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2만 8천원에 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하여 그렇게 하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 접종 날짜가 가까워져서 학교 홈페이지에 갔더니 이제는 예약을 할 수가 없다. 즉 못 맞는다는 말이다. 부랴부랴 동네 병원들을 알아보니 지난 달이나 10월 초까지는 2만원 중반대로도 맞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곳이 없고, 그나마 교통이 불편한 다른 구로 가야 좀 저렴하게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관악구는 상황이 어떤가 살펴보니 많은 글이 검색되는 병원이 있었다. 강남고려병원이다. 처음에는 은천동 근처라기에 봉천역 쪽인가 했더니 봉원중학교 근처였다. 거기에 병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병원 주차장인 야외에 텐트를 치고 접종을 하는데 가격은 불과 2만 5천원이라는 정보였다.
다니는 길에서 가깝길래 잘됐구나 싶어 오늘 오전에 가보았다. 봉원중학교에서 버스를 내려보니 길 건너편의 병원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서 어디로 가야하나 잘 감이 오지 않았다. 왼쪽 방향 오르막으로 가다가 우회전해서 들어가야 정문이 나올 것 같았지만, 살짝 내리막인 오른쪽으로 가서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가니 운좋게도 바로 거기가 접종 장소였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접종을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주사맞을 때 쯤에는 줄이 더 길어진 게 보였다. 내 앞에서 의사들을 만나는 어르신들이 주민등록증을 꺼내길래 나도 꺼내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부터 70세 이상 무료접종이라 해당되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어떤 할머니께서는 신분증없이도 그냥 맞으려고 하셨다. 무료접종 때문에 줄이 길어지긴 했을 터이나, 이 병원에서만 무료접종을 하는 건 아니니 다른 병원들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찾았을 것 같다.
내 차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는데 겉옷을 벗고 앉아서 셔츠 소매를 올리려고 하자, 의사가 그렇게는 안 된다 어깨 쪽이 나오게 벗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고 하니 셔츠 단추를 다 풀어야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은 야외 텐트고 이렇게 옷을 벗을 상황임에도 가림막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닥 부끄럽지는 않지만 길에서 지나가던 사람도 다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런닝 셔츠 차림을 보이는 게 유쾌할리도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가능한 개방된 환경을 만들기 위함일까? 텐트 주변으로 여러 안내문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주사를 맞은 후 밀려드는 접종 희망자들 때문에 나는 몸을 가릴 곳도 없이 땅바닥에 가방과 겉옷을 내려놓고 얼른 단추를 채우고 그 곳을 떠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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