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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인종차별 혐의를 벗은 클라텐버그 그리고 '첼시 감독 라파'의 첫 인터뷰

by wannabe풍류객 201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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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클라텐버그 심판이 첼시와 맨유의 리그 경기 중에 미켈에게 "닥쳐 원숭이"라고 말했다는 혐의를 마침내 벗게 되었다. 경찰 측은 진작에 수사를 중단했고, FA는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관련자들과 인터뷰하고 방송되지 않은 경기 영상까지 확인한 결과 클라텐버그의 잘못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FA의 조사 결과는 사건 초반의 언론 보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피해자로 가정된 미켈조차 원숭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고, 그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하미레스가 유일하다. 그는 진술서에서도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썼지만 훨씬 가까운 위치의 미켈도 못 들었고, 부근에 있던 영어에 능숙한 선수 두 명도 듣지 못했다. 


초기 보도에서는 클라텐버그가 자꾸 귀찮게 하는 미켈에게 '닥쳐 미켈'이라고 말했을 때 미켈이라는 말이 브라질 출신이며 아직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하미레스에게 멍키로 들렸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그 설이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닥쳐 미켈'이라는 말조차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 FA 조사 결과의 가장 놀라운 점일 것이다.


FA, 첼시, 클라텐버그는 각각 성명을 발표했다. 첼시는 자신들이 절차에 따랐으며 FA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했고, 클라텐버그는 다시는 심판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을 벗어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FA는 비록 어떤 것도 하미레스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지만 그가 선의, 즉 미켈을 돕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첼시가 소속 선수가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FA에 보고한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된 결과(클라텐버그는 혐의를 벗었지만 미켈은 심판대기실에서의 폭언 혐의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피해자는 클라텐버그가 유일하다. 그는 프리미어 리그 4라운드, 한 시즌의 10%에 해당하는 경기에서 제외되었다. 그 자체의 금전적 피해가 있겠지만 정신적 고통, 상처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첼시는 절차를 따랐다는 이유로 그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안 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첼시가 행정 절차를 지켰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일어난 당일에 보였던 강경한 태도를 생각하면(당시엔 마타에 대한 혐의도 제기했다)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마침 이 소식은 첼시의 새 '임시 감독'인 라파 베니테스의 공식 기자 회견 직전에 발표되었다. 라파는 그 자신과는 무관했지만 이제는 무언가 말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양해를 구하며 자신은 가능한 축구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은 그가 이미 알고 있거나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라파의 인터뷰에 대한 보도는 상당히 많았지만 내용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흥미로운 점과 더불어 리버풀과 관련된 부분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인터뷰 관련 기사에서 제목으로 많이 선정된 것이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라파의 태도일 것이다. 그는 리버풀 시절 두 명의 미국인 구단주 힉스와 질렛과 함께 일할 때의 고충에 비하면 구단주 한 명, 기술 디렉터 한 명 있는 현재 첼시의 구조가 일하기에 훨신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 자체로 맞는 말이지만 재미있게도 라파는 어제 인터뷰 시점까지 구단주와 만나지 못했음은 물론 대화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어제 라파는 두어 차례 첼시의 기술 디렉터 에메날로를 언급했다. 그는 첼시 감독이 되는 과정에서 에메날로와 대화했고, 앞으로도 통상적인 업무 협조는 에메날로와 이루어질 것을 암시했다. 전에도 뉴스에서 이 기술 디렉터에 대한 언급을 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 읽어본 적은 없어서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 


