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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한국 문학 읽기

신경숙 - 엄마를 부탁해

by wannabe풍류객 2010.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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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에 대해서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그런데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소설의 여파인지 시대적 조류인지 엄마에 대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언젠가 어떤 선생님이 달력에 무슨 날이 새로 생기는 건 그 부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엄마와 자식들간의 문제가 심각해진 것인가?

나는 단행본이 아니라 창비에 네 번에 걸쳐 연재된 것을 봤는데 내용이 차이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편집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단행본은 300 페이지가 넘는데 창비 연재분보다 더 많은 듯한 인상을 준다. 

소설은 큰 딸, 큰 아들, 남편, 엄마 자신 등 네 명이 서술하는 한 명에 대한 이야기다. 영리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풀리지 않는 의문점 몇 가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어떤 자식은 아주 조금만 나온다. 불효자식이라 그런가. 작은 딸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 이야기에서만 부각된다. 네번째 파트에서 엄마가 자신의 딸과 딸의 딸을 말하고, 나중에 자신의 엄마를 이야기하며 엄마에서 딸로 인류가 계속 이어온 그 애잔한 관계에 대해 말하는 건 좋은 설정이지만 너무 감정적이었던 건 아닐까 싶다. 

엄마에 대해서, 우리가 방치해 둔 엄마에 대해서 반성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 당연한 존재가 너무 당연해 아무 보답도 하지 못하고 우리 곁에서 사라졌을 때에야 후회한다. 나도 딱히 잘 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고, 모친이 생존해 계신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누구도 갚을 수 없는 빚이기에 우리는 끝없이 미안해하거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방자하게 사는가보다. 

우리는 엄마가 소중한 걸 몰라서 효도를 못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을 보고 사람들이 더 효도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가족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인간 관계가 엷어지고 기계화되는 현실에 제동을 걸 수만 있더라도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인지 모른다. 

엄마만 부탁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부탁해. 아니 살아있는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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