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에버튼과 리버풀의 리그 경기는 수아레스로 시작해서 수아레스로 끝났다. 경기 전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은 수아레스의 다이빙 전력을 문제삼았고, 다이빙 때문에 팬들이 축구를 멀리한다고까지 말했다. 경기 초반 리버풀의 첫 골을 만들어낸 수아레스는 곧장 모예스를 향해 뛰어가며 크게 다이빙하는 연기를 펼쳤다.
경기 후 모예스는 경기 전 자신의 비판에 대한 수아레스의 응답에 농담으로 응수했다.
우리 팀이 세번째 골을 넣었다면 아마 저도 그에게 똑같이 했을 거에요. 하지만 행동을 주의해야죠. 이제 그는 많은 감독들 앞에서 다이빙해야 할 걸요. 그렇지 않아요?
모예스가 수아레스 앞에서 다이빙 제스쳐를 취하는 걸 상상하긴 어렵다. 에버튼이 세번째 골을 넣는다고 실제 그렇게 하지도 않았겠지만 수아레스의 몸동작에 자신의 몸동작으로 수아레스가 여전히 다이버라고 비판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반전에 에버튼의 세번째 골이 나올만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리버풀, 아니 수아레스는 실제로 세번째 골을 넣었다. 하지만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기사들에 따르면 깃발은 늦게서야 올라왔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이 온사이드였다는 것, 득점이 맞고 리버풀이 승리를 했어야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말하듯 악당인 수아레스가 골을 넣었다는 시실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기 쉽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이빙도 아니고, 인종차별도 아니고, 선수 깨물기도 아닌 오프사이드에 대해서도 수아레스가 악당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수아레스의 이미지와 리버풀의 세번째 골을 취소한 것은 무관하다고 믿고 싶지만, 대부분의 심판들이 수아레스에게 속지 말아야겠다고 각오를 다질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미약하게나마 연관은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경기에서 수아레스의 문제는 모예스 앞에서 다이빙한 것보다도 모예스가 정색하며 비판한 것처럼 디스탱에 대한 태클에 있었다. 경고를 받는 것으로 끝났지만 퇴장을 당할 수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고의성 부분에서 애매함이 있지만 디스탱이 심하게 다칠 수도 있었고 레드 카드가 나와도 받아들일만했다.
경기 후 언론들의 보고서, 특히 BBC 벤 스미스의 기사는 경기장 밖이나 훈련 중과는 달리 경기만 시작되면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수아레스의 의지가 자꾸 문제를 일으키고 그의 악당 이미지를 완전히 굳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아레스는 반복적으로 그런 비판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까지도 악의적으로 비춰지고 있고, 그것이 그 자신은 물론 리버풀의 성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머시사이드 더비가 끝난 후 현재 리그 1, 2위 팀의 대결이 있었는데 전반만 중간부터 끝까지 봤다. 처음 스코어라인을 보며 맨유가 2-0으로 앞선 걸 보며 깜짝 놀랐는데 전반의 뒤로 갈수록 첼시가 밀어붙이며 한 골을 만회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첼시는 한 골을 더 넣어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지만 두 명이 퇴장당하고 맨유의 치차리토가 골을 넣으며 패했다고 한다.
첼시 선수 두 명의 퇴장도 문제겠지만 경기 후 언론의 초점은 주심인 마크 클라텐버그의 욕설 논란에 맞춰졌다. BBC처럼 점잖은 언론은 그가 무슨 욕을 했는지 전혀 알리지 않지만 보통 미러, 썬, 메일 같은 신문에는 그 정황들이 더 상세히 드러난다.
주심이 선수에게 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지만 더욱 놀랍게도 클라텐버그는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첼시 선수에게 욕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미켈에게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해서 경기 후에 미켈이 심판실까지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를 보면 '원숭이'라고 했다는데 기사들에는 그런 언급이 전혀 없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미러를 보면 미켈뿐 아니라 주장인 테리, 감독 디 마테오, 단장 론 굴레이까지도 심판실에 있었던 모양이다.
클라텐버그가 미켈에게 한 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안 마타에게 한 말은 알려져있다. 'spanish t**t'이라고하는데 뒷 단어는 재해석할 여지도 없는 욕설인 twat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아직은 첼시 측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첼시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만큼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 요즘엔 심판들이 경기 중에 무선으로 서로가 하는 말을 다 듣기 때문에 이 경기의 부심들이 클라텐버그 처벌의 열쇠를 쥐고 있다. 미켈에 대한 욕설은 첼시 선수들도 들었다고 한다.
이 경기는 치차리토의 골 이후 관중석에 날아든 온갖 물체들 때문에 경기장 요원이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는데 클라텐베그 욕설 파문은 작년부터 계속 이어져온 프리미어 리그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에 새로운 양상으로 등장하여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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