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드를 증축하기로 결정되었다는 중요한 뉴스를 읽고 전해야하겠지만 어제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 소식이 가장 중요한데 던컨 젠킨스에 대한 기사/글이 새로 나오는 바람에 이 이야기부터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젠 창이 던컨 젠킨스라는 가상 인물을 연기하는 실제 사람을 협박했다는 블로그 글은 지난 금요일에 올라왔고 여기에도 소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제 그 인물의 실체가 인디펜던트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그의 본명은 숀 커민스이고 남부 맨체스터에 살며 35살의 카피라이터입니다. 2009년 겨울 그는 따분한 차에 그냥 던컨 젠킨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페이스북에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빌'이라는 드라마가 있는 모양인데 던컨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걸로 설정되었고, 언젠가 던컨이 한 포럼에서 이 드라마의 종영에 대해 걱정하는 글을 쓴 이후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이걸 신문인 미러에서 받아쓰며 '던컨 젠킨스가 이러저러한 말을 했다'고 인용합니다. 가상 캐릭터가 실제 세상에서 처음 유명세를 얻게 된 거죠.
페이스북에서 150명이 좋아하는 상태까지 갔지만 던컨의 농담이 잘 먹히지 않게 되자 작년 6월 이 캐릭터는 사라집니다. 이후 던컨은 11월에 던컨젠킨스FC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 재등장합니다. 이 던컨은 노력하는 저널리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일부러 철자를 틀리게 쓰는 등의 행위로 농담을 합니다. 그런데 그는 리버풀 포럼에서 어떤 사람이 계속해서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올바른 선발 라인업을 올리는 걸 발견하고는 그걸 그대로 올렸고, 이 때부터 수많은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습니다.
이후 던컨은 리버풀이 영입할 선수들에 대해 예측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일부러 선수 이름을 틀리게 쓰며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예측을 비교적 정확하게 해냅니다. 보리니 건은 전에 얘기한대로 닐 존스 트윗에 기반했고, 누리 샤힌은 타임스 트윗이 나오자마자 썼고, 조 앨런은 인디펜던트 보도에 기반했고, 크라이프가 온다는 얘기는 BBC(아마도 벤 스미스)의 이야기를 갖다 썼습니다. 벤트가 온다는 건 헛소리라거나 일찍부터 로저스가 리버풀 감독이 될 거라는 맞는 예측도 했습니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4만 명을 넘어서게 됩니다.
여기서 인디펜던트의 기사 작성자 허버트는 유명 트위터리안들의 실체를 참고삼아 소개합니다. 4만 3천 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FootballAgent49의 실체는 18살이었고, 그는 자기가 한 번도 이적에 대한 특종을 트윗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스카이나 BBC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칭송하는 게 웃기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2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사람도 자기가 써대는 헛소리에 놀아나는 사람들을 조롱합니다.
하지만 던컨은 이들처럼 정직한 척하지는 않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허버트는 왜 젠 창이 8월 말에 차를 몰고 맨체스터에 가서 이 사람, 숀 커민스와 두 시간을 보냈는지 의아해합니다. 이 둘이 만난 건 CCTV 자료 등으로 확실하게 증거가 남아있습니다. 던컨, 아니 커민스는 이 날 그리고 이후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적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두 달 동안 젠 창의 사과를 기다렸다고 하죠. 하지만 그 시점은, 왜인지 여전히 아리송하지만, IPCC에서 힐스보로 참사에 책임이 있는 경찰관들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그 날이었습니다. 의도가 무엇이건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하게 되었죠.
이후 허버트는 던컨 젠킨스/숀 커민스가 이제 혼자가 되었고, 힐스보로 캠페인을 무시한다며 인터넷으로 조롱을 당하고 있으며, 던컨의 시대는 끝났다고 평합니다.
이 기사를 보며 던컨 젠킨스의 실체가 드러나긴 했지만 젠 창의 협박 여부는 가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이안 에어가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어는 커민스, 젠 창을 비롯한 연관된 인물들을 만날 예정이고, 젠 창이 던컨의 주장을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협박 사실이 드러난다면 입지가 취약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확인해보니 14일 더 안필드 랩(The Anfield Wrap, TAW)에 짐 보드먼이 이 사건과 관련된 포스팅을 했더군요. 지독히 긴 글이라 읽을 것을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그 글을 보면 던컨 젠킨스는 모종의 폐쇄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지난 9월부터 안필드 랩의 필자들 몇 명에게 접촉하며 젠 창이 커민스를 협박했다는 내용을 써달라고 요청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기 않아서 보드먼은 써주지 않았고, 쓸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상태가 지속되다가 힐스보로 독립 패널 보고서가 나오고 하며 보드먼은 던컨에 대해 신경을 끄고 살았는데 지난 금요일에 갑자기 블로그에 글이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보드먼의 글을 보면 리버풀 팬 사이트/포럼 간의 알력 다툼 같은 것이 엿보입니다. 안필드 랩의 팟캐스트는 상도 받고 꽤 유명한데 그 때문에 더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봅니다. 보드먼이 앞에서 언급한 폐쇄 사이트 쪽의 사람들이 안필드 랩이 젠 창의 협박 사실을 알면서도 조용히 있는 댓가로 리버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같습니다. 안필드 랩이 선수, 감독과 특별히 만나거나 경기장 증축 소식 특종을 내는 등의 것들이 진실을 은폐한 댓가로 얻은 것이라는 혐의가 있었고 보드먼은 특혜 같은 것은 없고, 절대 그렇지 않음을 글 속에서 구구절절 설명합니다.
여하간 던컨 젠킨스가 리버풀 팬은 맞는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왜 힐스보로 참사에 대한 진실을 더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취지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날 그 분위기를 망치는 글을 썼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에게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명성을 다시 띄우기 위한 전략이었는지 모르지만 명백한 실패가 예상된 자살 행위였고, 그런만큼 원래 생각이 부족한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태는 보드먼의 글 초반부에 설명이 나오지만 젠 창이 리버풀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가 된 이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구단주 헨리가 언론의 저널리스트가 아닌 톰킨스를 만나는 것처럼 시대의 조류를 따르는 것인지 몰라도 젠 창은 기존의 주류 언론뿐 아니라 블로거나 팬 포럼까지도 안필드, 멜우드에 초청했습니다. 잉글랜드는 그렇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라고도 하네요. 젠 창이 이들 블로거, 팬 포럼 운영자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았습니다. 던컨 젠킨스/숀 커민스와의 만남은 그런 리버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젠 창이 어떤 착각을 했는지 몰라도 커민스가 리버풀 내부자와 내통하고 있다고 믿게 되어 더 만나고 싶어졌을 수 있겠고요.
던컨 젠킨스 사건은 물론 안필드 랩이 일부 리버풀 팬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하는 걸 보면 헨리 그리고 젠 창의 리버풀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운영하고 문제를 해결해왔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젠 창의 주장처럼 그의 무죄를 믿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만 던컨 젠킨스에게 많은 이들이 놀아난 것도 씁쓸하군요.
# TP에서 먼저 작성한 글이다.
원문 주소 http://premiermania.net/xe/index.php?mid=redst&document_srl=27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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