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맥과이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AMC+의 The North Water는 3편까지 공개되었다. 이번 편에서는 생각보다 사건들이 많이 진전되어 조금 당황스럽다. 아직 에피소드들이 남았을텐데 어느새 가라앉기로 한 배가 벌써 침몰했고 선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며칠 전 원작 소설을 읽기 시작하여 초반부를 좀 봤는데 드라마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콜린 파렐이 연기하는 드랙스의 캐릭터가 소설에서는 처음부터 동성애(라고 하기엔 소년 취향이 더 정확할 수도) 취향을 드러냈기에, 드라마에서 문제가 된 선원 간 성폭력과 이어진 살해의 범인이 소설에서는 초반부터 드러난 셈이다.
소설은 진작에 해외에서 화제가 되었고, 국내는 몇 년 전 열린책들에서 번역이 되었다. 워낙 해외소설이 많이 번역되어 들어오고, 고전소설만해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니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여하튼 이 작품은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더 테러를 많이 떠올리게 한다. 제목부터 더 테러라니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가 했다가, 그냥 배 이름이라는 걸 알고 허탈했던 기억이 난다. 이 드라마의 원작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이번에 검색을 하다가 드라마 원작 소설이 있고, 어떤 이는 더 테러가 더 노쓰 워터(한국 번역명은 얼어붙은 바다)보다 낫다고 했다. 소설의 작가는 댄 시먼스인데 SF장르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들을 남겼다. 일리움, 올림포스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었고, 히페리온 시리즈는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가 현재는 절판이다.
다시 The North Water로 돌아오면, 주인공인 의사 섬너는 소설에서는 훨씬 외모가 떨어지는 캐릭터로 묘사가 되어서 드라마와는 차이가 컸다. 그는 인도에서 군인으로 있던 시절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 진상이 드러난다. 그의 책임이 있었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따랐던 것 뿐이고, 그 상급자는 자신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고 섬너만 쫓겨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북극에서 동물들을 잔혹하게 죽여서 모피, 기름 등만 챙기고 버리는 인간들의 비정한 모습을 1, 2편에서 연속으로 보여주었다. 3편에서는 드디어 사람이 사람을 쳐죽이는 광경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그 주역은 모두 드랙스였다. 이 천한 인간 백정 같은 캐릭터는 사실 타락한 한 개인을 묘사한다기보다는 영 제국의 특징을 대표하고 있다.
어제는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았다. 개봉했던 당시는 물론 이후 몇 번 다시보기를 했지만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최근 몇 달 그토록 싫어하던 물리학 관련 책이나 SF소설을 조금 읽어보고 나니 이번에는 훨씬 잘 납득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영화 각본 자체의 문제도 있어보인다. 가장 큰 건 영화 시작 시점의 약 50년 전에 웜홀이 어떻게 생길 수 있었느냐이다. 나중에 쿠퍼가 깨달았다는 듯 말하길 우리가 다 한 일이라는 것인데, 미래의 과학이 더 크게 진보한 그 인류는 어떻게 생길 수 있었는지가 설명이 잘 안 된다. 영화의 세계에서 지구는 주식으로 먹는 곡물들의 멸종(?)으로 식량난에 빠지고, 모래바람 속에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며 살아야했다. 한 번 문을 닫았다가 비공개로 운영되는 NASA는 여러 플랜을 세우고는 있었다. 다만 여기서 나사의 그 플랜이 작동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미래의 인류가 만들어준 웜홀이다. 이 세계에서는 웜홀을 근거로 과학이 더 빨리 발전하여 외계 행성에 식민을 할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미래의 5차원 인류와 50년전 웜홀은 역설적 시간 고리를 만들어낸다. 웜홀이 없었다면 영화 속 인류는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웜홀이 없는 세계에서 어떻게 미래의 5차원 인류가 생길 수 있었을까?
인터스텔라가 환경주의 영화라는 점은 이번에 훨씬 더 각인이 되었다. 또 영화가 매우 미국 중심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요즘은 중국의 부상으로 우주 SF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영화는 인류의 미래가 순전히 미국인들의 손에 달려있다. 또한 쿠퍼 스테이션의 사람들도 온통 미국인들로만 보여서 지구의 다른 지역의 인류는 거세된 세계처럼 보인다. 영화 제작을 위한 편의적인 방식으로 보이지만 따지고보면 이상한 일이다.
영화 개봉 당시 SF영화인데 가족간의 사랑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여전히 그건 비판을 받을 점이 있지만, 인류애와 가족애 혹은 훨씬 건조하게 종의 보존을 위한 본능이 사람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성간 여행을 나서게 하고, 시간도 거슬러 여행하게 만든다는 건 납득이 된다. 머피만큼 크지는 않았어도 어린 딸을 키우다보니 매튜 매커너히의 아버지 연기를 보며 눈물이 찔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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