들이라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은 실망할 때가 많아진다. 특히 뉴스 프로그램은 만들기 참 쉬워 보인다. 방송사가 자신들만의 특별한 취재를 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다. 밤에 썼넌 화면 아침에 또 내보내고, 낮에 쓴 거 밤에 또 쓰고. 같은 기자의 똑같은 멘트를 몇 번씩 보면 뉴스가 아닌 OLDS에 질색하고 만다. 또 하나 맘에 안 드는 것은 창의력 없는 진부한 표현들이다. 요즘엔 '후텁지근'한 날이 너무 많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하늘이 뻥 뚫린 듯'하다. 이 언어들은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마치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라도 한 듯이.
방금 끝난 KBS 스페셜은 한국 음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세계 최고의 요리 명인들의 입을 통해 증명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프랑스, 일본인인 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여준다. 다음으로 일본의 명인이 '혼모노' 즉 프랑스 음식의 핵심을 아주 철저히 연구해서 일본 음식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밑거름으로 삼아다는 논리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그 둘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한국 음식을 평가하게 했다. 바쁜 몸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은 희망을 주는 말들을 많이 쏟아냈고 프로그램은 한국 음식 세계화 가능성 높다는 논조로 끝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일본 수준의 음식 세계화로 간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KBS라 외국 전문가들의 비판적 어조를 상당히 걸러서 방송했을 것임에도 비관적 견해도 많이 나왔다. 우리가 대표 음식으로 삼았다는 떡볶이에 대한 평가부터 그랬다. 방송 이전에도 수없이 지적된 부분이었지만. 한국 음식 세계화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라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세계화의 실질적 가능성에 대한 별 증명도 없이 희망찬 미래가 있는 듯하게 끝내고 있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차라리 몇 부작으로 해서 더 심층적으로 파헤쳐봤으면 좋겠지만 어느 방송사도 그런 수고를 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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