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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마크로스를 논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크로스는 건담처럼 고전이지만 손대지 못하고 있던 시리즈였다. 그래서 일단은 최근에 본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이전 시리즈를 차근차근 보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 하는 설정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다.
바쥬라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공격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론 부분을 보자면 모든 종류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논하고 있었다.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가 낯선 타자와 자아의 충돌에 관한 싦험이었던 것처럼 마크로스 프론티어는 인류와 젠트라디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는 바쥬라라는 타자들간의 관계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를 말한다.
영화를 통해 세상의 모든 거미가 독거미와 같은 악의 상징으로 그려졌지만 사실은 거미들이 인간을 더 두려워한다고 한다. 요즘은 귀신을 제치고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인정받고 있다. 인간이 그렇게 무서워진 것은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된 것은 근대가 심화시킨 병폐일 것이다. 네트워크로 모든 개체가 연결된 바쥬라는 개별 행동을 하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고 란카처럼 몇몇 인간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개체와 개체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격렬한 충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치고박다보면 미운 정이 생기고, 세상엔 애증이라는 묘한 감정이 흔하다. 바쥬라도 결국 인간과의 많은 전쟁을 통해, 란카의 노래를 통해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달콤한 말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독특함은 노래하는 주인공에 있다. 시리즈의 많은 주인공이 여자 아이돌이었듯이 노래는 상업적 측면과 연결되지만 종국엔 온 인류를 구하는 강력한 무기의 측면이 더 강조된다. 예술의 기능을 꽤 강조했는데 요즘 경제관념으로는 별로 생산성도 없어 보이는 예술이 의외로 중요하고 소위 '예술인'만이 하는 영역이 아님은 지당하다. 외국어는 배우기 어려워도 외국 노래는 쉽사리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부분은 자연의 리듬, 자연의 목소리를 모방한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보편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수들은 미리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고, 많은 경우 (결국 극복하는 듯이 보이지만) 정치 권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 과연 주인공들이 정말 노래를 하고 싶어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점이 이번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러브 라인도 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알토가 너무 여성적인 외모를 가져서 그런지도 -_-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다른 시리즈를 더 보거나 한 후에 더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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