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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루이스 수아레스 이적 여부와 리버풀의 기로

by wannabe풍류객 201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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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버풀하면 수아레스의 이적 여부가 최고의 관심사지만 시선을 조금 바꿔서 시작해보자. 


사실 수아레스가 이적을 하건 말건, 레이나가 나폴리로 가서 리버풀을 비난하건 말건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어차피 언젠가 떠날 선수들이었고 어젯밤 기념 경기를 가진 제라드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면 충성심이란 건 요즘 축구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제라드의 경우에도 리버풀을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무수히 많은, 아니 대부분의 로컬 보이들은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리버풀에서 억지로 떠나야했다. 충성심이란 건 대체로 팀의 수준과 선수의 수준이 적당히 균형이 맞을 경우에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심리다.


수아레스가 떠나겠다는 것은 리버풀이 자기의 수준에 맞지 않는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파 베니테스 이후의 감독들은 리버풀을 챔피언스 리그로 이끌지 못했다. 토레스는 그걸 빌미삼아 첼시로 이적했고 활약상은 미미했지만 지독히도 우승 운이 좋아 온갖 종류의 메달을 목에 걸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레스가 떠나며 리버풀에 온 수아레스는 토레스처럼 우승을 경험하고 싶을 것이다. 


이제는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개러스 베일이 최고의 선수들의 종착지 같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앞두고 있듯이 수아레스는 스페인으로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프리메아 리가에서 재정 형편이 좋은 편인 레알 마드리드라고 해도 100m 유로에 육박하는 베일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나면 수아레스를 영입할 여력이 없다. 로저스 감독은 수아레스의 이적료로 전에는 카바니의 55m 파운드 정도를 부르다가 어젯밤엔 베일의 이적료를 언급하며 아스날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수아레스는 이바노비치를 물기 전까지 베일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선수상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선수를 택했고, 두번째로 좋은 선수는 베일의 영입이 실패할 경우에만 염두에 두고 있고, 아스날보다 많은 돈을 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얼핏 나온 이야기지만 인종차별, 다이빙에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를 두 번이나 깨문 기행을 보이는 선수보다는 베일이 훨씬 좋은 선택지이긴 하다. 리버풀이 수아레스를 보호하고 옹호하며 실추된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은 당연해보인다. 


수아레스는 가장 가고 싶은 팀에서 불러주지 않고, 그나마 자신의 가치에 근접한다고 생각하는 클럽인 아스날로의 이적도 난항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리버풀에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리버풀은 여러 종류의 문제를 일으키며 출장금지를 당하지만 실력 하나는 최고 수준인 이 선수를 정말 앞으로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40m 파운드라도 받고 팔아버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닐까. 그렇게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문제는 같은 수준의 대체자를 구할 수 있느냐이다. 므키타리안이 도르트문트를 선택한 것처럼 지금의 리버풀은 유럽의 탑 레벨 선수들에게 최선의 행선지는 아니다. 미친 듯이 소비할 수 있는 중동이나 러시아 머니를 갖춘 클럽들이 먹잇감을 노리며 일찌감치 좋은 선수들을 챙겨갔고, 리버풀과 달리 계속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에 리버풀이 잘 알려진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는 어렵다. 


리버풀은 아스파스, 알베르토, 미뇰레, 투레 같은 선수들을 더하며 지난 몇 시즌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지도 모른다. 수아레스의 도움이 없거나 적어도 프리 시즌 모든 경기를 잘 치렀다. 모예스의 맨유가 프리 시즌에서 졸전을 벌였던 걸 생각하면 새 감독이 조직력을 갖춘 팀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 시즌을 맞는 로저스의 리버풀은 수아레스가 있거나 없거나 지난 시즌보다 더 잘 짜여진 팀이 될 수 있다. 


어차피 FSG의 방향이 팀의 주급 수준을 대폭 낮추고 어린 선수들을 키워 좋은 팀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리버풀 구단주로서 FSG의 첫번째 영입 선수인 수아레스가 거의 두 배의 이적료로, 즉 FSG가 기대한 큰 폭의 리세일 밸류를 실현하며 이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다만 가장 큰 우려는 아스날이 새 경기장 건축 기간 동안의 긴 긴축 재정과 유망주 영입 정책으로 인해 챔피언스 리그 개근 클럽이면서도 셀링 클럽으로 인식되어 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리버풀이 이미 그 사이클에 들어가버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리버풀은 경기장 신축은 아니지만 증측을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FSG의 정책은 유망주 영입 후 육성 정책이다. 


공교롭게도 아스날은 이제 셀링 클럽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 여름 대형 영입을 공언했고 그 대상이 바로 수아레스다. 원래 후보들은 루니, 수아레스, 이과인이었는데 이과인은 나폴리로 이미 이적했고, 루니는 이적한다면 첼시 행이 유력하다. 그러므로 수아레스가 아스날의 최우선 영입 대상인데 리버풀이 쉽게 놓아줄 자세가 아니다. 벵거는 어린 선수 사노고가 잘 할 거라고 공언하거나, 수아레스 없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만 대형 영입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럼 그렇지라는 조롱이나 팬들의 한탄을 듣게 될 것이다. 


리버풀은 아스날의 전철을 밟으며 괜찮은 팀이지만 우승 트로피가 없는 셀링 클럽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담을 안으면서 수아레스를 잡아두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아 수아레스를 잡아둘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이다. 이미 작년 여름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놔줄 수 있다는 약속을 선수와 했다면 이번 여름에도 비슷한 조건으로 수아레스 측과 합의해야 할 것이다. 


리버풀로서는 수아레스가 남건 떠나건 새로운 시즌에는 반드시 챔피언스 리그에 복귀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상위권 팀들의 감독이 대거 바뀐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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