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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 진접역 연장 탑승기 토요일 오후 다섯 시가 되면 아들과 집밖으로 쫓겨난다. 아내와 딸은 한 시간 정도 조용히 온라인 미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주로 주변 놀이터가 피난처였지만 그저께 인터넷에서 우연히 4호선이 당고개 종착이 아니라 더 먼 곳까지 연장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이거다 싶었다. 당고개를 가 본 적은 없다. 당고개에서 4호선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종착역이라는 어감 때문에 당고개를 아득히 먼 곳처럼 여기고 있었다. 미아역에 가보니 이번, 다음 열차가 모두 당고개행이었다. 진접행이 자주 있지는 않구나 싶었고, 알아보니 길면 25분이 넘는 배차 간격도 있었다. 일단 당고개로 갔다. 처음 내려본 당고개 역 바깥 풍경은 아파트와 산도 보이지만 밀집 배치된 납작한 단독주택들 위로 자동차 타이어들이 줄줄이 늘어선 게.. 2022. 3. 21.
메이의 새빨간 비밀 (2022) 디즈니플러스의 등장으로 디즈니의 최신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빨리 집에서 볼 수 있다. 버스광고를 통해 몇 번 접한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인사이드 아웃'을 재밌게 본 어린 딸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아내의 타박과 우려를 극복해야했다.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인데 영화의 설정이 독특했다. 토론토의 화교 가족이 중심인데, 얼핏 보면 마치 중국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극중 의상을 두고 동북공정이라는 논란까지 일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제작사가 다름 아닌 미국의 디즈니임을 생각하면 중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제작 영상에서 감독 자신이 귀화한 캐나다인이라는 점도 언급되었다. 그렇지만 작품에서 메이의 질긴 핏줄의 끈이 중국 명나라의 어떤 여성, 가족을.. 2022. 3. 16.
애덤 프로젝트 (2022) 보고 싶은 작품들은 쌓였지만 우선 순위를 정하기조차 어려워 즉흥적으로 감상할 작품을 선택 중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넷플릭스 신작인 애덤 프로젝트를 괜찮게 봤다는 몇 개의 글 때문인지 이 영화를 봤다. 보고 나니 이 정도의 퀄러티라면 영화 평점이 6~7점대가 나올 듯 싶었다. 일단 전형적인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라고 하겠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진지하다가도 경박한 코믹 연기를 크게 뒤섞는 캐릭터들을 계속 맡아왔다. 이 영화에서도 인류의 위기를 막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은 연기를 한다. 영화의 핵심 장치는 시간 여행이다. 시간 여행은 아직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타임 머신의 등장 이후로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그렇지만 시간 여행에 대한 탐구가 그다지 깊어진 듯.. 2022. 3. 16.
사마를 위해 For Sama 몇 년 전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였는데 이제야 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겠는데, 다큐 내용이나 시리아 역사를 몰랐지만 러시아의 비중이 크게 등장하여 놀랐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많은 폭탄을 투하했다. 감독은 포격이 수시로 벌어지는 알레포 안에 포위된 상황에서 한 아이를 낳고, 또 한 명의 아이를 잉태했다. 그녀는 알레포를 벗어나서 돌아오지 않을 기회가 있었지만 혁명운동의 주체라는 정체성 때문에 갓난아기인 사마를 데리고 그 지옥같은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기록한 여러 영상들 중 덜 자극적인 영상들이 선택된 걸로 보인다. 너무 끔찍한 영상은 자제되었지만, 갑자기 어머니 배에서 꺼내진 한 아기가 죽은 것처럼 보이는 동안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다행히 그 아이는 의료진의 처치 덕분.. 2022.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