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치사를 김대중과 엄창록, 박정희와 그 측근들을 중심으로 펼친 영화다. 엄창록이라는 인물은 알지 못했는데, 영화에 나온 내용 그리고 안 드러난 부분이 많지만 실제 역사를 보건대 꽤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캐릭터는 실존 인물들이 있지만 배우, 특히 설경구의 부담감 때문에 실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했다. 많은 경우 이름은 바꾸되 성은 그대로 유지하여 실제 인물을 유추하기 쉽게 만들었다.
한국 정치에서 킹메이커는 대통령을 만드는 조력자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킹메이커는 엄창록이 아니다. 오히려 이후락이 더 그것에 가깝고, 영화 내용 상으로 엄창록이 킹메이커였다면 김대중이 아니라 오히려 박정희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다만 박정희는 현직 대통령이라 킹을 새로 만든 건 아니었다.
김대중과 엄창록은 모순의 관계인 두 가치를 대표하는 걸로 그려진다. 김대중과 비서는 민주주의적 가치, 방식을 중시하고, 엄창록은 더러운 수를 쓰는 집권 세력에 대항하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기 손도 더럽힐 각오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중은 엄창록의 조력으로 1960년대 두 번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신민당의 대선 후보에도 오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림자'로 살았다. 하지만 김대중은 엄창록의 도움을 분명히 받았고, 영화 속에서도 엄창록의 방법을 묵인한 걸로 그려진다. 엄창록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는 게 최고인 사람은 아니다. 그랬다면 진작 집권 세력에 포섭되어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므로 영화 마지막 1988년 둘의 만남이 요약하는 두 가지 대립적 가치는 어느 한 가지만 추구할 수 없이 둘을 어떤 비율로건 섞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 지역감정인데, 특히 박정희 대 김대중 대선은 지역감정의 시초인 걸로 간주된다. 영화에서는 하필 빈정상한 엄창록이 이후락과 공모하여 전라도 비하를 시작한 걸로 그려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역을 전라도 사투리 쓰는 사람을 쓰도록 한 시초가 이 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 시절은 분명 있었다. 백제, 신라의 역사적 문제를 결부시킨 걸로도 그려진다.
문제는 왜 그렇게 지역 감정이 잘 먹혔는지라 하겠다. 단지 각 후보자들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럴까? 사실 5. 18이 지나서야 지역감정이 더욱 절절하게 한국 사회에 자리잡는 걸로 보이는데, 이 때 선거의 경향은 어떤지 다시 살펴봐야겠다.
또 엄창록과 아내는 모두 북한 출신인 걸로 보인다. 그 때문에 차별을 받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초창기에는 한국 지식인의 상당수가 월남인이었기 때문에 엄창록의 출신이 그가 그림자로 살면서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큰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다.
목포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선거 대책 논의를 하는 장면에 전두환이 등장한 것은 사실인지도 궁금하다. 구박받던 소장 장교가 나중에 쿠데타로 권력을 쥐게 됨을 암시하고 싶었을까. 영화는 70년대와 80년대 중반을 거의 생략한다. 박정희의 유신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빠뜨린 것인데, 이는 김대중이건 누구건 박정희의 연임을 막지 못한 결과가 얼마나 정치적 파국으로 이어졌는지를 생략을 통해 제시한다. 그리고 1987년이 지났어도 전두환의 친구인 노태우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웃지못할 희극이 벌어지고, 김대중은 10년을 더 기다리고서야 평생의 꿈인 대권을 쥔다. 그조차 군사쿠데타의 주역 김종필과 손을 잡고 간신히 이룩할 수 있었다.
'Tempo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동차 서비스 기간 그리고 자동차 검사 (0) | 2022.06.26 |
---|---|
LG로 인터넷 교체 후 나스 설정 변경 (0) | 2022.06.07 |
WeCrashed (0) | 2022.04.28 |
The girl from Plainville ep6 (0) | 2022.04.20 |
스타워즈 6편까지 보고 (0) | 202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