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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케니 달글리쉬가 여전히 그리고 아마도 당분간 리버풀 감독인 이유

by wannabe풍류객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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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작 하루만 지나면 또 하나의 프리미어 리그 시즌이 끝나게 된다. 어떤 맨체스터 클럽이 우승할 것인지, 챔스 결승 결과가 변수지만 챔피언스 리그엔 어떤 클럽이 진출할지, 어떤 클럽이 눈물의 강등을 경험하게 될 지가 많은 이들의 관심사겠지만 리버풀 팬들에게는 감정적으로 애매한 문제가 걸려있다. 바로 현 감독인 케니 달글리쉬가 해고되는지 여부다.


영국 현지 시각 11일 밤에 나온 주요 일간지들의 기사들은 리버풀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인 이안 코튼의 해임과 케니 달글리쉬의 인터뷰 내용을 다루면서 그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처했음을 전했다. 사실 행간을 읽어보면 미국인 구단주들이 시즌이 끝난 이후 케니를 해고하는 게 거의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적혀 있다. 그럴 가능성은 계속 점쳐져왔다. 


그러나 현지 시각 12일 오전 리버풀 공식 웹사이트에는 케니 달글리쉬가 여름 이적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다. 만약 케니가 해고된다는 게 사실이고, 구단주들의 뜻이 이미 케니에게 전달되었다면 이런 정도의 글이 올라올 수는 없다. 또 리버풀이 미디어 담당자를 해고했다고 해서 케니가 마음대로 오피셜 사이트에 올라갈 글을 결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구단주들이 '아직'은 감독을 해고하겠다는 결정을 공식적으로 내리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리버풀 사정에 훤한 저널리스트들이 케니의 마지막이 멀지 않은 것을 보는데 유독 케니만 보지 못 한다면 그의 지독한 오해는 어디에서 나오나? 인터뷰 중 케니는 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얻고 유럽 대회에 진출한 것을 자신의 공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빅 클럽이라면 누구도 크게 여기지 않는 칼링컵을 우승했다는 말에 불과하다. 그리고 100m 이상으로 보통 이야기되는 그가 지출한 선수 영입 비용에 대해선 얼마전 공개된 회계보고서와 이후의 선수 판매 자금을 인용해 순지출이 23m 파운드에 불과하다고 변호했다. 기사를 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겠다. 


최근 리버풀 구단주인 FSG가 코몰리, 브루크너, 코튼 등을 연달아 해고하는 상황에 대해 언론은 "머리들이 뒹귄다"고 표현한다. 단두대나 망나니의 도끼로 인해 죄수의 목이 달아나는 처형에 비유한 것이다. 코몰리와 브루크너가 떠날 때부터 최종 표적은 케니라는 추측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클럽 최고의 레전드를 해고한다는 게 쉽지 않으므로 변죽부터 울리면서 위협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FSG가 원한 건 케니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환기된다. 


케니는 '미국인' 구단주들이 자신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들이 '교육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비록 축구를 잘 모르더라도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개선될 수 없다는 걸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FA컵 결승이 패배로 끝난 이후 구단주들은 물론 매니징 디렉터 이안 에어조차 케니의 다음 시즌이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거대한 침묵에서 언론들은 케니의 운명을 감지했고, 케니는 자신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음을 항변하며 저항하고 있다. 


많은 리버풀 팬들도 케니의 해고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리버풀에 사는 오래된 팬들에게 케니 달글리쉬라는 존재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왕'이다. 첼시를 크게 이긴,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팬들은 케니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트위터 상의 유명한 리버풀 팬들은 케니의 사임에 대한 말조차 꺼리고 있다. 하지만 라파 베니테스가 수년 간의 성공 이후 한 시즌의 좌절만으로 해고되었을 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케니가 반 시즌의 성공 이후 한 시즌의 실망스러운 리그, 특히 홈 경기 성적을 거두고 팀을 떠나야한다면 그 또한 이해하지 못 할 일은 아니다. 


잉글랜드의 유명 언론들과 달리 리버풀 지역 신문인 에코는 구단주들이 케니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케니에게 3년 계약을 부여하고는 1년 만에 내쫓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FSG는 처음부터 2년을 원했고 케니의 체면을 생각해 3년을 부여했다. 또 그런 이유라면 왜 수많은 감독들은 계약 혹은 재계약 체결 후 1년도 되지 않아 해고되나? 


에코는 더 나아가 FSG의 운영 정책 자체가 문제였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이는 들어볼만한 주장이긴 한데, FSG는 코몰리를 갑작스럽게 해고한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체자를 영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여년 이상 여러 리버풀 구단주들의 약속이었고, 지키지 못함으로써 그들의 약점이자 골칫거리가 된 경기장 신축 문제로 FSG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것 뿐이다. 케니가 다음 시즌에 리버풀의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거칠게 말해 지난 일 년 우리는 호지슨 감독 때보다 스타일면에서는 조금 나아진, 공격 기회는 그래도 많았던 케니의 리버풀을 봤다. 희망이라는 게 있다면 그 정도일 것이다. 이 리버풀은 골대를 지독히도 많이 때렸고, 고정된 승리 공식이 없는 팀이기도 했다. 캐롤, 벨라미, 다우닝, 헨더슨, 아덤처럼 검증되고 믿을 만한 같은 리그 출신의 선수들을 영입해서 만든 결과가 심각한 예측불가라면 성공 여부를 더욱 알기 어려운 외국 리그 출신의 선수 영입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유일하게 현재 케니가 감독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FSG가 FA컵 결승 혹은 더 길게 리그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기로 해서라기보다는 아직 클럽의 방향을 못 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구체적으로는 에코에서도 지적한 대로 코몰리의 대체자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구조에서 코몰리의 대체자, 새로운 축구 디렉터는 케니와 화합할 수 있는 인물, 케니가 받아들일 인물이어야 한다. 누가 그런 약화된 권한의 단장이 되길 원할까. 오히려 이제 일의 순서는 FSG가 새로운 그리고 반드시 적합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할 축구 디렉터를 선택한 후 케니의 후임을 빨리 결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구단주가 케니에 대한 신뢰를 잃었어도 지금 케니마저 해고한다면 리버풀이란 클럽은 대서양 건너 구단주들 이외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선장없는 조난선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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