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로주행 검정을 통과하여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말 그대로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을 이제서야 받아서 뛸듯이 기쁘지는 않았지만 오래간만에 시험을 봐서 통과했다는 그 자체의 뿌듯함은 느꼈다. 한 번 불합격한 이후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기능검정을 80점에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긴 했지만 도로주행은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을 듯했다. 낯선 장소의 코스 네 개를 외우는 것이 어려웠지만 코스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봐서 나름대로는 익숙해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도로주행 검정 첫 날을 되돌아보면 매우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었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 거렸고, 긴장감은 계속 증폭되었다. 예정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도 있다. 시간이 되어 검정 전 안전교육이라는 것을 받았다. 감점 사항들을 설명하는 것인데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검정원이 호명을 하자 젊은 아니 어린 여자와 한 조임을 알게 되었다. 그 여자가 1번, 내가 2번이었다. 그 분은 네 개 중 직선 코스가 대부분이라 쉬운 코스를 운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꾸 긴장된다거나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처음에 하며 자신없어 했다. 그래도 중반까지는 차선변경이나 좌회전시 옆을 보며 잘 확인하지 않는 걸 빼면 잘 운전을 했다. 그러나 직진만 할 경우 좌회전 차로로 가는 걸 잊고는 가지 말아야 할 차로에 머물렀다가 실격되었다.
앞 사람이 잘 되면 나도 잘 되리라 생각하던 차에 실격이 되자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길 건너편에는 1종 차량으로 검정을 하던 어떤 수강생도 실격된 걸 볼 수 있었다. 학원으로 차는 돌아갔고, 내 차례가 되었다. 시동을 걸라는 말에 시동을 걸려고 했는데 브레이크를 안 밟았던가 아니면 핸드 브레이크를 다 안 내렸던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실수가 나왔다. 여기서 감점을 받지는 않았다.
네 개 중 가장 어려운 코스를 운전하게 되었지만 그런만큼 더 잘 대비를 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이 날의 도로환경은 매우 비우호적이었다. 아주 초반부터 유치원 차가 내가 가야 할 진로를 막아서 옆 차선으로 돌아가야 했다. 매번 도로주행 연수를 받던 시간과 동일한 때에 검정을 받았지만 초반부터 그 지점에서 돌아간 경우는 없었다. 이후 우회전 때인지 좌측 차로 변경 때인지 방향지시등을 안 켰다. 중반은 무리없이 잘 진행되었는데 차로 변경에서 실수가 나왔다. 이후로도 큰 문제없이 거의 중후반 지점을 지나는 와중에 가장 큰 난관이 닥쳤다. 인도에 가까운 차로로 직진을 해야할 상황인데 앞길을 택시가 막고 있었다. 택시는 그 장소에서 주차를 한 상태는 아닌 걸로 보였지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옆 차선에는 대기 차량이 길게 늘어서서 차선을 바꿀 수도 없었다. 내 뒤로는 버스가 와서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러자 검정원이 핸들을 잡고 차를 택시와 옆 차선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빠져나가게 만들었다. 검정원이 핸들을 잡거나 브레이크를 잡으면 실격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검정원이 곧바로 실격을 선언하지 않아서, 아마 초보 운전자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했나보다 생각하며 나머지 짧은 구간을 운전했다. 그리하여 70점 이상으로 합격을 한 것인가 반신반의하며 학원에 돌아오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 구간에서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던 점도 지적되었다. 정확히 따지지는 않았지만 여하간 감점이 30점 이상이라고 한다. 검정원은 내가 운전하는 와중에 계속 차가 왼쪽으로 치우친다고 지적해서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고, 그 부분도 감점 대상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전에도 차를 차선의 가운데로 유지하는 점에 신경썼기 때문에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차가 왼쪽으로 치우친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차 바퀴와 차선 사이의 공간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백미러가 차선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면 반대편에서도 나처럼 운전하는 사람이 오면 백미러끼리 부딪혀 사고가 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을 지적받은 건 억울했다.
이렇게 기대와 다르게 도로주행 시험에서 불합격을 당했다. 검정원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집에서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아직 코스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향지시등을 언제 켜고 끌 것인지에 대해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점도 새삼 깨달았다. 안전교육을 하신 분의 말처럼 시험에서 감점 당하는 부분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단지 법규 위반이 아니라 나나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해치고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니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었다.
