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앞으로 또 돌아올까? 노인이 된 터미네이터 아놀드를 보니 앞으로 아놀드는 안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디 아이리쉬맨에서 쓰인 디에이징 기술을 생각하면 조금 더 지나면 디지털로 복원하고 창조된 영화 캐릭터가 아놀드인양 터미네이터 연기를 할 가능성도 있을 테다. 하지만 극장 영화로 또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노년의 사라 코너를 보는 것은 반갑다. 아직 세상이 망하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그녀가 홀로 테미너이터들을 해치워나갔다는 것도 놀랍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실현시키지 않게 된 하나의 미래의 일이니, 터미네이터 2까지 수준의 로봇들이 오는 것이긴 한데, 그렇더라도 대단한 일이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스페인어로 나온다. 멕시코가 주요 배경이기 때문인데, 엔딩 크레딧을 보면 멕시코가 아니라 스페인쪽에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왜 배경이 멕시코인가? 미국의 히스패닉화의 영향일까? 아니면 트럼프 시대 미국과 멕시코간의 국경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일까? 다니를 죽이려는 터미네이터의 얼굴이 멕시코 사람처럼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단지 관객들의 헛갈림을 방지하기 위함일까? 일단 멕시코 출신의 다니를 죽여야하니 멕시코 사회에 섞여들기 위해 그런 외양을 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터미네이터가 두 개의 신체로 분리되어 싸우는 것은 아마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이는데 잘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자신을 방해할 인간들이 다수일 경우 혹은 기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긴 할 테지만 둘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더 메인인지, 아니면 둘 다 중요한지 잘 구분이 가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면 결국 금속성의 뼈대가 더 본질인 듯하다는 느낌은 준다. 결국 기계성을 강조한 것이다. 멕시코 사람의 외양, 실제로는 거무죽죽한 액체는 금속을 포함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신비한 물질이었다.
영화는 어떻게 보아도 여자 주인공 세 명의 이야기이고 그런 점에서 헐리웃의 '정치적 올바름: PC' 방향성에 일치한다. 생각해보면 여성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기존의 전형성을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기존 문법에 익숙한 소비자 중 하나인 나도 잘 적응이 되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캐릭터를 보고 자란 어린 세대는 더 잘 받아들일 것이다. 여성 세 명, 새라 코나, 그레이스, 다니는 여러 가족 형태로 변주된다. 새라와 그레이스가 다니의 부모로도 설정되고, 새라와 다니는 모자(새라가 다니를 존으로 인식)/모녀 관계로 치환되고, 다니와 그레이스는 알고 보면 다니가 양부모 겪의 캐릭터이기도 했다. 새라와 다니는 원래는 동일한 성격의 인물로 보였다. 미래에 로봇과의 전쟁을 벌일 지도자의 어머니라는 점인데 알고 보니 다니는 그녀 아들이 지도자가 아니라 다니 자신이 지도자였다. 아기 같은 얼굴과 아주 작은 키를 한 다니가 황폐화된 지구에서 지도자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 묘했다. 중년도 아닌 청년 여성이 인간 부대의 지도자라는 것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미래의 전쟁에서는 가능할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가장 문제적인 설정은 터미네이터 아놀드의 존재일 것이다. 이해하기로 미래에서는 터미네이터를 몇 번이나 보냈다. 그 때마다 새라가 처치했는데 결국 어린 존 코너가 죽자 그만 보냈던 것인가? 터미네이터가 미션에 성공했는지는 어떻게 알지? 여하간 미션을 완수한 터미네이터 아놀드는 미래로 돌아갈 수 없어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기로 했다. 기계의 몸체에 인간 피부의 껍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성능 향상이 있었는지 늙은 얼굴과 덥수룩한 피부까지 갖추고 있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계가 인간이 되어 누가 인간이고 누가 기계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는 아주 오래된 설정이다. 임무가 끝난 살인기계가 갑자기 의식이 자라나 착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어떤 기술력의 수준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터미네이터 아놀드 버전에서도 가능했다는 건 놀랍다.
생각해보면 로봇들이 터미네이터를 촘촘한 시간대로 설정하여 보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다면 하나가 실패해도 내년 아니면 다음 달에 성공할 수도 있을 거다. 아니면 한 번에 여러 터미네이터를 보내도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는 잘 안 했다. 기계들의 기술력의 한계를 그렇게 설정한 탓일까? 최대 목적이 인간 지도자의 살인이라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하지 않았을까? 성인이 다 된 다니가 아니라 아기 다니를 노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다니의 부모의 젊은 시절을 노리는 건 어떤가?
매킨지 데이비스의 출연은 반가웠다. 여전사 역할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납득은 되는 연기였다. 영화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으니 더 이상 여전사를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면 더 좋겠다.
시리즈의 1편 제목은 '더 터미네이터'였다. 어 터미네이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터미네이터들이 미래에서 왔다. 이번 영화를 끝으로 최소한 터미네이터 아놀드는 끝난 것 같아 다행이다.
'Tempo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Crying Game (2) | 2020.01.23 |
---|---|
Adopt a highway (0) | 2020.01.20 |
아이패드에서 블루투스 키보드의 한영 전환 문제 발생시 (0) | 2018.09.14 |
오래간만의 컴퓨터 조립 (0) | 2018.08.22 |
중고나라 노트북 판매 후기 (0) | 2018.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