다른 내용들은 내가 보기엔 리버풀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첼시 팬들이 라파를 싫어하는 것은 리버풀 팬들이 무링요를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잊어버렸고 라파도 어제 인터뷰 중에 잊어버렸다고 말했지만 라파는 특히 2007년에 첼시를 조롱하는 듯한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예를 들어 자신은 리버풀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첼시 감독은 안 될 것이라고 하거나, 첼시 팬들이 클럽에서 나눠준 깃발을 흔든 것과 리버풀 팬들의 열정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5년이 지나 비록 임시라도 첼시 감독이 되었으니 첼시 팬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첼시 감독이 되지 않겠다는 말을 상기한다면 리버풀 팬들도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런 감정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대해 라파는 아주 실용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첼시 팬들의 불편한 감정 그리고 자신이 다음 시즌에도 첼시 감독이 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지휘하는 첼시가 얼마나 이기느냐, 우승컵을 따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마치 로만이라는 러시아 갑부가 첼시를 인수한 이후 돈을 마구 써대는 것이 팬들의 의혹을 환호로 바꿨던 것처럼. 


하지만 그의 해결 방안은 라파에 대한 리버풀 팬들의 시각을 바꿀 수도 있다. 라파는 내가 보기엔 순진하게도 그가 첼시 감독이 되었음에도 리버풀 팬들이 여전히 그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리버풀이 현재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 통과도 불확실하고 리그 우승권에서 멀어진지 몇 시즌이 지났다는 이유로 팬들이 첼시 감독을 쉽게 좋아할 수 있을까? 


많은 단서가 붙겠지만 앞으로의 상황 추이에 따라 라파가 리버풀 팬들과 멀어지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어제 라파는 자신의 2007년 발언을 변호하기 위해 당시 그가 리버풀 감독이었으므로 당연히 리버풀을 위한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렇게 악랄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지만 만약 나중에 리버풀과 첼시의 적대적 상황이 오면 라파는 기꺼이  첼시를 위해 리버풀을 나쁘게 말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라파는 감독이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대회 우승 트로피로 장식된 자신의 경력을 자랑하는 와중에 프리미어 리그 우승은 없잖아요라는 질문이 들어오자 재미있는 말을 했다. 자신은 스페인 리그에서 우승했봤다, 스페인에서 감독을 하면 과르디올라라고 해도 프리미어 리그 우승은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지만 그는 리버풀에서 여섯 시즌이나 있었으므로 잘못된 대응이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라파의 말에서 그가 결국 우승에 집착하는 사람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감독이 된 이상 맡은 팀을 가능한 최고의 단계로 올려놓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어제 그의 말에서는 감정이 배제되어 있었다. 그는 이번 시즌 첼시가 우승할 수 있는 다섯 개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겠다는 식으로 말했고,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리버풀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 그러나 이제는 최고의 부를 자랑하는 클럽에서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그 일에 대한 욕망이 그를 7개월짜리 감독 자리로 이끌었다. 


그는 프리미어 리그도 우승함으로써 그의 이력서를 완결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2년 동안 다른 리그나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거절해왔고, 언제 생길지 불확실한 프리미어 리그 우승 가능팀 감독 자리를 무한히 기다렸다. 사실 리버풀 팬들은 그가 리버풀 감독 자리가 다시 비는 걸 노린다고 생각했지만, 또 일정 부분 실제 그랬다고 보지만 결국 그가 원한 것은 리버풀이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었다. 


감독을 결정하는 것이 구단주인 이상, 리버풀 구단주 FSG(펜웨이 스포츠 그룹)가 라파를 원하지 않는 이상 라파의 짝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팬들의 생각일 테고, 라파는 그렇게 인식되길 원했을 것이다. 리버풀 감독에서 해임된 이후 아직도 리버풀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제스처는 리버풀 팬들에게 좋게만 보였지만 이제 그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런던에서 살게 된 상황을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스페인에서 오랜 감독 생활을 한 이 감독을 리버풀 팬들은 너무 사랑하고 독점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는 새 클럽 첼시에서 그 클럽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고 더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리버풀 팬들은 그의 과거의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이제 그가 다른 팀 감독이고 다시는 리버풀 감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라파는 그의 넘치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건이 많았고 구단주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를 첼시에서 반 년 정도의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보여줘야한다는 쉽지 않은 일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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