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첼시와 맨유의 열띤 경기가 끝난 이후 두 시간 만에 첼시가 주심 마크 클라텐베그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클라텐버그는 일약 잉글랜드 미디어의 초점이 되었다. 이전에 그가 내렸던 잘못된 판정들이 회상되고, 미디어 노출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도 은근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첼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일요일부터 무선 마이크를 통해 서로가 하는 말을 다 듣고 있는 다른 심판들의 증언이 결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선심 두 명과 대기심 모두가 클라텐베그가 경기 중에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하는 걸 듣지 못했다고 FA에 보고했다. 같은 업종인들이라 가재가 게 편, 초록동색이라고 할지 몰라도 첼시는 불리해졌다.
그렇다면 첼시는 증거로서 편향적이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는 첼시 선수들의 증언에 의존해야만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재미있게도 클라텐버그의 언어폭력의 희생양인 두 선수 미켈과 마타는 모두 부적절한 말을 직접 듣지 못했다고 한다. 미켈의 경우 다비드 루이즈와 하미레스가 들었다고 알려져있는데 하미레스는 아직 영어를 잘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마타의 경우 같은 팀 소속이자 맨유 경기에서 벤치에 있었던 오리올 로메우가 스페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토레스나 마타 모두 'spanish twat'이라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클라텐버그는 모욕을 주고 싶은 대상들에게 직접 표현을 한 게 아니라 그 선수들이 안 보는 틈에 혹은 못 듣게 작은 소리로 했다는 말일까? 피해자들도 아닌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그 말을 들었을까. 안톤 퍼디난드도 테리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직접 듣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경기 영상으로 확인이 된 바 있다. 지금은 경기 영상만으로는 판정이 안 되고 있어 FA는 경기를 중계한 스카이 스포츠에 영상 자료를 요청할 예정이다.
현재 데일리 미러와 메일이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는 중인데 메일의 경우 자신들의 보도를 뒤집기도 한다. 어제 이른 시간에 나온 보도에서는 미켈과 마타가 모두 클라텐버그의 모욕을 직접 들은 것처럼 썼지만 다른 저널리스트들이 쓴 최신 보도에서는 설명이 꽤 달라졌다. 먼저 보도에서 미켈이 경고를 받은 직후 인종차별적 말을 듣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과를 요구했다고 했지만, 나중 보도에 따르면 주심의 모욕적인 말에 대한 논의는 경기가 끝난 후 드레싱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켈과 하미레스가 말을 나누기 시작한 후 첼시의 다른 고참 선수들이 대화에 참여하며 일이 더 커졌다는 것.
이미 미러를 통해 상세히 보도가 된 것처럼 이후 미켈과 다른 첼시 선수들 몇 명 그리고 감독 디 마테오, 단장 굴레이(혹은 몇 명의 다른 첼시 직원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등이 심판실에 찾아갔고, 어떤 첼시 선수가 클라텐버그에게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위협하는 말을 하는 것이 방 밖으로 들릴 정도였으며, 당시 상황이 술집 다툼에 비견될 정도였다고 한다.
맨유와의 치열한 경기에서 두 명이 퇴장당하며, 더구나 토레스 퇴장과 치차리토의 골이 모두 오심으로 얼룩진 가운데 첼시 측이 너무 감정에 휩싸인 가운데 심판의 인종차별 발언이나 욕설이라는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를 성급하게 공론화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하미레스의 영어 능력을 비롯하여 클라텐버그의 단호한 말투 혹은 사투리가 오해를 산 것이 아니냐는 등 여러 가능성들이 제기된다.
첼시는 일요일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FA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오늘 혹은 내일까지 외부 법률인과의 자문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가늠한 이후 더 나아갈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자신들의 근거가 부족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기로 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심판들이 클라텐버그를 지지하며 첼시에 근거가 없다면 징계를 받아야한다는 입장이며, 일요일 경기 후 심판실에서 미켈이나 다른 첼시 사람들의 거친 행동이 징계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사태가 애매한 상황이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미 시작되었다. 경찰이 직접 인지한 사건이 아니라서 시민의 제보가 필요했는데 흑인 법률인 협회 측에서 경찰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협회장인 피터 허버트는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문제는 그가 어떤 직접적 증거 없이 언론 보도를 근거로 삼은 점이다. 그는 그동안 몇 경기 출장정지와 벌금으로 그친 FA의 처벌이 너무 관대했다며 잉글랜드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더 단호한 조치가 마련될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제보를 했다는 것인데 만약 첼시에서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할 경우 경찰 조사는 금방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크 클라텐버그 본인은 아직 첼시가 공식적으로 FA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공식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불필요하게 조명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이번 주말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제외된 상황이지만 자신은 결백하다는 입장이며 가능한 빨리 경기장에 복귀하길 원하고 있다. 심판 배정을 맡는 심판 단체에서도 별일 없는 한 다음 주부터는 클라텐버그를 다시 투입할 예정이다.
첼시는 클럽의 두 명의 선수들이 심판에게 경기 중에 모욕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이상 확실하게 증명을 해야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미디어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성급해 보이지만 경찰 조사까지 시작되어버렸다. 첼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거나 증명될 수 없을 경우 공정해야할 심판들이지만 앞으로 첼시를 곱게 보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맨유에게 이번 시즌 리그 첫 패를 당한 것보다 훨씬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며 이는 첼시의 리그 성적을 위해서도 좋은 신호가 아니다.
반면 클라텐버그의 부적절한 언행이 증명된다면 그는 영원히 심판 자격을 상실하고 사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해리 레드냅과 닐 워녹 같은 감독들은 기본적으로 첼시보다는 클라텐베그 편을 들었고, 특히 워녹은 자신이 심판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지만 이번 일은 클라텐버그 죽이기라며 첼시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건 누군가는 이번 사건으로 씼을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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