다음 시험 날짜를 잡았는데 이상하게도 학원에서는 3일 후가 아닌 4일 후로 잡아줬다. 3일 후에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4일째부터 된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면 접수하신 분의 착각 때문인 것 같다.
불합격 이후 더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했으나 그저 기분이 안 좋아서인지 이틀은 거의 운전면허에 신경을 쓰지 않고 보냈다. 이후 영상을 많이 스킵하지 않고 꼼꼼하게 보며 언제 차선을 바꾸는지 언제 방향지시등을 켜는지를 체크해서 약도에 적어두었다. 이후 약도의 체크 포인트들을 외우고, 영상을 보며 주변의 큰 건물들을 체크하는 식으로 반복적으로 학습을 했다.
두번째 도전날의 시험 시간은 오전으로 잡았다. 오후 4시 경은 학원차들이 많고, 길에 차도 많아질 시간이라 피하고 싶었다. 학원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코스들에 장애물들이 있나 체크하면서 갔는데 거의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번에도 안전교육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코스 동영상 속의 그 검정원이 교육을 맡았다. 이전 안전교육 때 벌점받을 수 있는 주의사항에 대해 주로 교육을 받은 반면 이번에는 거의 쓸데없는 농담 이후 각 코스별로 주의할 체크포인트들에 대한 강조가 주를 이루었다. 그 내용에는 마침 내가 물어보려고했던 부분도 있었다.
교육이 끝나고 몇 분을 기다리는데 내 이름이 먼저 호명되었다. 이름을 부른 사람은 방금 전 안전교육을 했던 그 검정원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여자분과 한 조였고, 이번에도 2번이었다. 여자분은 처음에 나이가 가늠이 잘 안 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40대 전후의 주부였던 듯하다. 그런 사실을 모른채 훨씬 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그분이 내가 불합격되었던 그 난해한 코스에서 주의할 점들을 모두 잘 이행하며 중반까지 오는 걸 보며 잘하는 걸 하며 놀랐다. 그런데 그 분도 어느 순간 좌회전 차선에서 잘못 들어섰고(두 개의 좌회전 차선 중 다른 곳으로), 그 여파인지 유턴할 때 중앙선을 지긋이 밟으며 돌아서 곧바로 실격이 되고 말았다. 지난 번처럼 앞 사람이 실격되자 나에게도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번 검정에는 두번째로 난해한 코스가 배정되었다. 왜 나에게는 쉬운 두 코스가 배정되지 않나 잠시 원망했지만 많이 대비를 했던 코스라고 위안을 삼으며 출발했다. 이 코스는 초반에 우회전 한 이후 왼쪽으로 차로를 두 번이나 바꾸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런데 처음에 우회전하는 도중에 오른쪽 보행 신호가 곧바로 초록불인데 조금 늦게 인지해서 거의 급정지를 하다시피했다. 다행히 감점은 면했다. 이후 세 번의 우회전과 좌측 차로 진입을 위한 방향지시등 등 주의할 지점들을 잘 통과했다. 다만 정차시 기어 중립으로 완전히 늦게 변경해서 감점을 당했다. 나머지 절반의 코스에서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한 번 좌회전 신호에서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뀔지 아닐지 애매한 순간에 황색이 되어 이번에도 조금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했던 때가 위기의 시간이긴 했다. 그리하여 두 번의 좌회전과 한 번의 우회전 등을 거치며 종료지점에 도달했다. 최종적으로는 방향지시등 조작에서 감점이 하나 더 있어서 7+5, 12점 감점으로 88점에 합격하였다. 방향지시등이니 기어중립이니 하는 것이 사소해보이지만 시험에서는 몇 번만 일어나도 이것만으로 불합격이 될 수 있었다. 70점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한 합격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격도장을 받은 응시원서를 들고 면허시험장에 갔고 7500원을 내자 오래 기다리지 않고서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가져간 사진 1장은 면허증에 붙이는 건가 궁금했는데 스캔을 하는데 쓸 따름이었다. 그럴 거면 처음에 응시원서에 사진 붙일 때 스캔을 해두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면허시험장에서 면허증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일까? 사진 데이터는 어딘가에 저장될 터인데 그게 어려운 일인가 모르겠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처음 필기시험을 위해 면허시험장에 간 날 수면부족으로 눈도 잘 못 뜬 상태에서 찍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과 함께 면허증이 만들어졌다. 어제 아내에게 한 말이지만 나도 더 이상 면허증이 없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려서 조금 슬프고 조금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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