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 혹은 이쓴 호크 주연의 영화로, 로건 마셜 그린이라는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한 시간 3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장편 영화는 어딘가 허전함을 남기며 끝난다.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버스에서 만나 덴버에서 내린 그녀는 무엇인가? 일회적 시간끌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추측하자면 세상에 연결점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45세 천애고아에게 세상과의 끈을 남겨놓은 정도일까? 그녀는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으니.
러슬(이쓴 호크)은 21년간 복역하고 출소한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없거나 실생활에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 투옥되어서 사회에 나갔어도 이메일 주소가 없고, 전화번호도 없다. 그는 트로이라는 이름의 햄버거 가게에서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일을 성실히 하며 관리자 혹은 주인의 신임을 얻는다. 가게 열쇠를 맡은 것이다.
하지만 가게 옆 쓰레기통에 버려진 여자 갓난아기를 발견하며 모든 것이 바뀐다. 이 진행 과정에는 전제 조건들이 있었다. 출소는 했지만 아직 캘리포니아 주를 벗어날 수 없었던 그는 그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이메일로 보고를 해야했다. 그는 이메일을 만들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 PC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컴퓨터가 없는 그는 가게 주변의 인터넷 카페 간판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인터넷 카페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몰랐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던 그는 카페 주인의 도움을 받는다. 그가 먼저 한 일은 아버지에 대한 정보 검색이었고, 어느 정도 알려진 인물인 듯한 그의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상황이었다(2001년 사망이었던 것 같은데 영화의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은 듯 하여 몇 년의 간격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즉 그렇지 않아도 타인과의 친밀한 인적 교류가 단절된 그에게는 모든 끈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러한 고립 상황에서 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엘라였다.
"엘라이다"가 아니라 "엘라였다"다. 아기는 엘라였지만 부모는 버렸으니 그 이름을 쓰건 말건 알아서 하라는 듯이. 물론 버린 부모로서는 아이 이름은 상관할 바가 아닌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커다른 쓰레기통 속이 버린 장소여서 아이의 비참한 상태를 지나치다 싶게 설정하였다. 20년간 감옥에서 육아에 관심을 가졌을리 없는 러슬은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전혀 모르지만 법적으로 아이를 납치한다. 이 영화의 가장 문제적인 설정은 여기다. 러슬이 아무리 감옥에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도, 또 죽으라는 듯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에도 알리지 않은 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는 911에 신고를 해보기도 했으나 이내 끊어버린다. 이후 경찰이 점검차 들렀을 때도 아이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영화는 아이를 데리고 인터넷 카페에 간 러슬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이 유괴에 해당함을 발견하는 것처럼 말한다. 러슬은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에 가서 놀며, 이야기를 해주며 이제 아이가 자신의 소유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아버지와의 끈이 사라진 한 남성이, 한 아기가 버려진 아이니까 내가 가져도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는 설정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는 아이를 최선을 다해 돌볼 각오를 가진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직장에도 며칠 나가지 않았고, 아이를 유괴했을지 모른다는 혐의에 더해 알리지 않은 전과까지 알려지며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아이를 잘 돌보려고 하는 자신의 선한 의도에 상충된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남이 버린 것이라도 간직하고 싶을 수는 있지만 쓰레기통에 있었다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다. 영화는 그가 그럴 수 없음을 이후의 법적 절차들을 통해 강조한다. 그는 다시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고, 그래서 주를 떠날 수 없는 규정을 어기며 편도 차편으로 죽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그 시점에서 그는 인생을 거의 포기한 것과 다름 없었다. 주를 떠난 것이 알려지면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다. 그는 어찌되었건 진짜 인연의 끈이었던 아버지의 흔적과 은행에 남겨진 아버지의 금고 속 유산을 찾아 나선다. 우표 수집가였던 아버지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아들을 위해 금고와 별도의 창고 속에 위대한 유산을 남겨놓았다. 갑자기 그는 부자가 되었다. 이미 인생의 중반기인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재산의 상당 부분은 삶의 의미를 부여한 엘라가 18세가 될 때 주기로 결정했고, 남은 재산은 미국 각지를 여행하는데 쓰기로 한 것 같다. 버스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여성이 있는 덴버도 아마 찾아갈 것 같다.
adopt a highway는 얼핏 의미가 떠오르지 않는 어구인데, 미국에서 사람들이 고속도로를 맡아서 자원봉사로 청소해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화에는 입양도 나오고, 캘리포니아에서 와이오밍으로 가는 긴 고속도로도 등장한다. 매우 단순한 연결고리인데, 엘라의 앞으로의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어느 구간을 러슬이 도와준다는 의미로도 당연히 읽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감독이자 작가인 로건 마셜 그린이 나름 연결고리들을 잘 생각해낸 이야기로 봐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짧은 러닝타임만큼 어딘가 빈 구석이 있다는 느낌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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