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운명의 날이 다가오는가

 리버풀 매각이 무산되면 어렵게 리버풀 잔류를 선언한 이 청년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리버풀 팬으로서 요즘의 리버풀 매각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변태적 즐거움을 느낀다. 새로운 구단주가 오기 전까지 이적 자금이 극히 한정된 리버풀이 영입하는 선수들의 수준은 뻔하고,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경기를 보며 희열을 느낄 일도 없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리버풀을 인수하겠다고 세계 각지에서 달려드는 사람들의 면면이 매일 까발려지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 누굴 영입하거나 팔더라도 리버풀의 예비 인수자들보다 흥미롭지는 않았다.

오늘 참고할 글은 뉴욕 타임스, 블룸버그, 로이터, 텔레그라프, 데일리 미러, 인디펜던트의 기사들이다. 

최근 포스팅에서 케니 황 이야기를 많이 적었던 만큼 오늘은 Yahya Kirdi의 이야기로 시작해본다. 

Kidri는 시리아 대표팀 축구 선수 출신의 시리아계 캐나다인이고 질렛과 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는 케니 황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은 억만장자가 아니고, 시리아 대표팀 축구 선수 출신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피자 아울렛과 의류 매장 정도를 가진 사업가다. 

Kirdi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뒤에 '빅 네임', '빅 컴퍼니'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름이 무엇인지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케니 황은 자기 돈은 없어도 중개인으로서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치자. Kirdi는 어떤 경력이 있길래 유명한 회사들이 그에게 리버풀 인수를 믿고 맡긴다는 것일까? 

Kirdi는 최근에 같은 시리아 출신의 Rami Makhlouf라는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사업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Makhlouf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었고, 어떤 미국인과의 사업 거래도 금지된 상황이라고 한다. 

Kirdi는 새로운 인터뷰에서 개념있는 말들도 하고 있으나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예전에 알려진 것과 반대로 자신은 리버풀의 가치보다 1 파운드도 더 지불하지 않겠다, 나는 미친 놈이나 카우보이가 아니라고 했다. 전에는 그가 현 구단주들의 비상식적인 요구액에 가장 근접한 액수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는 매일매일 질렛과 대화를 한다고 한다. 케니 황 측의 350m 파운드보다 훨씬 더 큰 액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질렛과 할 말이 없을텐데?

그나마 반갑게도 그는 어릴 적부터 리버풀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진실인지 알 수 없으나 리버풀 인수의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을 한 것은 어제 Kirdi가 유일했다. 그러나 전 축구 선수로 자칭하는 그가 축구 보는 눈은 지극히 없는지 라파 베니테스가 리버풀에 좋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라파의 리버풀 시절이 성공 일변도는 아니라도 극단적인 실패라고 칭할 수는 없다. 게다가 Kirdi는 라파를 '독재자'로 평했다. 데일리 미러의 매독의 말처럼 Kirdi가 리버풀을 인수하는 것이 결정되면 대규모 서포터 시위가 아니 봉기가 일어날지 모른다.

케니 황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뉴욕 타임스에서 이례적으로 케니 황에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그동안 중국과 미국의 프로 스포츠를 연결시킬 재능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는데 중국과 미국 양쪽에서 살았고(현재 황씨는 미국 시민) 주식, 자산 등 분야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케니 황이 흔치 않은 중개인이라는 어조다. 뉴욕 타임스 이 기사는 케니 황의 리버풀 인수 시도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스포츠가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될 사람, 중국인이기도 하고 미국인이기도 한 박쥐 같은 케니 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분석한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미국 중심적인.

                                      리버풀의 운명을 결정할 채권자 RBS

리버풀 인수와 관련된 공식적인 일정으로 목요일에 리버풀 이사회 회의가 있고, 금요일은 인수 제안의 데드라인이다. 하지만 아직 제안은 없었다. 리버풀의 최대 채권자인 RBS는 클럽 매각이 촉진되도록 새로운 구단주에게 돈을 빌려줄 계획도 있다고 한다. 지금 채무가 얼마나 많고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인데 다음 구단주마저 빚을 내고 클럽을 사면 곤란하지 않은가!

이렇게 혼탁하고 혼란에 빠진 리버풀 매각/인수 과정은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바로 10월 6일까지 현 구단주 체제가 유지되고, 구단주들은 RBS에 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기왕에 4월부터 매주 2.5m 파운드씩 이자가 불어나고 있다)^[각주:1]. 그렇게 되면 국유화된 RBS가 리버풀을 소유하거나, 리버풀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 승점 9점 삭감을 당하거나, 채무 변제를 위해 리버풀 스타틀이 팔려나가는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리버풀 매각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빨리 리버풀이 다른 (올바른) 구단주에게 넘어가는 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아무래도 현재까지 진실한 구원자는 없는 듯하고, 극단적 결말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길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차악이 가능한 견딜만한 것이기를...

1. 빠뜨리고 쓰지 못했는데 Kirdi는 리버풀 인수 기간을 '두 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10월 6일 데드라인까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