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식스 서펀트, 더 터미널 리스트,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더 보이즈 시즌 3

애플 티비에서 얼마 전에 끝난 디 에식스 서펀트는 톰 히들스톤에 클레어 데인즈까지 막강 라인업을 내세웠으나 평가는 애플 드라마치고는 낮은 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 배경을 감안하면 매우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잉글랜드 에식스 지역에 큰 물뱀이 나타나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은 지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고, 자신을 학대하는 남편이 죽은 코라는 자신의 자유를 찾아 에식스로 향한다. 에식스에는 신부가 있는데 바로 히들스톤이 연기하는 캐릭터다. 지역 사회는 거의 모두 전설 속의 큰 뱀이 실재한다고 믿는다. 윌 신부는 그렇지 않은 예외적 존재였다. 그는 많은 독서를 통해 근대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기에 그렇게 대처한 듯 하다. 반면 코라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그 큰 뱀이라는 게 화석으로 남은 동물의 후예일 거라고 확신하며 뱀이 있다고 믿는다. 사실 기독교적 뱀은 악마(드라마에서 분명히 언급된다)이고, 외지인인 코라의 등장에 이어 마을에 사고가 이어지자 그녀도 일종의 악마처럼 그려진다. 게다가 코라가 윌을 유혹하는 모양새도 나타나니(둘의 감정은 상호적이었지만) 코라는 더 악마의 형상과 근접한다. 남편을 잃고, 에식스 마을에 갑작스런 죽음, 실종이 이어지고, 친구인 의사 루크가 손을 다치며 수술을 할 수 없어지고, 마샤도 떠났으니 코라가 좌절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잘 버텼고, 결국 아내를 결핵으로 잃은 윌과 결합한다.

루크가 찢어진 심장을 실로 꿰매는 수술을 처음 성공시킨 장면, 사회주의자인 마샤의 사회 운동 등은 대표적인 시대적 배경이다. 우리가 아는 현재와 매우 근접해가고 있으면서도 에식스의 지역 사회는 미신에 사로잡힌 양면적인 대조가 크게 이루어진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희한하게 고래가 마을 강가에 죽어 쓰러져있는데, 사람들은 그게 큰 뱀이려니 믿는 눈치다. 바다와 연결된 강이니 고래가 올 수도 있으나 희한한 일이긴 하니 사람들은 그걸로 뱀이 죽은 걸로 치는 셈을 하고 있다. 이제 마을엔 평화가 오려나. 마을의 강 모양이 워낙 희한하여 구글지도를 보니 정말 에식스의 강 주변 지형이 그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리스 프랫 주연의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터미널 리스트는 괜찮은 평을 받는 모양이다. 미 해군 특수 부대원들이 작전 중에 몰살 당하고,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 제임스 리스 소령은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다 동료들의 죽음의 배후에 큰 음모가 있음을 알아채고, 책임있는 자들을 처형한다. 처형 대상의 리스트가 바로 제목이 말하는 더 터미널 리스트다. 터미널은 종말이라는 뜻이 있고, 여기서는 소령의 불치병 종양을 의미할 수도 있다. 자신의 죽음이 곧 다가올 걸 아는 리스 소령은 책임자들을 알게 되자 가차없이 처형한다. 사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군인이었어도 이는 혼자서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는 콘스탄스 우가 연기한 기자와 협업했고, CIA에 있는 옛 동료, 그냥 옛 동료들을 규합해 처형 작전을 수행했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믿기 어렵게도 그는 처형자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없앴다. 보통은 직접 처리했고, 접근이 까다로운 부대 안의 장군만 간접적으로 처형했다.

드라마는 반전 같지 않은 반전을 파이널 에피소드에서 드러낸다. 국방장관의 책임의 경우는 회색지대가 있다. 그녀의 책임이 있지만 그녀는 참전으로 후유증을 앓았던 아버지가 있었으며, 여전히 타국에 군대를 보내며 수많은 자살자, 정신질환자를 다뤄야하는 실무자의 입장을 강변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해외 파병을 안 하면 해결될 일이다. 가장 큰 반전은 리스의 핵심 조력자인 CIA 친구가 리스트에 올라갈 한 명이었다는 점이다. 다소 담담하게 처리되었는데, 이전에 리스트 중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자가 CIA라는 데에서 진작 눈치를 챘어야했는지 모르겠다. 그는 CIA 소속으로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온갖 테러 행위에 가담했으니 미국 차원에서 보아도 중죄를 지었다. 리스의 리스트가 결국 사회 정의 실천을 위해 정당했으나 그걸 FBI까지 나서서 조력해야했느냐는 의문이고, 크리스 프랫이 주연이자 제작자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는 짐작을 할 수밖에 없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는 1~7, 8~9편을 나눠서 공개했다. 7편의 스토리는 매우 훌륭했다. 지금까지의 여러 시즌을 관통할 근본 문제를 공개한 셈이다. 하지만 8, 9편은 상대적으로 별로였다는 평들이 많다. 나는 시즌 5가 있는 줄 모르고 8, 9편에서 결말이 나는 줄 알았는데 헨리 혹은 원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죽지 않았다. 이제 너무 커버려 거의 성인이 된 아이들로 시즌을 더 추가할까 싶었는데 이어간다니.. 쇼의 크리에이터인 더퍼 형제들은 이 시리즈의 스핀오프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출연자들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시간 분배를 하다보니 편집이 산만한 건 시리즈의 문제다.

더 보이즈 시즌3은 역시 과격한 영상을 또 다수 방출했다. 홈랜더는 더욱 트럼프를 연상시켰다. 캐릭터들이 너무 튼튼해 잘 죽지 않는 것도 문제적이다. 메이브는 죽는 줄 알았는데? 부쳐는 위에 언급한 리스 소령처럼 주입한 약물 때문에 뇌에 문제가 생겼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인데 그의 죽음을 계기로 시리즈가 끝날 건지 아니면 그를 어떤 식으로건 치료하여 몇 시리즈를 추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