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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에스파뇰의 역설

by wannabe풍류객 200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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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리버풀 지역 더비 경기가 있었고,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지역 더비가 벌어졌다. 리버풀은 손쉬운 승리를 거뒀고, 바르셀로나는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 페널티킥 판정이 정당했는가 혹은 경기장 난동을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문득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떠올랐다.

"에스파뇰은 왜 팀 이름을 에스파뇰로 했나?"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예전에 아라곤 왕조 시절부터 스페인 중앙 지역과는 다른 국가/정치집단이 존재했던 곳이다. 프랑코 정권의 탄압을 받기도 했고, 스페인에서 분리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꾸준히 있었고, 지금도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 고유의 언어를 쓰고 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에 스페인을 뜻하는 에스파뇰이라는 이름을 쓰는 팀이 버젓이 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RCD_Espanyol)에서 본 결과를 단적으로 말하면 스페인에 처음 축구클럽들이 만들어질 때 대부분 영국인들이 개입했는데 에스파뇰은 순수하게 스페인 사람들이 만든 클럽이기 때문이란다. 정확한 클럽 명칭은 여러 번 변했지만 에스파뇰이라는 단어가 빠지지는 않았다.

위키피디아의 바르셀로나 항목을 보면 에스파뇰이 프랑코 정권에 순종적이었다고 한다. 그런 클럽이 바르셀로나 지역에 있어서 악역을 차지했다면 팀 이름에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편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 빌바오 등도 모두 영국인이 개입해서 만들어졌는데 순수한 스페인 클럽이 하필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거대한 역설이기도 하다.

빌바오가 가장 심하지만 특정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일컬어지는 팀들조차 기원을 뒤져보면 외국인의 개입이 상당했다는 것(이 부분은 당시 세계적 현상이기에 탓할 일은 아니다)은 순수성, 정체성에 대해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FC바르셀로나의 성공은 카탈란보다 외국인 선수들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요한 크라이프처럼. 아라곤 왕조와 오렌지 공국의 친밀한 역사가 있었는지는 확인해볼 일이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득실대는 선수단의 성공을 지역팀의 성공으로 치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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