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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핑계를 대야 하는 것은 비굴하다. 이번에도 조금 늦은 글을 쓰게 되었다. 마음의 여유란.
지난 금요일이었던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어제로 4차전까지 끝났는데 이제서야 2차전 얘기를 쓰고 있다. 그냥 넘기기엔 하 간만의 일이라.
회사 다니던 시절이니 2005년 한국시리즈거나 2006년 개막전 이후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이번에도 내 돈 내고 간 건 아니고, 표를 대량구매한 친구 덕분에 무료로 봤다. 공짜 관람의 특성인지 모르지만 일부 재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난 지루하고 졸리기만 했다. 간만에 일찍 일어난 탓도 있고.
두산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예상과 초반 분위기는 두산의 몇 차례 실수로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볼넷이 너무 많았다. 그 기회를 제대로 일찍 살리지 못한 삼성도 답답했다.
야구가 끝나고 간만에 술자리나 가져보려던 계획은 무산되었고, 경기는 11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응원하는 팀이 없는 경기. 경기는 졸렸지만 응원 구경은 약간 재밌다. 승엽이도 없는데 삼성 응원석엔 김제동이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나는 지루한데 저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환호하는 이질감. 나는 다른 스포츠 다른 팀의 팬이지만 팬이 된다는 건 부조리한 일이다.
연장 14회의 야구는 내 몸이 이기지 못할 피로감을 안겨줬고 다음 날 11시가 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잔인한 가을 날씨는 계속되어 외로움을 가중시키고 사람이 그리운 하루였다.
학교에서 하는 리골렛토는 토요일 2회 공연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었고, 보러가려던 계획을 실행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마침 보러가고 싶은 사람이 있어 혼자 보러가는 뻘쭘함을 면할 수 있었다.
대강 예습은 했지만 들어봤던 음악을 공연 중 들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La Donna e Mobile. 하이마트 광고에서 많이 쓰였던 그 음악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같다'며 만토바 공작은 노래했다.
공연만 봐서는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리골렛토가 저주를 무서워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두 명 백작 중 누가 누군지도 헛갈렸다.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보고 동감했지만 성악가들이 노래는 잘 하는데, 감동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슬픈 내용임은 알겠지만 비극으로 전율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삐에로처럼 광대인 리골렛토가 딸이 납치당한 이후 "라라"를 연발하며 가해자인 귀족들 앞에서 웃는 척할 수밖에 없는 슬픔.
하나 남는 것은 아름답다는 질다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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