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힐스보로 희생자를 본격적으로 추모했던 날이지만 맨유에 패하기도 했던 날로부터 일주일 이상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리버풀은 2연승을 달렸다. 물론 리그 컵과 리그라는 다른 대회의 경기들이었고, 상대방이 강팀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의미있는 결과였다. 폴 톰킨스 같은 사람은 재빠르게 긍정 에너지를 설파하고 나섰다.
지난 두 경기에서 10대인 수소와 위스덤의 활약상이 인상적이었고, 16살 생일을 갓 넘긴 시점에 교체로 들어가며 리버풀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갈아치운 공격수 제롬 싱클레어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세 골을 넣은 누리 샤힌이었다.
샤힌은 올 여름 리버풀 영입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선수였고, 아스날 대신 리버풀을 선택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채로 나왔던 처음 몇 경기들에서는 부진했지만 이제 과거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
감독 로저스도 샤힌의 공헌을 치하했지만 이번 시즌 동안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리버풀에 임대된 샤힌이 다음 시즌에도 리버풀에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 무링요가 시즌이 끝난 후 샤힌이 레알 마드리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이적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유는 리버풀이 재정적으로 샤힌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금 샤힌이 되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로저스의 리버풀에 맞지 않는 지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러한 로저스의 반응은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 리버풀에서 샤힌의 계약 조건,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샤힌 임대 계약의 내용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샤힌은 10만 파운드가 넘는 주급을 받고 있었고 리버풀이 그 금액의 전부를 지급한다는 설과 70%를 지급한다는 설이 있었다(설이라고 썼지만 유명한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내용들이다). 일 년 임대 비용에 대해선 5m 파운드라는 설과 1.6m 파운드 설이 있었다. 존 헨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금의 리버풀의 운영 정책에서 5m 파운드 임대료+주급 전부 부담은 허구에 가깝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나는 주급 70% 부담과 임대료 1.6m 파운드 쪽이 이치에 맞다고 본다. 그런데 로저스가 샤힌을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주급 부분인지 이적료 부분인지 모르겠다. 샤힌이 이번 시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이제야 20대 중반에 접어드는 샤힌이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높은 주급을 줄일 거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하지만 11만 파운드 정도의 금액이 리버풀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리버풀의 새로운 긴축 재정 운영을 생각하면 주급 부문에서 샤힌과 의견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임대 계약에서 리버풀이 샤힌을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없다는 것이 많은 언론들의 관측이었다. 이 옵션을 두고 아스날과 레알 마드리드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말이 많기도 했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샤힌을 다음 여름에 팔기로 할 경우 리버풀이 우선협상권이 있다는 정도의 설명은 있었다. 꽤 신뢰도가 높은 저널리스트 조이스가 리버풀이 11m 파운드에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보도해 헛갈리게 만들지만 무링요가 샤힌의 이적을 원치 않을 경우 영입할 수 없다는 위의 로저스 반응을 참조하면 역시 완전영입 옵션은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로저스가 들었던 두번째 이유가 이적료에 대한 언급이라면 이것도 완전영입 옵션은 없다는 증거다.
다음으로 한동안 글을 못 썼기에 언급할만한 지나간 뉴스들을 짧게 정리해본다. 제롬 싱클레어는 데뷔 경기에서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지만 경기에 나온 것 만으로도 몇 가지 화제를 뿌렸다. 리버풀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갱신한 것은 물론 제이미 캐러거가 리버풀 1군에 데뷔했을 때 갓난아이였다는 내용이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고, 리버풀 직원조차 싱클레어의 이름을 '조던'으로 잘못 적어내는 실수도 있었다고 한다. 데뷔 경기 상대 웨스트 브롬은 그의 직전 소속팀이었다. 싱클레어는 다시 18세 이하 팀에 돌아가 득점했다.
최근 뉴스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 중 하나가 다우닝과 엔리케에 대한 로저스의 경고였다. 이 두 선수가 재빨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1월에라도 두 선수가 팔릴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사실 9월 초에 리버풀이 풀럼 선수였던 뎀프시를 영입하기 위해 헨더슨 이외에 다우닝, 엔리케도 제안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당시엔 설마 그럴까 싶었지만 이번 로저스의 말을 감안하면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로써 케니 감독 혹은 코몰리 디렉터 시절의 대형 영입 선수 수아레스, 캐롤, 다우닝, 헨더슨, 아덤, 엔리케 중 수아레스를 제외한 모두가 후보 아니면 이적 대상이 되었다. 이게 단순히 과거 감독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면(이적료를 감안할 때 그런 이유만으로 이 선수들을 몰아내기는 힘들겠지만) 이전 클럽의 운영진이 선수 영입에 있어 얼마나 철저히 실패했는지 드러나고 있다. 헨더슨은 로저스의 플랜에서 아직 후보지만 그래도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다우닝은 갈수록 경기장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고, 앞으로 엔리케 대신 존슨이 왼쪽에 서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오른쪽 빈 자리는 부상 당한 켈리를 대신해 신예인 위스덤이 메워주고 있다.
퍼스트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수소와 위스덤은 스털링과 마찬가지로 리버풀과 새로운 계약 협상을 맺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소의 경우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12월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수소는 영입 당시부터 상당한 기대주였는데 로저스가 부임한 이후 스털링에 비해 중용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로저스는 프리 시즌 동안 수소가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두 개 클럽의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고, 수소도 리버풀에서 더 성장하고 싶어한다.
한편 조 콜이 21세 미만 팀의 경기에서 득점하며 살아있다는 인증을 했고, 보리니의 에이전트는 방송에 출연해 보리니가 원래는 로마에 남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이미 리버풀에 온 상황에서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나 싶었는데 보리니가 로마에서 뛰고 싶어서 거기에 집도 샀음에도 클럽에서 리버풀로 선수를 팔아서 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클럽이 결정하긴 했지만 로저스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감독이고 리버풀로 가는 것도 기쁜 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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