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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La verite (1960)

by wannabe풍류객 2020.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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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근작은 프랑스 배우들을 주로 기용했고, 제목보 프랑스어였다. La verite. 한국에서는 파비안느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던 것 같다. 까뜨린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가 모녀 관계고, 이든 호크가 비노쉬의 남편 역할이었다. 본지 몇 달이 되어서인지 영화 내용에 대한 기억이 상당히 흐릿하다. 많은 오해가 있고, 그 진실이 밝혀지고 오해가 풀리는 영화로 기억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라 베리떼를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명의 프랑스 영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느낌은 예전 영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재해석을 했겠구나라는 것이었지만, 1960년 브리짓 바르도 주연의 라 베리떼는 전혀 다른 영화라는 걸 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브리짓 바르도는 내가 알기에 너무 윗 세대의 배우였고, 한국에서는 개고기 문화에 대한 그녀의 비난으로 유명했다. 라 베리떼 시절의 바르도는 데뷔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성적인 심벌로 시대를 풍미하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그녀의 이미지 자체가 영화의 줄거리를 이룬다.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하여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얼굴을 했지만 그녀는 미녀 배우라고 할 만하다. 육감적인 몸매가 더욱 두드러지고, 얼굴의 경우는 그다지 추켜세울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느껴졌다. 적어도 영화 상에는 얼굴을 포함한 전 육신의 매력이 넘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영화는 감옥에 갇혔다가 재판을 받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도미니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감방을 여는 것은 어떤 수녀인데, 그래서 여기가 수녀원인지 일반적인 감옥인지 헛갈리게 만들었다. 아마 여성들만 수감된 시설이었을 것이고, 당시의 교정 시설로 종교시설이 이용되었다는 짐작하게 한다. 그녀는 온전치 않은, 그러니까 어느 정도 깨진 거울을 들고는 자신의 얼굴이 다 들어오지 않는 거울을 바라본다. 여기부터 불길한 결말을 예고했다 하겠다. 영화는 이후로도 거울을 여러 장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것이 과하게 등장했기에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는 의문스럽다.

재판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며 그녀가 무슨 잘못을 해서 감옥에 갖혀있었는지, 그녀의 정상참작 사유는 무엇인지가 드러난다. 어느 재판이나 마찬가지이듯 기소한 측에서는 피고인을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비난하고, 변호인 측에서는 그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해서 당시 프랑스의 재판 시스템은 현재 한국과 달라 보였다. 피고인을 주로 공격한 사람은 검사라기보다는 변호사로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죽은 질베르의 어머니를 대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판사는 있었는데, 검사 같은 사람도 보여 누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도미니끄는 프랑스의 어느 지방 출신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예쁨을 독차지한 여동생을 질투했다. 이는 현재 재판의 이슈, 여동생의 약혼자를 살해한 혐의와 바로 연결된다. 어릴적부터 열등감이 심했고,그 열등감으로 동생의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자살일 시도했던 전력들이 있었고, 그것이 여동생의 약혼자를 빼앗는 시도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반전도 없이 정직하게 시간 순으로 흘러간 영화의 전개상 도미니끄가 동생의 남자친구/약혼자를 빼앗으려고 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비트 세대나 이후의 히피를 연상시키는 집단과 파리에서 어울린 도미니끄에게 있어 질베르와 첫 만남 때의 유혹적 행동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미니끄가 다른 남성들에게도 그런 행동을 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집착한 쪽은 질베르였다. 질베르는 도미니끄를 만나기 위해 밤새 호텔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고, 그녀가 다른 남성과 어울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질베르의 그런 집착은 그녀의 육체에 대한 탐욕 이상이었다고 보기 힘들게 그려졌다. 천재 지휘자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현재는 가난뱅이라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자신의 음악 공부를 위한 시간이 일상의 대부분이라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고향에서 받는 돈이 조금은 있었던 모양이지만 거의 아무 일도 안 하고, 일을 하더라도 해고되거나 일이 중단되기 쉬운 직종에 일했던 도미니끄에게 그런 남자친구는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잘 곳이 없어 질베르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고, 가장 최악의 상황에 처해서는 몸을  팔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비밀도 아니라 그녀 주변의 인물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았고,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질책하거나 경원시하지도 않았다.

 

질베르와 멀어진 상태의 도미니끄는 어느날 질베르가 텔레비전에 등장한 것을 본다. 천재라고 알려졌으나 가난한 그가 드디어 빛을 본다고 생각해서였을지 혹은 그녀가 끝까지 주장한 것처럼 질베르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그녀는 멀리 이동해 질베르를 만났으나 하룻밤의 성적 대상으로 이용되고 다시 쫓겨난다.

 

그리하여 어느날 질베르를 찾아간 도미니끄가 총을 여러 발 발사하여 그를 살해하고 자신은 가스를 틀어놓고 중독으로 죽기로 했다. 어떻게 봐도 그녀의 자살 의도는 분명해보였지만, 이전의 실패한 자실 시도들을 죽지는 않을 정도로 꾸민 쇼로 치부한 법률인들은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잠깐 자리를 비운 질베르의 친구가 곧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죽지는 않을 작정이었을 것이라 몰아세웠다. 자신의 죽음의 의도를 증명하기 위해 그녀는 영화 초반에 들고 있던 거울 조각을 더욱 작고 날카롭게 깨뜨려서 전통적인 손목긋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다.

 

영화가 반전이 있다면 도미니끄를 열렬하게 변호했던 변호인의 마지막 반응일 것 같다. 그는 도미니끄의 자살 소식을 듣고 당황한 듯 보인 질베르 측 변호인을 위로했다. 피고인의 죽음으로 끝나버린, 공소권 없음 사건은 이제 잊어야했고, 도미니끄의 변호인은 곧 다음 사건으로 이동했다. 변호사들의 그 냉정한 사건 처리는 그들이 자신이 맡은 사건을 이기기 위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법한 자신의 상대방 변호사, 법률인에 대해 동족의식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도미니끄의 범죄의 정도보다 영화에서 더 드러나는 진실은 이 법률가들 세계의 진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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