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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전반전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문자 중계를 봐야했다. 양쪽 골대가 고생한다는 말들을 보며 이 경기 재미있네라고 생각하며 집에 오자마자 보기 시작했는데 이미 후반전이 진행 중이었다.
후반전 내가 본 것 중에 헨더슨의 회심의 슛이 베고비치에게 막힌 장면을 제외하곤 리버풀에서 딱히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는 못한 것 같다. 제라드의 프리킥은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골문을 향했지만 오늘 베고비치 컨디션을 감안하면 너무 아쉬워할 장면도 아니다.
무엇보다 백미는 후반 88분 쯤 아거의 핸들링 파울로 리버풀이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경기가 무승부로 끝날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중계 화면은 페널티킥을 찬 월터스가 예전에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왼쪽으로 찼다는 통계를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설마했는데 이번에도 월터스는 왼쪽으로 찼고, 더구나 공을 제대로 차지 못하며 미뇰레가 막아버렸다. 리버풀 선수들이 미뇰레에게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미뇰레는 데뷔 경기에서 영웅이 되었다.
전반전 문자 중계를 보면 미뇰레가 불안한 장면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베고비치(리버풀이 이번에 미뇰레가 아니라 이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었는데)가 꾸준히 리버풀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이 경기 최고의 선수는 베고비치였으리라.
오늘 로저스는 골이 될 뻔한 장면들을 보며 손으로 머리를 여러 차례 감싸안아야했다. 미뇰레 덕분에 1라운드 무승부는 면했는데 골 결정력을 조금 더 높여야 4위권 재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아스파스가 교체될 때 누가 들어올까 싶었는데, 구설수의 스털링이 교체 선수였던 걸 보면 로저스에게 꽤 믿음을 준 것 같다.
은존지가 쿠티뉴의 멱살을 잡고 루카스의 얼굴을 손으로 밀쳐내고도 경고를 받지 않은 건 유감이다.
어쩌다 덴마크 TV의 중계를 보았는데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자국 선수인 아거를 화제로 삼았다. 그렇다고 한국 선수가 소속된 팀을 그 선수 위주로 해설하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당연히 덴마크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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