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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잉글랜드 언론에서 축구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블래터의 말실수다. 블래터는 축구에 인종주의가 없다고 생각하고, 경기장에서 있었던 인종차별 발언은 경기가 끝날 때 악수하며 끝내면 된다는 식의 실언을 했다. 물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 블래터는 그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한다.
어제 잉글랜드 FA에서 수아레스의 발언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공식 발표한 시점은 블래터의 문제의 인터뷰가 인터넷을 달군 직후였다. 일각에서는 피파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FA가 블래터를 물먹이기 위해 일부러 그 타이밍에 수아레스 건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피파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몰지각한 반면 FA는 매우 중시한다고 주장하려했다는 식.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런 의도는 없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하필 블래터와 엮인 덕분에 수아레스와 에브라의 사건은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수아레스의 국가인 우루과이는 대사관과 축구협회 차원에서 수아레스가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고 하며, 우루과이 출신의 유명 축구 선수이자 현재 잉글랜드의 브라이튼의 감독인 구스타보 포옛은 에브라를 '울고 있는 아이'에 비유하며 수아레스를 전폭 지지하는 인터뷰를 했다.
저는 루이스 수아레스를 믿어요. 아주 간단하죠.
저는 남미 출신이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7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온갖 말을 다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파트리스 에브라처럼 누군가 저에게 무슨 말을 했다며 아기처럼 운 적은 없습니다.
저는 이번 발표에 대해 아주 슬퍼요. 왜냐하면 이런 일이 아주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어떤 상대방 감독에게라도 불만을 말할 수 있고, 만약 제가 끝까지 밀고나간다면 그 감독이 잘못이 있게(charged) 만들 수 있어요. 왜 우리가 한 사람의 말을 다른 사람의 것보다 더 우선해서 취해야 하죠? 너무 위험해요.
수아레스를 감싸려는 포옛의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마치 인종차별이 아무 문제도 아니고 받아들이는 개인이 참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해석될 말은 한 것은 현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선수 양자간의 말뿐인 사건에서 한쪽의 의견만 들었을 경우의 위험을 지적한 것은 합당하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고, 최근 인디펜던트 기사에서 다시 강조되듯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에브라에게 했던 수아레스의 말의 뉘앙스 문제다.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수아레스는 검은 색을 의미하는 네그로의 변형인 말(예를 들어 네그리토)을 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 말이 보통 인종을 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반면 스페인어에서는 친근한 사이의 호칭이나 가볍게 놀리는 정도의 뜻으로 사용된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FA의 발표문에서 수아레스의 혐의를 따지며 인종(흑인), 에쓰니시티(아프리카 출신), 피부색을 언급했는데 인종이나 출신 지역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라 단지 피부색과 관련된 의미로 사용된 말이었다면 가벼운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주로 스페인어인 수아레스의 어휘에서 네그리토 같은 말은 심각한 언어 폭력이 아니므로 단지 피부색이 검을 뿐인 가까운 사람에게 하는 말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적잖이 있다. 네덜란드 언론에서 한 스페인어 전공 교수도 같은 의견을 보였고, 그는 쿠만이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 피부가 희다고 '눈송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것처럼 가벼운 의미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케니 달글리쉬는 어제 기자 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한 말을 자제하며 전날 발표한 리버풀의 성명이 자신의 입장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것은 여전히 수아레스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다. 사실 일주일 정도 전까지만 해도 에브라의 말 밖에 증거가 없기 때문에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 사건을 FA가 갑자기 징계를 할 것처럼 나오자 리버풀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수아레스의 죄가 밝혀질 경우 가중 처벌이 예상됨에도 클럽에서 선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단순한 선수 보호 차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보기엔 잉글랜드 축구에서 인종주의는 너무 큰 문제다.
(축구에서 인종주의를) '내몰자(Kick it out)' 조직의 지적처럼 이번 일이 피부색을 언급하는 한 단어의 의미가 문화권마다 다른 것에서 초래된 것에 불과했다면 수아레스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에브라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하는 선에서 조기에 일이 마무리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Kick it out이 수아레스가 스스로 일을 키웠다고 추궁한 것이 일리가 있다. 리버풀 측에서도 무죄만 주장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제는 불필요하게 시간과 돈을 들여 수아레스의 결백을 증명해야하는 소모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한편 데일리 미러에 따르면 수아레스와 에브라의 사건 직후 일어난 테리와 퍼디난드의 인종차별 사건은 경찰 조사가 끝나고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아레스의 경우와 달리 비디오 화면을 통해 분명한 인종차별적 말을 하는 장면이 포착된 테리에게는 수아레스보다 더 힘든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참고로 TP에 올렸던 더 타임스의 뉴스 기사를 첨부한다. 아래 더 보기를 통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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