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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not real

by wannabe풍류객 200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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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비현실에 기대어 살고 있다.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가끔 비극적이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결말들. 인간 삶이 현실만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것이긴 하나 최근 10년, 아니 내 인생 대부분은 비현실에 의존한 삶만 같다.

새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유인촌의 막말이 화제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분을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수십 년 연기만 하시던 분이 장관직에 있다는 것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그래서인지 '씨~'인지 '씨8'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던 말씀도 연기로 보인다.

너무 많은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생긴 단점 중의 하나는 감정 이입이 잘 안 되고 감동도 느끼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흉측한 공포영화는 무섭다기보다 어떤 특수효과를 쓰고 분장을 했는지 관심이 가고, 가짜 사랑 얘기로 가득한 로맨스 스토리들은 불만스러워 보지 않게 된다.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연기라는 것을 항상 의식하게 되니 기대를 안 한다. 하나의 심심풀이에 불과한 극들. 비현실에서 눈을 돌려 현실을 봐도 실감이 안 나긴 마찬가지다. 현실을 실감할 수 없다면 큰 문제같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다. 숫자놀음의 금융, 부동산으로 인한 호황의 거품이 꺼지면서 실물 경제로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게 될 불황의 긴 터널이 시작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가 있었지만 단기적 안목의 집단적 탐욕은 비극적 미래를 기어이 불러냈다. 인류라는 종 전체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만 것일까.

비현실에 기대는 것은 현실을 더 잘 살기 위함이다. 아니 불확실한 미궁인 현실을 어떻게든 견뎌내기 위해서 비현실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희극보다 비극이 인간의 정신을 더 고양시켜왔다고 하는데, 비극보다 비참할지 모를 현실이 앞으로 닥치게 된다면 현 인류에게 도움이 될까. 자살마저 유행이 된 한국사회의 민심이 더 흉흉해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요즘은 믿지 못하는 사회의 부작용을 나부터 확실히 느끼고 있다. 진정한 공포는 공포 영화에 나오는 좀비나 귀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도 인간 사회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지만. 동족이 치열한 경쟁 상대가 될 때 대량 살육이 일상화될 수 있다. 그것만은 막고 싶다. 영화 매트릭스 속 스미스 요원의 인류에 대한 저주와 경멸에 공감하기 싫다. 

I hope it's not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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