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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9.
스페인에 와서 첫 장거리 여행의 날이다. 코스는 형이 짰는데 2박 3일 동안 렌트한 차로 부르고스, 산탄데르, 빌바오, 산 세바스티안, 팜플로나, 로그로뇨를 돌고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머나먼 여정이다. 내가 운전을 못 하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나중에 겪어보니 운전석 옆에 앉아있기도 쉽지 않았다.
이날 아침은 소란스럽게 시작되었다. 집밖이 시끄럽기에 내다보니 프랑스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서로 머리에 밀가루 같은 걸 던지며 놀고 있었다. 거의 모든 프랑스 학교 애들이 그러는 걸로 봐서는 무슨 날인가 본데 정체를 파악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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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여행은 오후에 시작되기에 그 전에 나는 AT 마드리드의 홈 구장 비센테 칼데론을 찾아갔다. 지도를 보면 마드리드 메트로 피라미데스역에서 내리면 될 것 같았는데 가는 도중 막힌 길로 가는 수가 있으니 주의 요망이다. 이것이 비센테 칼데론의 모습인데 경기장 전체를 카메라에 담기는 무리였다. 경기장 1층엔 구단 공식 매장이외에 몇몇 상점이 영업을 하고 있으나 대체로 한산한 주변 분위기였다.
나의 목적지는 비센테 칼데론 내부 투어가 아니라 바로 이 클럽 박물관이다. 스페인어를 읽을 수 없다는 건 여행 내내 발목을 잡지만 박물관, 미술관에서야말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일하시는 젊은 분들은 영어를 잘 해서 표를 사고 대강의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경기장 투어는 내가 간 시각엔 하지 않았다. 남자 직원 하나가 내가 어디 출신이냐 묻기에 한국이라고 했는데 별 신통한 대화가 오간 것 같진 않다. (비록 떠난 선수지만) 페르난도 토레스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별 응답이 없었다.
박물관에서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진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처음엔 입구 바로 옆에 작은 극장 같은 곳에서 클럽 홍보 영상물을 봤는데 그렇게 잘 만든 것 같진 않았다. 박물관은 클럽의 역사 설명, 위 사진처럼 공, 축구화를 비롯한 온갖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1부 리그 축구 클럽이라고 다 박물관이 있는 건 아닌데 그다지 풍성한 구성이라고 볼 수는 없는 곳이다. 입구로 다시 나갈 수도 있는데 원래 출구는 AT 마드리드 메가스토어로 곧바로 연결된다.
엘 니뇨는 떠났지만 그의 진한 흔적은 박물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게 메가스토어 바깥 풍경인데 내부 상품은 들어가서 한 층 내려가야 해서 보이지 않나 보다. 여기는 할인폭이 커서 지름신의 유혹이 좀 있었으나, KIA가 스폰서라 그런지 선뜻 지갑이 열리진 않았다.
이건 떠나는 길에 찍은 피라미데스역 내부 사진이다. 오른쪽 상단에 다음 메트로가 2분 후에 온다는 안내 문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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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Hertz라는 곳에서 도요타 차를 빌려왔다. 내비게이션은 따로 산 거라고 하는데 몇 년 전 정보를 갖고 있어서 여행 내내 곤란한 상황을 연출했다. 스페인의 햇살은 차를 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옷, 모자 등으로 노출되는 부위를 가려줘야 했다. 나중엔 단조롭게 느껴졌지만 처음엔 바깥 풍경도 볼만했다. 무슨 꽃인지 모르지만 저 노란 꽃은 종종 마주친다.
부르고스로 가는 길엔 높은 산도 거의 없고, 스페인의 나무는 그다지 키가 크지 않아보였다.
도로 주변에서 소떼도 볼 수 있고, 양떼나 말떼도 목격된다.
오른쪽 편에 보이는 동네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게 될 레르마의 모습이다. 관광필수 코스는 아닌데 멀리서보면 엘 에스꼬리알 비스무리한 것이 보인다. 원래 그걸 모방한 건물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란다.
이 이후에 부르고스 대성당에 들어가 구경을 한참 하고, 호텔로 들어간 후 저녁 먹고 다시 외출해서 주변을 돌아다닌 후 잠을 잤는데, 애석하게도 이날부터 거의 여행이 끝날 때까지의 사진이 내 수중에 없는 상황이라 글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 기억만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고. 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형 노트북 속의 내 사진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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