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고민의 나날이었다. 어느덧 일주일이 넘게 젠패드가 벽돌 상태였던 것이다. 상황은 비교적 가벼워보였지만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삽질만 하다가 과연 내가 이 기기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만 늘어갔다.
그러나 조금 전 기적적으로 젠패드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 어쩌다 우연히 해결책을 발견한 느낌이라 유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확실한 조언을 해주기는 어렵겠으나 그간의 과정을 정리해두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1. 발단
젠패드를 받아들고 일주일은 되었을까? 받은 첫 날 시스템 업데이트를 한 번 했는데 어느 날 두번째로 메시지가 떴다. 당연히 해야겠거니 생각하고 업데이트를 실행했다. 기기가 꺼지고 안드로이드 로봇 모양이 나오며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재부팅.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초기 화면이 나오기 직전 상태에서 ASUS라는 문구가 나오고 그 밑에 작은 동그라미가 계속 회전하기만 했다.
좋지 않은 예감에 재부팅했으나 마찬가지 상태. 해결책을 위해 xda 등 인터넷을 뒤졌으나 같은 모델로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볼륨+와 전원버튼을 동시에 한동안 누를 때 나오는 droidboot 상태에서 공장초기화를 시도했으나 부팅이 되지는 않았다. 이 기기로는 이제 ASUS라는 문구만 보고 있어야하는 상황.
2. 원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능력은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인데 우선 루팅을 했다는 점이 걸렸다. 순정 상태라면 문제가 없을 터인데 조금 더 나은 성능을 위해 xda에 나온 방법대로 루팅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루팅한 것 만으로 벽돌이 되는 것은 이상했다. 전에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루팅이 풀려버렸으면 모를까 벽돌까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티타늄 백업 어플 때문일 것 같았다. 기기에 에이수스에서 기본으로 탑재한 어플이 워낙 많아서 티타늄 백업으로 freeze 시킨 것이 많았다. 아마도 그러한 설정이 펌업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xda에서 검색해보면 티타늄 백업으로 freeze한 것을 다시 풀어주고 업데이트를 하라는 말도 있었다.
3. 해결 과정
국내 사용자도 없는 신종 기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쉬우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이 기기의 사용자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미국내 단독 판매 중이던 베스트바이는 기기 가격을 229달러로 30달러 인상했고, 다른 사이트들은 15일경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xda에는 오늘까지도 관련 글이 고작 두 개에 불과하고 새로운 내용도 별로 추가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xda의 도움을 얻지 않을 수 없다. 젠패드에 대한 쓰레드들을 읽어보면 벽돌이 되었다는 내용은 보이지만 누구 하나 해결책을 찾았다는 말이 없다.
하지만 루팅하는 방식이 유사한 것처럼 벽돌 상태를 벗어나는 보편적인 방법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ASUS의 기존 제품, 미모 패드류의 쓰레드를 보기도 하고, 무어필드 칩을 쓴 다른 태블릿의 쓰레드를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원리를 모르는 마당에 동일 제품이 아닌 것의 방식을 그대로 쓰려면 무모함이 필요했다(사실 무어필드 칩을 쓴 다른 제품의 펌웨어를 올려볼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강 이해한대로 적어보자면 벽돌 상태를 벗어나려면 리커버리 모드로 들어가거나 하여 롬이나 펌웨어를 올려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저께까지 가장 커다란 문제는 젠패드의 펌웨어는 인터넷으로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새로 젠패드를 하나 더 사서 롬을 어떻게 뽑아내서 옮겨볼까하는 생각까지 진지하게 하게 되었다. 그러자니 금전적인 부분에 기다리는 시간까지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있었다. 그냥 누군가 해결책을 xda에 올릴 때까지 몇 달까지 방치해둘 각오를 해야하나 하며 포기하지 못 하고 망설이는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에이수스 홈페이지에서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에이수스 코리아 기술지원팀에서 온 답변은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기기이니 알아서 고쳐보라는 매몰찬 대답이었다. 자기들이 방법을 모르면 에이수스 본사 같은 곳에 물어보겠다는 정성 정도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다 그저께 밤에 꿈속에서 에이수스 홈페이지에 순정 롬 파일인지 펌웨어 파일인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깨고 나서 이런 꿈까지 꿔야하나라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하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에이수스 홈페이지를 가봤더니 거짓말처럼 펌웨어가 떡하니 올라와있었다. 그리하여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이 펌웨어 파일을 어떻게 하면 설치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시간이 지속되었다.
원래 이 파일은 내장 sd의 루트 디렉토리에 넣어두면 기기가 알아채고 설치하도록 제공된 것이다. 하지만 벽돌 상태에서 윈도우 탐색기를 이용하여 내장 sd에 파일을 넣을 방법은 없다.
xda의 글들을 보면 명령 프롬프트 상태에서 이 파일을 adb, fastboot 명령을 이용해 밀어넣을 수 있고, 아니면 CWM이나 twrp 리커버리 상태에서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인텔칩을 쓴 기기는 다 그런지 모르겠는데 CWM이나 twrp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cwm의 경우는 특정 방식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즉 한 번은 cwm 리커버리가 가능한데 다음 부팅에서는 그냥 droidboot가 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벽돌 상태에서는 adb가 통하지 않는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adb가 되려면 보통 기기의 usb 디버깅이 켜진 상태여야 하는데 벽돌 상태에서는 그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fastboot로는 기기를 인식할 수 있었다. 즉 cwm 리커버리를 통한 설치는 불가능해보였다.
