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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정지용 시집 - 이숭원 주해/깊은샘 |
국문학 전공도 아닌 내가 어찌어찌하여 정지용 시집을 발제하게 되었다. 제대로 된 시 교육을 받았을리 만무하고 시라고는 자극적이고 즉시 느낄 수 있는 연애시에나 공감했던 기억밖에 없는 터라 정지용 시를 몇 번 씩 읽어도 무슨 이야기로 발표를 해야 할 지 난감하기만 했다.
내가 아는 정지용의 시는 대표적으로 '향수'가 있었다. 대중적인 노래로 만들어졌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정지용은 몰라도 향수 노래의 가락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향수는 정지용을 대표하는 시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정지용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서정적인 시인이라기보다 흔히 '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된다.
재미있게도 그의 첫번째 시집의 표지가 천사의 이미지다. 가톨릭에 귀의한 다음에 나온 시집이라 그럴까? 시집 전체에서 명백히 종교적인 느낌이 나는 시가 많지는 않다. 시집에는 1920년대 일본 유학 시절 쓴 시도 많고, 동요와 같은 시도 있고, 무슨 뜻으로 썼는지 이해불가한 시도 적지 않다.
발표 때는 모더니즘에 대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는데 교수님은 그 부분, 도시화된 일본, 서울에서의 삶을 더 주목하고 계셨다. 기차, 선박 등 기존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력과 수용 능력으로 장거리를 운행하는 수단이 등장함은 물론 도시화는 주변 경관 전체를 변모시켰다. 시에서 많이 사용되는 '유리'라는 시어를 보다가 문득 유리창도 근대적 현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아까 고신문을 뒤적이다보니 1890녀대 후반에 '유리창 있는 집'을 서양식이라고 강조한 기사가 눈에 띈다. 아마 서양식 건물과 함께 유리창이 한국에 등장하였을 것이다.
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 - 권영민 지음/민음사 |
발표를 준비하며 정지용에 대한 몇 권의 책을 뒤적였는데 권영민 교수의 책이 흥미로웠다. 권영민 교수는 정지용 시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달았다. 그리고 원문과 수정된 버전들을 모두 수록하여 가히 이 한 권은 정지용 연구를 위해서는 꼭 봐야할 책인 것 같다. 하지만 국문학도가 아니라면 굳이 이런 책을 봐야할 이유는 없다. '카페 프란스'에서 해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국종 강아지'가 '튤립 아가씨'를 지칭한다며 '내 발을 빨아다오'라고 외치는 20대의 유학생 정지용의 치기를 지적한 점이 재미있다.
시에 대해 무언가를 쓰기에 부족하기만 한데, 무엇보다 시를 음미할 수 있는 능력부터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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