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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기생충의 아카데미 성적은 넷플릭스 덕분

by wannabe풍류객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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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목의 미국 신문 기사가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바와는 다른 이야기였다. 지난 번 글에서 넷플릭스 작품들이 아카데미를 점령할 뻔한 기세였는데, 아카데미/오스카가 백인 일색이라는 비난에 다시 직면한 상황에서 기생충이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적은 바 있었다.

이번 LA times의 기사는 일단 봉준호의 전작 영화인 옥자가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들어졌던 과거를 말하며,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영어 영화인 설국열차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언급하였다. 봉준호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감독이긴 하였으나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더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봉준호도 말한 자막의 장벽이 넷플릭스로 인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부터 엄청난 수의 미국 영화를 자막을 통해 극장에서 봤던 한국인들은 영화 자막이라는 것이 당연히 필요한 것처럼 여기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만을 쓰는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다양한 비영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며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물론 과거에도 미국에서 비영어 영화가 상영되고, 자막이 제공되긴 했다. 하지만 그런 영화의 다수가 소위 예술영화여서 일반 대중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굳이 돈을 내고 극장에 가서 이해하지 못할 영화를 봐야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비영어 컨텐츠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러한 경험, 영어 자막을 통해 봐도 다른 언어의 영화를 보는 것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경험이 미국에서 기생충의 흥행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깜짝 수상들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기사였다.

봉감독이 옥자를 만들고 상영하기 시작하던 시절에 넷플릭스와의 협업 때문에 프랑스에서 곤욕을 치른 것을 생각하면, 이번 아카데미에서의 결과는 시기적으로 그리고 사건들의 연쇄가 기가막히게 ‘기생충’에 우호적으로 돌아갔음을 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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