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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여대생

by wannabe풍류객 200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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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이란 표현은 참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청소년에서 성인의 문턱으로 진입한 여자. 그러나 아직 사회생활의 격랑에 휩싸이지는 않은 여자. 순진한 어린이는 아니지만 닳고닳은 어른도 아닌 중간.

여대생은 분명 여자다. 성이야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결정되지만 여자가 성적 대상으로서 여자가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여중생, 여고생, 여대생은 있어도 여초생은 없다. 중학생 이상은 되어야 교복을 좋아하는 변태들에게도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이고, 실제 임신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대학생 정도의 나이가 되면 적극적으로 성적 매력을 표현할 자유가 허용되고, 상당 부분은 사회적으로 매력을 발산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성을 사고파는 업소에서는 공공연하게 '여대생'이 해당 업소에서 대기하고 있음을 광고한다.

man이 인간이자 남자이듯 여성은 종종 특별한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여직원, 여자 XX. 그들은 남성이 당연히 하던 일들을 하는 특이한 존재들이었다. 지금은 온갖 직장에서 여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여XX'들로 규정된다. 여대생이란 얼마나 모호한 말인가. 여성 대학생이기도 하면서 여자대학교의 학생일 수도 있다. 왜 여자들이 대학을 다니는 것이 특별한 일이며, 여자들만 다니는 학교는 왜 있는 것일까. 남녀유별, 남녀칠세부동석하던 조선 시대의 관습 때문에 이화학당이라는 여성 전용 학교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지만 남자 대학이 없는 사회에(심지어 사관학교들에서도 여자가 넘친다) 여자 대학은 이상하게만 보인다.

대학교 생활에 대한 환상이 금세 깨진 여대생들은 믿지 못할 남자들이 넘치는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거나 적절한 남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어제 만난 한 유능한 여대생이 용기있게 4학년 2학기에 훌쩍 유럽 여행을 떠나는 모습, 나라의 장학금을 받는 다른 여대생의 소박한 소망 등을 보며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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