그 다음으로 droidboot에서 펌웨어 파일을 외장 sd에 넣고 sd download? sd update?를 시도했는데 asus_bundle.zip을 찾을 수 없다는 등의 오류 메시지를 뿜어낼 뿐이었다.
검색하다보니 ASUS flash tool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기존에 다른 태블릿 쓸 때 보았던 펌웨어 업그레이드 용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보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확장자가 RAW인 파일을 써야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지금까지는 에이수스의 젠폰 시리즈에 이용할 수 있는 도구였는데 지원되는 기기 중에 에이수스의 태블릿들도 다수 보였고 젠패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젠패드용 RAW는 없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펌웨어의 zip파일을 적용해보았지만 오류가 나며 실패했다.
재미있게도 실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열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은 zip 형태였지 raw가 아니었다. xda에서 본 어떤 글에서는 확장자 raw를 zip으로 바꿔서 압축을 푸는 과정이 있었다. 아마 거의 같은 파일을 약간 변형시켰거나 그냥 확장자만 다른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생겨 펌웨어의 확장자를 raw로 바꿔보기도 했지만 역시 실패.
남은 방법은 오직 fastboot 명령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fastboot devices를 하면 기기가 잘 인식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리가 없다. 보통 다른 기기를 보면 fastboot에서 유저 데이터, 시스템 등을 지우고 나서 몇 가지 이미지 파일을 플래시하거나 혹은 펌웨어, 업데이트 등의 zip 파일을 플래시했다.
가장 그럴듯하게 보인 방법이 ASUS 미모패드 7인치 제품군에서 성공한 방식이다. 펌웨어 파일의 이름을 "제품 모델명_sdupdate"로 바꿔서 외장 sd에 넣는 방식이다. 젠패드 z580c 같으면 p01m_sdupdate.zip이 되면 맞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바꿔봤다. 그리고 펌웨어 압축 파일 안에 있는 세 가지 이미지 파일을 fastboot로 플래시해야하는데 모델이 달라서인지 파일명이 달랐다. 그래도 한 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플래시 명령어가 틀렸다는 오류 메시지가 나오며 실패했다. 플래시하기 전에 시스템을 지웠더니 기기의 벽돌 상태가 악화되었다. 전에는 넘어갔던 화면조차 넘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xda의 글에서 fastboot erase system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멘트를 읽을 수 있었다.
많은 경우 펌웨어를 fastboot로 올릴 때 리커버리 이미지 파일이나 시스템 이미지 파일을 플래싱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기기에 맞는 파일을 누가 올려주지 않는 이상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단순히 fastboot flash all을 이용해 zip 파일을 플래시하는 방식이 있길래 해보았는데 플래시는 되어도 설치가 되지는 않았다.
꽤나 절망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대로 포기할까 싶은 마음이 가득한 상태에서 xda의 글들을 읽어보던 와중에 한 글에서 나온 방식은 인텔 칩을 루팅할 때의 방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런처 배치 파일을 실행하고 ACCEPT를 치면 나오는 화면에서 T1~T4의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패드는 T2를 누르면 cwm 리커버리로 들어가서 루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벽돌이 된 이후에도 이 방법을 시도했지만 adb로 장치가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통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러나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안 될 것을 예상하면서 런처 배치파일을 열었더니 기기가 인식되는 것이다! 기묘한 일이었다. 데스크탑과 노트북 두 기기에서 온갖 드라이버 파일들, 플래시 툴을 설치했던 터라 무엇이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 수는 없다. 어쨌거나 기기가 인식된 이상 나머지 과정도 진행되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참고로 서브로 사용하는 노트북(윈도우 8.1. 데스크탑은 윈도우 7)에서 성공했음을 알려둔다.
실제로 태블릿은 cwm 리커버리 화면으로 이동했고 외장 sd를 통한 펌웨어 설치를 선택했더니 성공하고 말았다. ifwi가 포함된 어떤 문구가 나온 상태에서 한참 멈추길래 이제 정말 손대기 어려운 벽돌이 되는 것인가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다려보니 설치가 끝났다. 펌웨어가 1기가가 넘는 큰 용량이라 설치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감격스럽게 부팅이 성공한 이후 수많은 앱 업데이트가 있었고, 시스템 업데이트가 한 번 더 있었다. 아마도 벽돌 직전의 그 업데이트 같았다. 하지만 순정 상태이니 걱정하지 않고 업데이트를 실행했고 무사히 끝났다.
아마도 당분간은 조금 버벅거리더라도 순정 상태로 쓰게 될 것 같다. 이렇게 고생하고 나니 루팅 후 설정을 고칠 용기가 꽤 줄어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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