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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잉글랜드 언론의 수아레스 때리기

by wannabe풍류객 201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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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수아레스가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과거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상대방 선수 물기를 반복했다는 점이 수아레스의 기행을 기대하는 변태적(?) 취향의 축구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는지 모르겠다.


전반전이 끝난 이후 터널에서 수아레스와 이바노비치가 작은 다툼을 벌였다는 사건의 내막 같은 이야기가 기사화되긴 했으나 수아레스가 왜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는 식인종이 아니며, 경찰이 이바노비치의 팔을 예리한 눈으로 감식한 결과 상처는 없었다. 첼시나 이바노비치가 형사사건으로 만들기를 원치는 않으므로 수아레스의 이번 행위에 대한 처벌은 오롯이 축구계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처벌의 이유는 폭력의 정도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상대방을 무는 그 행위의 형식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축구에서 어떤 폭력은 제도화되어 용인되고, 어떤 폭력은 심각성의 정도에 따라 처벌되고 있다. 보통 손과 발의 놀림을 어떻게 했느냐가 반칙 여부를 결정하고, 박치기할 때의 머리, 침뱉기 정도가 예외적인 경우 같다. 하지만 상대방을 무는 사례는 정말 흔치 않다. 근래 토트넘의 데포가 시전한 바가 있지만 수아레스는 지난 주말까지 두 번이나 물의를 일으켰다.


잉글랜드 언론은 연일 수아레스를 비판하고 있다. 이번 일로 7~8 경기 징계가 예상되면서 수아레스의 이번 시즌이 사실상 끝나 버렸고 반 페르시가 수아레스의 리그 득점 기록을 넘어섰음에도 어떤 이들은 수아레스를 PFA 올해의 선수 후보에서 제외해야한다고 말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언론들의 수아레스 비판은 정당한 면이 있음에도 도가 지나쳐보인다. 


다소 놀랍게 느껴진 점은 주요 언론의 리버풀 담당 기자들마저도 수아레스로부터 완전히 돌아섰다는 점이다. 사실상 모든 잉글랜드 언론은 수아레스가 리버풀과 잉글랜드 축구에서 떠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리버풀에서 로저스 감독이 어떤 선수도 클럽보다 크지 않다며 수아레스의 이적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MD 이안 에어는 이번 일 때문에 수아레스를 팔지는 않겠다고 선언하여 언론들을 실망시켰다.


현재 리버풀은 수아레스의 2주치의 주급( 25만 파운드로 추정)을 벌금으로 매겼다. 그리고 그 벌금은 힐스보로 희생자 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 지점이 수아레스의 행동의 시점이 매우 안 좋았다는 증거다. 지난 주말은 힐스보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간이기도 했고, 힐스보로에서 아들을 잃은 힐스보로 정의 찾기 캠페인 운동가 앤 윌리엄스의 사망도 겹쳤던 시기였다. 힐스보로 희생자를 위해 수십 년을 정의를 부르짖은 리버풀 팬들의 노력이 수아레스의 이빨로 묻혀져야했고, 리버풀이 논란거리를 자꾸 일으키는 선수를 감싸야만한다는 점은 정의에 대한 외침을 공허하게 만든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아레스처럼 잘 하는 선수를 수년 간 이어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리버풀이 쉽사리 내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논란을 끝장내기 위해 팔겠다는 방침이 섰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액수가 예상되는 이적료를 조금이나마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으로 안 판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수아레스를 두둔하는 말을 많이 했던 존 반스가 이번 일에 대해 말한 것도 수긍이 간다. 만약 수아레스가 리버풀이라는 명성 높은 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면 그가 갈 곳은 어디란 말인가. 가령 유벤투스가 수아레스를 영입하면 유벤투스는 도덕적 기준이 떨어지는 클럽이라고 평가받아야 할까. 클럽의 명성,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수아레스는 축구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아레스가 일으켰던 문제들이 수아레스의 재능을 탐하는 클럽들에게 결정적인 장벽이 될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래서 잉글랜드 언론의 반응은 수아레스가 정말 구제불능이라서라기보다는 지켜보던 문제아의 또 한 번의 기행을 적극적으로 팔아먹는 측면이 큰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수아레스처럼 많은 문제를(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경기장 안에서 일으키기도 쉽진 않다. 하지만 이번 일이 위기 대처의 모범 사례로 제시된 맨유의 칸토나 처벌 때처럼 심각한 폭력이 개재된 것이 아닌 만큼 언론이 수아레스를 적당히 때리고 다른 주제로 초점을 옮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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