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이다. 신경숙의 표절이 폭로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이미 십몇 년 전에도 똑같은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게다가 문제가 된 단편 뿐 아니라 여러 작품에서 작게는 표현 몇 가지가 혹은 제목이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신경숙의 소설은 별로 읽지 못했다. 어떤 의무감에 그의 책을 사 본 적도 있었고 엄마를 부탁해는 창비 연재분을 읽어보기도 했는데 책 읽는 사람으로서는 참 부끄럽게도 별로 읽어보지 못했다. 이제는 표절 시비로 얼룩진 그 소설들을 읽지 않은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일까. 많은 이들은 신경숙의 책들을 내다버리고 싶은 심정을 밝혔다.
신경숙에 대한 기사, 글들은 이응준의 글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이야기들도 접하게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창비였지만 마찬가지로 책을 냈던 문학동네라는 또 하나의 큰 출판사의 책임도 크다고 한다.
신경숙의 지위, 권력에 대한 말도 많고, 그의 남편 남진우의 권력에 대한 말도 많다. 나는 체험으로써 아는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부가 한국 문단에서 어떤 권력을 휘두르는지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신경숙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각종 문학상의 심사위원이었다는 점, 남진우가 대학 교수이며 평론가, 특히 문학동네의 평론가였다는 사실들은 이 부부가 가진 권력의 일단을 보여줌은 틀림없다.
누가 봐도 표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미시마 유키오와 신경숙의 한 문단의 유사성 혹은 동일성에 대해 신경숙은 작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입을 다물어버렸고, 창비는 초기 대응에서 온갖 당황스러운 주장을 펼쳐 사태를 확대시켰다. 사태는 신경숙에 대한 해명과 사과 요구를 넘어 한국 문학계에 대한 실망, 돈에 무릎을 꿇은 그저 거대 출판사일 뿐인 유명 출판사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작가의 문학은 별로이나 고전 문학을 보겠다는 반응들도 있던게 그 고전 문학을 나름 제대로 번역해주는 곳들도 등을 돌리고 싶은 그 출판사들이라 어찌해야 할지, 외국어 원문으로 읽어야할지 난감하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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