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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잔 탓에 경기를 생중계로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리버풀이 다행히도 그리고 결과에서 알 수 있듯 극적으로 맨시티와 홈에서 비기며 칼링컵 결승에 올랐다.
이번 칼링컵 준결승은 제라드의 준결승이기도 했고, 벨라미의 준결승이기도 했다. 리버풀의 모두에게 의미가 있겠지만 결승 경기는 제라드, 벨라미, 케니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경기가 될 것이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 최강팀을 이기고 결승에 올랐으므로, 더구나 불과 며칠 전 최하위권 팀에 대패했기에 이번 경기는 그 결과만으로 축하할 일일 것이다. 다음 맨유와의 FA 컵 경기까지 이긴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말하는 '리버풀의 웸블리행'은 겉보기에 좋아보여도, 리버풀이 칼링컵 결승에 환호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슬픈 일이다. 물론 리버풀은 어느 팀보다 칼링컵에서 많이 우승한 팀이긴 하다. 그러나 챔피언스 리그, 프리미어 리그, FA 컵보다 칼링컵이 비중이 작은 대회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리버풀은 다른 대회를 위해 기꺼이 칼링컵 경기를 희생했다. 그런 대회가 리버풀 팬, 선수 그리고 구단주에게 희망을 조금이라도 주기 위해 중요한 대회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기왕에 준결승에 올랐으니 결승을 노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케니가 격하게 선수들을 비판했듯이 맨시티와의 칼링컵 준결승 때문에 리버풀은 볼튼과의 리그 경기에서 형편없는 모습으로 대패했다. 이미 리그 우승은 커녕 원래 목표였던 4위 이내 진입조차 힘겨운 상황에서 칼링컵이라도 우승해야겠다는 심리가 모두에게 만연한 것 같다. 누군가의 말대로 칼링컵 우승하면 리그 순위에 상관없이 유로파 리그에 나갈 수 있기는 하겠다. 하지만 그게 정말 원하는 바였다면 리버풀은 더 이상 리그 최상위권의 팀이 아니다. 컵 대회, 특히 칼링컵에 목숨을 거는 것은 프리미어 리그 탑4 팀의 자세가 아니다.
또 이미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으므로 비록 이번 경기는 이길 필요가 없었지만 홈에서 다시 한 번 무승부에 그쳤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경기력이 볼튼 경기에 비해 좋았다는 것은 위안이 될 일이지만 만성적인 부진, 말하자면 통계적으로 다우닝이 아무리 찬스를 많이 만들어도 리버풀이 골을 넣을 수 없다는 것, 그나마 리버풀에서 골을 줄곧 넣는 것이 늙고 이적료 없이 영입한 벨라미뿐이라는 것 등은 우울한 일이다.
Live Earth London - (Wembley Stadium) by Cyberslayer |
리버풀은 16년만에 웸블리로 간다. 그러나 그런 표현은 리버풀이 2006년에 FA컵에서 우승했던 장소가 단지 웸블리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리버풀의 장기간의 부진을 강조하는 과장에 불과하다(리버풀은 2006년 이전에도 웸블리가 공사를 위해 폐장한 직후인 2001년에 FA 컵과 리그컵에서 우승했고, 2003년에도 리그컵에서 우승했다). 20년 이상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리버풀이 잉글랜드의 컵 대회에서조차 이렇게 오래 우승을 못했다는 조롱이다.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의 의미는 물론 작지 않다. 하지만 기왕에 갈 거면 칼링컵 뿐 아니라 맨유를 비롯해 이어지는 다음 라운드의 상대방을 모두 꺾고 FA 컵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가는 것이 더욱 좋다. 그리고 칼링컵 트로피도 좋지만 리그 홈 경기에서 무승부가 아닌 승리를 챙기며 무난하게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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