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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하나은행 5.01% 이율 적금 가입 실패

by wannabe풍류객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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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니 3일간 가입자를 받았으니 그저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나은행이 새로 출시한 적금 상품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가입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덕분에,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각종 마스크들이 모두 동이 나는 상황이 연상되는 것처럼 이 적금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아마 근래에 보지 못한 5%가 넘는 연이율 때문일 것이다. 하나은행 어플은 마비되었고, 하나은행 창구를 찾아도 100명이 넘는 대기인원을 봐야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마스크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듯, 유수의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부품이 끊겨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경제적 두려움이 번져서일까 하나은행의 신상품 적금에 대한 관심을 그냥 거두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나도 아내도 이 적금 가입 전쟁에 참여했다. 아내는 성공했고, 나는 실패했다. 하지만 애초에 하나은행 계좌는 나만 가지고 있었다. 가진 자가 오히려 적금에 가입을 하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졌다.

 

따지고 보면 1년 최대 8만원대의 이자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이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하나은행 계좌가 없다면 우선 일반 입출금 통장부터 개설해야 한다. 인터넷 뱅킹을 위한 아이디도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오래 걸릴 일도 아니지만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며 오늘까지 삼일동안 하나은행 웹사이트, 어플은 계속 장애를 겪고 있다. 인증을 위한 휴대폰 문자를 수십 번은 받아야 했고, 그나마도 계좌 개설을 끝마치기 전에 오류가 나면 다시 인증을 하고 절차를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인증 과정이 가장 많은 오류 메시지를 뿜어내는 과정으로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은 모를까 다른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다리기 힘든 일이다.

 

어제 성공한 아내의 경우는 입출금 통장 개설의 거의 마지막 단계인 추가인증에서 계속 오류가 나서 문제였다. 나중에 야 알았지만 그 단계에 오면 은행 어플에서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그것이 선택지인지 알 수 없어서 가운데의 옵션인 가상계좌를 통해 인증을 하면 절대 통과가 되지 않는다. 그걸로 몇 시간을 씨름하고 나중에야 맨 왼쪽의 옵션을 선택했더니 쉽게 끝낼 수 있었다.

 

나의 경우는 하나은행 계좌가 둘 있었다. 하나는 구 외환은행 계좌인데 두 은행의 합병으로 입출금 통장이 두 개가 된 것이다. 두 계좌 모두 잔액은 없었다. 그래서 비활성화가 되었고, 구 외환계좌는 아예 쓸 수 없는 듯 했다. 하나은행 계좌는 거래가 없어 거래중지 계좌가 되었고, 은행 창구로 가야 중지를 풀 수 있었다. 그래서 어제 은행에 갔지만 내 앞에는 99명이 대기하는 중이라 대강 계산해도 문 닫기 전에 내 차례가 올 수 없었다. 발길을 돌렸고, 나는 적금 가입 시도를 멈췄다.

 

그러다 오늘 어떤 글을 보니 나처럼 기존 계좌가 거래중지인 상태라도 새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말을 보았다. 사실 기존 계좌를 해지하면 신규 가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는 했지만 기존 계좌를 놔둔 상태에서 신규 개설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번 시도를 해보니 가능했다. 그러나 가입 마지막날인 오늘도 은행 창구에 사람이 넘쳤고, 어플도 계속 오류를 통보하며 인증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결국 할만큼 시도해본 후에 포기하게 되었고, 이제 오후 5시가 지나 상품 판매도 끝났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 이후 KEB하나라는 이름을 쓰다가 이제 외환 딱지는 떼버리는 걸 알리는 이벤트로 이번 적금을 출시한 모양인데 불안정한 시스템만 노출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일부러 가입자를 너무 늘리지 않기 위해 시스템을 그 모양으로 운영한 건 아닐까 의심이 생기기도 했다. 애초에 다른 적금과 비교하면 일 년 5만원의 이득도 안 되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들이는 건 경제학적으로는 비합리적이었다. 그러나 꼭 경제와 연결된 것만은 아닌 공포심이 이러한 결과적인 헛수고를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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