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워킹 데드는 매우 잔혹한 영상을 많이 보여준다. 좀비가 되었다는 이유로 얼마 전에 사람이었던 사람들의 신체는 여전히 사람인 존재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파괴되고 훼손된다. 총으로 머리를 쏴서 뇌를 파괴하는 정도면 별로 잔혹해보이지는 않지만, 총알은 한정되어 있고 석궁이나 화살처럼 재활용할 수도 없어서 아껴써야하는 자원이다. 그래서 생존자들은 칼을 비롯하여 쇠꼬챙이로 뇌를 꿰뚫거나 단단한 방망이 등으로 깨부수는 방식을 쓴다. 그러므로 좀비들의 그렇지 않아도 그로테스크한 머리와 얼굴은 더욱 기괴하게 파괴된다.
궁금증에 현재 보고 있는 시즌 이후의 내용들을 조금씩 찾아보았다. 어떤 영어 뉴스에 포함된 유튜브 영상을 보니 시리즈 속의 좀비들의 몰골이 시즌이 진행될수록 피부가 더욱 벗겨지고 거의 해골만 남는 상태가 되어갔다. 오히려 해골 상태면 보기에 더 편해질까? 살점이 튀고 몸이 두 동강이 나는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은, 가짜라는 것을 알기에 경악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일이다.
시즌2는 캐롤의 딸인 소피아가 실종되고, 소피아를 찾는 과정에서 칼이 오티스가 쏜 총에 맞아 허셜의 집을 찾으면서 시작되고, 좀비떼의 공격으로 어쩔 수 없이 농장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허셜이라는 노인이 주인인 농장은 넒은 땅이 있고, 음식이 있고, 휘발유가 없어도 달릴 수 있는 말도 있다. 허셜은 수의사지만 총알 파편이 몸속에 박힌 칼을 수술로 잘 치료해낼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좀비의 공격을 막아낼만 했다면 허셜의 농장은 안정적인 대피처로 보였다.
그러나 허셜은 릭 일행이 오래 농장에 머물길 원치 않았다. 아무리 세상이 좀비 천지가 되었다고 해도 인간 집단들이 갑자기 단결하지는 않았다. 서로를 알지 못하는 집단끼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의심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이는 시리즈가 진행되며 거의 언제나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로리가 임신하고 있음이 밝혀지며 릭 일행은 바로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시즌1에서 이미 폭발적 갈등을 예고한 릭-로리-셰인의 삼각 관계는 결국 불행한 결말에 이른다. 릭과 셰인은 갈등을 반복했고, 시즌 막판 셰인이 릭을 외딴 곳에서 죽이려고 할 때 릭이 셰인을 살인한다. 마침 그 때 로리는 아이가 셰인의 것일 가능성을 내비치며 남편보다 셰인을 더 선호하는 인상을 주었다. 셰인은 로리와 칼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행동했다면, 릭은 가족을 포함한 그들 일행 전체의 생존을 위해 행동한 편이다.
글렌은 허셜의 딸인 매기와 연인 관계로 발전해간다. 발전했다기엔 초장부터 진한 육체 관계를 맺긴 했지만 감정이 더 진전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글렌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여 시즌3 이후의 이야기를 조금 검색해보니 그는 시즌10까지 가는 전개 과정의 중반 쯤에 지나치게 잔혹하게 살해당한다고 한다. 이 정도로 중요 캐릭터가 죽어버린다면 대체 시즌10에 남는 시즌1의 캐릭터는 누굴까 보니 거의 없었다. 위키피디아의 해당 항목을 보면 오직 대럴과 캐롤만이 목격된다. 시즌2에서 셰인을 비롯해 아동 캐릭터인 소피아마저 죽어버렸고, 릭 일행이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하나둘 계속 희생자가 늘어갈 모양이다. 릭은 시즌9까지 참여하고 빠지며 레드넥, 즉 하층 노동자 백인인 대럴이 메인 캐릭터가 된다는 뉴스도 봤다.
시즌1과 다른 시즌2의 이슈는 살아있는 인간을 죽이는 문제일 것이다. 좀비가 된 가족을 헛간에 가두고 먹이를 주던 허셜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셰인에 의해 그들이 좀비로서도 죽어버리자 바에 가서 끊었던 술을 마신다. 허셜을 찾기 위해 릭과 글렌이 바를 찾았을 때 다른 생존자 그룹의 남성 두 명과 마주치게 된다. 낯선 두 남성의 적의를 느낀 릭은 그들을 살해한다. 그런데 그의 일행인 또 다른 남성은 구출하고, 치료하는데, 대신 자신의 집단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이렇게 인간 집단들은 좀비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도 서로 간에 적개심을 쉽게 거두지 못 한다. 이는 시즌3 이후로도 계속되는 테마로 보인다.
이러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의 인간 군상은 오히려 인류 초창기의 부족 사회를 연상시키는 부분마저 있다. 부족 내부의 삶이 공고해지고 대신 외부와의 관계는 쉽지 않은. 실제로 문명이 파괴되며 전기, 통신, 교통 모든 부분이 원시 상태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 만약 다시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써나가는 것이라면 부족을 넘어서는 단위, 우리가 국가라고 부를 단위가 새로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시즌1을 보던 와중이었던가 문득 좀비들이 북미에 원래 살던 인디언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릭 집단은 대부분 백인이고, 아시아계, 아프리카계가 한 명씩 있다. 북미 대륙의 역사에서 보자면 다 뒤늦게 들어온 인종들이다. 늦게 들어온 인간들이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살시킨 역사가 왠지 모르게 떠올랐던 것이다. 물론 좀비들은 릭 집단과 다르지 않은 종류의 인종들이다. 그러므로 인디언과 직접 비교하는 것이 무리이지만, 어떤 자연재해, 재앙, 질병으로 대치될 수 있는 좀비라는 현상을 소수의 집단으로서 마주치고 싸우는 형상에서 어떤 유사성을 모색하는 게 억지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신대륙으로 이주한 영국, 프랑스 등 출신의 백인들은 인디언을 마치 좀비처럼 보고 양심의 가책없이 죽였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그들은 서구 문명이 부재한 미개와 원시의 세상의 파괴가 오히려 시혜를 베푸는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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