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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선 아래는 먼저 급하게 쓴 글인데 조금 더 검색을 하니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못 봐서 그렇지 FTA 타결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기사는 7월 11일 이후 계속 나왔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의 링크만 가져왔다.
한-EU FTA는 2년 이상을 끈 긴 협상이다. 양측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니까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의장국인 스웨덴 측이 이번 협상을 자기들이 주도하고 있는 올해 하반기에 끝내려고 하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유럽인들도 '성과'에 대해 당연히 신경쓰지 않겠나. 의장국으로서 스웨덴의 활동이 총망라된 공식 사이트에(http://www.se2009.eu/en)서 한국과 관련된 내용을 시간 순으로 보았다.
처음부터 한국과의 FTA 협정은 분명히 우선 순위에 있었다. EU는 현재 한국 이외에 인도, 우크라이나, 중동(GCC), 중미 와도 협상을 하고 있다.
유럽 현지 시각 7월 10일에 133조 위원회(The Article 133 committee)에서 한국과의 FTA를 주요 사안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10일의 논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아래 연합뉴스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인데, 김종훈은 협상자들 사이에 폭넓은 지지가 있는데 일부 국가들이 국내에서 처리할 문제가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말했다고 전한다.
현지 시각 7월 13일 스웨덴 무역 장관과 김종훈의 공동 언론 발표가 있었다. "a final compromise package on all outstanding issues of the EU-Korea negotiations on the future Free Trade Agreement"라는데 국제 협상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어느 정도 단계의 협상이 끝난 것인지 알기 어렵다. EU를 대표해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스웨덴의 무역장관과 한국 협상 대표자의 compromise. compromise 그 자체는 타협, 절충 정도의 의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일 133조 위원회에서도 FTA 협상의 최종안을 승인했다고 하니 그에 의거한 발표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스웨덴에 도착한다. 내용을 보면 양국 정상간의 대화는 FTA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양국 관계를 비롯한 광범위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두 정상이 합동으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에 대한 사이트 기사의 제목은 "EU와 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한발 다가섰다"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타결'과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현이다. 양 정상은 FTA의 효과에 대해 분명히 말을 했는데 그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내용 자체가 약간 tricky하다. 하나의 문단을 보자. Negotiations on the free trade agreement with the EU’s 27 Member States now continue. Fredrik Reinfeldt hopes that the negotiations will conclude and the agreement will be signed during the Swedish Presidency. EU 회원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협상은 이제 계속된다. 협상이 결론이 나기를, 스웨덴이 의장국으로 있는 동안 협정에 서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 연맹의 반박이다. 일부의 발표와 달리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고, 반발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협상문에 고칠 부분이 있다고도 한다.
이런 일련의 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큰 틀의 합의는 되었지만, 쟁점 사안은 해결이 되지 않았고, EU 회원국 내에서 합의할 내용도 남아있는 것 같다. 7월 13일 이전의 기사들, http://www.se2009.eu/en의 냉용들을 보면서 한국 정부에서 성급하게 과장 발표를 했다는 처음의 생각이 약간 누그러지긴 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8, 9월의 추이를 더 봐야 사태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의문투성이인데 오늘 또 하나 궁금해지는 일이 생겼다. 며칠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국과 EU의 FTA 협상 타결이 사실은 끝난 게 아니라는 말들을 본 것이다. 매일 인터넷, TV, 라디오 등으로 뉴스를 접하기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BBC에서 기사를 보다가 문득 이번 FTA를 BBC는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검색을 했는데 옛날 기사만 있고 이번 발표에 대한 게 없다. 영국이니까 관심이 덜한가보다 생각하고 구글에서 다시 검색을 했는데 해외 주요 언론사의 기사들이 나오지 않았다. 구글 사이트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신뢰성이 있는 사이트 순서로 정렬해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는 걸 감안하면 의외였다.
그래서 한글 사이트 중에선 제일 처음 프레시안을 통해 FTA가 '타결'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가로 계속 검색을 하니 그런 기사가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정부 측 구체적으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나 외교통상부 측에선 이런 시각들이 틀린 것이고, 협상은 분명히 타결되었다고 못박고 있다.
어찌 보면 이번 논란은 정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EU 양측이 협상의 의지를 갖고 몇 년 째 논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이달 스웨덴에서 진척을 본 것도 맞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과 달리 EU 공식 사이트에서 이번 협상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가 없다. 그것은 한국과 EU 간의 견해 차이가 있거나, EU가 한국과의 FTA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두 가지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아직 공식 사이트에서 언급하기엔 성급한 단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다.
제목을 보면 무역 협상을 2010년까지 끝내는 걸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은 스웨덴이 의장국으로 있는 올해 말까지 FTA 협상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U 회원국들이 대체로 협상을 지지하지만 완벽한 지지는 아니고, 다른 회원국들과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뒷부분은 3월에 대부분의 사항에 합의했지만 두 가지 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duty drawback(관세환급제)과 원산지 문제이다. 협상에서 환급제 문제가 제기되었냐는 질문에 스웨덴 총리는 "솔직히 세세한 내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협상의 타결(finalization) 자체가 이제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이런 종류의 특정한 내용에 대한 것이 긴 시간에 걸쳐 정리가 되고 논의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3월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이 올해말까지 끝났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 정도에 불과한 것 아닌가? 만약 한국 정부에서 협상이 끝났다고 본다면 가장 쟁점이 되는 두 가지 사항은 어떻게 된 걸까. 그 부분을 제외한 협상 타결? 마치 EU 회원국들의 언어로 협상문을 번역해서 사인만 받으면 되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나?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닌 분명 성급한 발표였다. 외신들은 "(EU쪽은 아닌데) 서울에서의 발표를 보면~"이라며 단서 조항을 달고 이번 발표에 대한 기사를 썼다. 나름 어떤 진전을 이뤘다고 봐서 이에 대해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발표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이 스웨덴에 다녀와서인지 너무 앞서간 보도가 잇따랐다.
한미 FTA와 달리 너무 조용하게 협상이 진행되어 협상 타결 자체가 너무나 의외였다. EU가 얼마나 큰 지역인데 그런 협상이 별 문제도 없이 타결되었단 말인가. 한국의 학계, 시민단체는 뭘 하고 있었나 의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드러났다. 기왕 정부에서 서두르기 발표를 한 이상 이제부터라도 각계에서 이 협상에 관심을 갖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협상이 졸속으로 '최종 타결'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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