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바라기는 했지만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던 FA컵 결승전이 결국 졸전 끝에 패배로 마무리 되었다. 비록 마지막 30분 정도 몰아붙였다고 하지만 앤디 캐롤의 머리 이외에 기대할 만한 게 없었던 리버풀의 공격력은 무디기만 했다. 대신 첼시가 우승함으로써 선수 권력으로 비판받던 30대의 첼시 노장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고, 임시 감독 디 마테오는 로만의 신뢰를 조금 더 얻게 되었다.
경기 후 기사들을 보며 알았는데 첼시는 근래 수 년간 FA컵을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었다. 어찌 보면 최근 팀을 완전히 갈아엎은 리버풀에 비해선 처음부터 첼시가 훨씬 안정적인 전력과 컵 대회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보유한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리버풀은 노리치 경기에서 역사에 남을 장거리 골을 포함하여 세 골을 넣는 미친 듯한 활약을 보인 수아레스의 경기력을 기대했겠지만 첼시의 전술은 수아레스의 활약을 철저히 막았다. 조날 마킹의 전술 분석에 따르면 첼시는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나섰다. 첼시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한 셈인데, 케니 달글리쉬의 경기 후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첼시가 그런 전술을 쓸 것을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대비가 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리버풀은 전반 동안 공격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공정하게 말하면 첼시도 전반에 슈팅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미레스의 역습 한 번에 리버풀 수비진이 무너졌고 절대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슛도 아니었지만 레이나는 막지 못 했다.
결승전 전반 리버풀을 보면 조내선 윌슨과 마이클 콕스 중 누가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리버풀의 전술적 문제를 지적한 대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리버풀은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때 대처할 플랜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주장인데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첼시 경기에서 세 명의 미드필더가 거의 전진을 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다우닝과 벨라미가 측면에서 혹은 중앙으로 파고들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는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수아레스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케니는 크게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모두가 인정하듯 심지어 팀이 졌지만 경기의 최고 활약 선수로 지목되는 앤디 캐롤을 왜 더 일찍 혹은 선발로 쓰지 않았냐와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부분이다. 캐롤을 쓰지 않은 것은 자신이 애초에 내놓은 4-3-3이 더 나은 전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캐롤이 선발로 나온 경기의 승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기에 인정할 수 있는 설명이고, 애초에 왜 안 썼냐고 케니를 비판하는 건 결과론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케니 부임 이후의 비싼 영입 선수 중 캐롤이 유독 외면받는 현상은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캐롤은 세 경기 이상 연속으로 선발인 적이 없다.
케니의 거취가 그의 해임을 원하는 많은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고, FA컵을 우승한다면 리버풀의 시즌이 실패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간의 케니 혹은 그의 옹호자들의 주장이기에 이제는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 직후부터 나온 기사들에서는 케니의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해고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일단 구단주 헨리와 MD 에어는 케니의 자리에 대한 질문에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케니가 그다지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라고 봐야 할 테다(미러에서는 유일하게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마독은 조금씩 다르게 사태를 보는 경향이 있다).
케니 자신은 이제 두 경기가 남은 리그가 끝나고 자기 그리고 구단주들을 포함한 모두가 시즌 전반을 평가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이번 시즌 성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리는 없을 터이고, 개선을 위해 케니를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대체자를 영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같은 경우는 대체자 후보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위건의 마르티네스, 스완지의 브렌던 로저스 그리고 무직 상태의 비야스 보아스, 라파 베니테스, 카펠로 등이 해당한다. 여전히 리버풀 대다수 팬과 클럽 내부에서는 케니 달글리쉬에게 시간을 더 줘야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케니의 거취 문제는 리버풀의 다음 시즌 대비를 위해서도 결정적이다. 최근 뉴스로 나타나듯 케니는 외국을 돌며 직접 영입 대상 선수들을 보는 중인데 만약 그가 다음 시즌 리버풀 감독이 아니라면 그의 스카우팅은 쓸데없는 일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 지켜보는 선수들이 누가 감독이건 쓸만한 재능들이고, 코몰리가 예전부터 보고서를 마련했기에 클럽 차원의 연속성은 있지만 그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 감독 밑에 있을지 아닐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버풀 이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리그는 이제 일주일이면 끝날 텐데 코몰리의 후임도 없는 상태에서 또 케니의 입장도 애매한 상황에서 리버풀은 여름 전력 보강에 대한 대책이 없다.
FA컵 결승전에서 토레스가 나오지 않은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무링요 초기에 리버풀을 그렇게도 괴롭혔지만 이제는 선수 생활 황혼기를 보내는 드록바에게 다시 당하니 기분이 끔찍하다. 토레스에게 실점했다면 상처가 더 컸을 터이다. 첼시에서 성공하겠다며 리버풀을 버린 토레스가 비록 뛰진 않았어도 FA컵 메달을 얻어냈고, 또 조만간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노리게 된 반면 이제 더 이상 중거리슛이 말을 듣지 않는 제라드는 이렇게 다시 한 번 다짐할 뿐이다.
우리는 리버풀입니다. 우리는 회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름에 보강할 것이고 돌아와서 다시 싸울 거에요. 그게 우리 클럽이 하는 일입니다. 저의 선수 시절 전체에 걸쳐 좋은 때도 있었고 나쁜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매우 안 좋은 시절이지만 우리는 돌아올 겁니다. 저는 돌아올 겁니다. 우리는 리버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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