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여름 초반 잉글랜드에서 멀리 떠나 고국 우루과이에서 일련의 인터뷰를 통해 리버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분명하게 밝혔던 수아레스가 이제 잉글랜드에서도 리버풀을 떠나 아스날로 가고 싶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가졌다.
BBC의 관련 기사를 보면 이 인터뷰는 가디언과 텔레그라프라는 잉글랜드 주요 신문사의 기자들과 이루어졌다. 왜 그랬을까, 두 신문사라면 리버풀 담당 기자인 앤디 허터와 크리스 바스콤과 인터뷰를 한 것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실제 두 기사를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아레스가 인터뷰를 가진 기자는 가디언은 시드 로우, 텔레그라프는 피트 젠슨이었다. 두 명 다 스페인 축구 기사를 많이 쓰는 저널리스트다.
수아레스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어 장사를 한다고 비난한 잉글랜드 미디어 중에서도 그나마 자신의 말을 오해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스페인어에 능한 저널리스트들을 골라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수아레스가 이 인터뷰를 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재미있다. 주말에 올림피아코스와의 경기가 안필드에서 있었고, 수아레스는 지금까지의 프리 시즌 경기와 마찬가지로 후반 막판에 교체로 투입되었다. 오래간만에 안필드에서 뛰는 수아레스를 보게 된 팬들은 이적을 추진하는 그에게 따뜻한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그들의 환호에 답하지 않았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월요일에 팀 훈련에서도 리버풀 팬들이 수아레스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수아레스는 마찬가지로 시큰둥했다고 한다.
수아레스가 올림피아코스 경기 때 발을 다친 것 같다는 언론 기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젯밤(현지 시각으로는 화요일 오전)에는 수아레스가 훈련 중에 발 부상으로 잘 못 뛰는 것이 분명해 진찰을 받았고 귀가 조치를 받았다는 뉴스들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서 수아레스는 노르웨이 원정 친선 경기 결장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셀틱과의 프리 시즌 마지막 친선 경기에도 못 나올 것으로, 아니 안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정황 증거로 보아 수아레스가 리버풀을 위해 뛰기 싫었고 그것을 발 부상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언론들에서 점잖음을 유지하기 위해 억측을 자제하긴 했지만 어제 오전 수아레스가 발 부상을 당했으면서 혼자서 잘도 운전을 하고 돌아갔다고 돌려말했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도 잠깐 썼지만 현재 프리미어 리그 3대 이적 루머의 주인공들인 베일, 수아레스, 루니가 모두 '공식적으로' 부상 중이다.
그리고 수아레스는 운전을 하고 처음에 집에 갔는지 몰라도 어느 시점엔가 가디언과 텔레그라프의 두 기자와 만나 아스날 이적을 원하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지만 기사가 올라온 시각을 감안하면 아마도 리버풀 선수단이 노르웨이로 향하는 와중이었을 것이다. 비겁함이 엿보인다.
인터뷰 내용을 세세히 살펴볼 필요는 없다. 40m 파운드의 제안이 온다고 하더라도 팔 의무는 없다는 리버풀의 입장을 자신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고 최근 수아레스 측근의 말로 언론에 공개된 작년 여름의 약속을 리버풀이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엔 억측처럼 들렸던, 수아레스가 지난 시즌 첼시와의 경기에서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었던 것은 리버풀에서 떠나기 위한 전조가 아니냐는 추측이 이제 거의 실현되게 되었다. 아약스에서 상대팀 선수를 물고 리버풀로 오더니 이곳을 떠날 때도 누군가를 물고 간다니. 사람을 물고 이적하건, 리그에 소속 팀이 잘못이 있다며 문제제기를 해서 떠나건 수아레스는 과거의 행적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인터뷰로 리버풀이 이 불만 가득한 선수를 데리고 있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존 헨리와 탐 워너가 수아레스를 안 판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 인터뷰가 공개되어 수아레스 측이 나름대로 타이밍을 잘 노리면서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버풀에 대한 제라드의 헌신을 기념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잘 참아 준 것이 기특하다고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수아레스가 이적한다면 많은 면에서 토레스 이적과 비교될만하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실제 이적이 이루어진다면 비교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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