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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평가글을 쓰기에는 전쟁사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나 이 영화가 과연 소문만큼의 명작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영화의 제작사는 할리우드, 감독은 일본인 두 명. 기묘한 조합이었다. 영화는 일본과 미국에서 따로 찍은 후 합친 모양이다.
영화를 보면 미국은 일본이 언젠가 공격을 할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일본이 먼저 쳐들어오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의 암호문은 대부분 미국측에서 해독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공격 가능성을 의심하고 태평하게 대처하는 군 관계자도 많았다.
일본은 이미 군국주의로 넘어간지 10년이 지난 상황이었고, 동남아를 침략하고 있었다. 미국측은 일본이 동남아를 계속 공략할 것으로 여긴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되새겨보면 일본이 왜 진주만을 공습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젊은 군인들은 어디라도 공격할 자신이 넘쳐보였고, 진주만 공격이 성공적이었음에도 추가 공습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에서는 일본의 천황을 비롯하여 군부에서도 미국을 공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음을 강조했고, 진주만 공격이 끝난 직후에 후회하는 장면도 잡아낸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본인 전부가 군국주의, 제국주의에 미친 건 아니고, 다만 상황이 전쟁으로 흘러갔을 뿐이라는 것일까? 아마 맞는 말일 꺼다. 영화는 천황의 책임을 끝까지 면제하고, 비난의 화살을 내각으로 돌리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평화 협상이 타결되기만 하면 그 즉시 계획된 진주만 공격도 취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전한 일본의 전쟁 책임을 줄여주면서, 최종적인 승전국이고 세계의 패권국으로서 일본을 지배했던 미국의 순간적인 실수-그마저도 미국은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으나 일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공격을 허용했을 뿐인 것으로 그려지지만-를 추억거리로 회상하는 영화랄까.
애당초 자신들의 커다란 실수이자 미국에 잠깐 승리-일방적인 공격이었지만-한 것처럼 보인 진주만 공격을 일본인들이 만드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미국의 돈으로. 짜임새는 있으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인 것 같지는 않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일본 해군 전함의 요리사들의 대화다. 배를 타고 가다 날짜변경선을 넘어서며 갑자기 오늘이 어제가 된다는 내용을 소재로 두 요리사들이 말장난을 한다. 오늘의 전투기가 어제의 군함을 공격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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