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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라파 베니테스, 리버풀을 떠나다

by wannabe풍류객 2010.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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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 리버풀 측에서 라파에게 보상금을 주고 계약을 상호 합의 하에 해지하는 제안을 한 것이 보도된 이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라파가 리버풀 감독에서 물러나는 것이 공식 발표되었다.

관련하여 리버풀에서 발표한 공식 성명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Liverpool FC는 오늘 라파엘 베니테스가 상호 합의에 의해 떠남을 확인했다. 
베니테스씨는 6년을 보낸 후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사회는 그의 서비스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고 그의 미래가 잘 되기를 빈다. 
이사회는 매니징 디렉터인 퍼슬로우에게 클럽 대사인 케니 달글리쉬의 도움을 받아 감독 자리의 잠재적 후보자를 물색하고 평가하는 공식적인 조사를 시작하도록 부탁했다.
이 과정이 끝나는데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으며 Liverpool FC는 새 감독이 임명될 때까지 추가적인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LFC 회장 마틴 브로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라파는 이스탄불의 서사시적 결승전에서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고향으로 가져온 리버풀 전설의 일부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지난 시즌 이후 양측은 새로운 시작이 관련자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느꼈습니다."
라파엘 베니테스가 말했다: "제가 더 이상 리버풀 FC의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발표하게 되어 매우 슬픕니다. 저는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보낸 좋은 시간들과 어려운 시기에 팬들이 보내준 충성스런 지지 그리고 리버풀로부터의 사랑을 언제나 제 가슴속에 간직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며 제가 당신들의 감독이었다는 것이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이 말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You'll never walk alone."


TP에 번역한 내용을 가장 먼저 올렸다(http://premiermania.net/bbs/view.php?id=imsi&page=1&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7540). 오늘 공식 발표가 있으리라는 예측이 있던 터라 모든 채널을 동원해 이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리버풀 공식사이트의 트위터를 통해 가장 먼저 알게 되었다.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이미 어제 결정된 사안이라 공식 발표를 빨리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소식이 전해지고 10분여가 지난 12시경 TP는 근래 보기 드물게 동시 접속자가 100명을 넘었다. 


텔레그라프에서 사용한 이 사진이 상징적으로 라파의 상황과 그의 사임의 변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이탈리아에 있는 라파는 물론 아직까지는 사진처럼 멜우드의 문을 열고 영원히 리버풀을 떠나지는 않았다. 집이 리버풀에 있으니 리버풀에 돌아오긴 할 터이지만 타지에서 해임 소식을 접한 그의 기분이 묘하게 슬펐을 것이다.

라파가 클럽을 떠날 가능성에 대해서 지난 반 년간 수많은 굴곡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라파 자신이 리버풀에서 나갈 이유를 찾고 있었다는 인상도 강하게 받았다. 그는 불가능한 요구를 연이어 클럽의 고위층에 전달했다. 사임이 아니라 해고가 당연히 벌어져야 할 상황이었으나 클럽이 자의적으로 해임할 경우 16m 파운드에 달할 보상금을 줘야해서 빚더미의 리버풀은 못마땅한 라파를 그냥 두고 있었다. 지난 시즌 7위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파에 대한 지지자가 많기에 교착 상태가 더 지속되나 싶었지만 결국 클럽은 겉으로 보기엔 명예로운 결말을 제안했고 라파는 동의했다. 

라파가 아닌 누구라도 현재 구단주 체제에서 제대로 일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보기에 라파는 오래 전부터 리버풀 감독직을 더 수행하기 힘들다고 느꼈으나 리버풀 서포터들의 열렬한 지지 때문에 스스로 관두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유벤투스에서 아주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제안을 했을 때 덥석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금 리버풀과 라파가 떠나는 방식은 당연한 귀결이었고 타이밍으로도 적절했다. 라파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용했던 절대악 미국인 구단주를 최고의 악한들로 남겨둔 상황에서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클럽 이사회의 사람들이야 진작부터 라파를 내보낼 생각이었으므로 시기 자체는 너무 늦지 않게 처리했다고 할 수 있다. 

라파는 인터 밀란이라는 구인 광고를 낸 직장에서 면접을 볼 것으로 보이고, 그곳이 아니라도 어딘가에서 일을 할 것이다. 리버풀의 구인 광고에 응답할 감독들의 면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거론되는 인물들은 팬들로부터 그다지 탐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으로썬 마틴 오닐이나 로이 호지슨이라도 온다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라파가 떠난 것도 그렇지만 가장 명예로운 클럽이 이렇게 바닥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는 상황에 빠진 것 자체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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