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mporary

파괴자들? 올리버 스톤 감독의 Savages

by wannabe풍류객 2012. 11. 7.
반응형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화 설명은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으나 실제 영화를 보고 나니 실망감이 몰려드는 건 어쩔 수 없다. Imdb의 평점은 평범한 영화의 수준이었고, 로튼토마토 평점은 5점대, 그리고 네이버 영화의 평점도 비슷하고 전문가 평점은 3점대를 기록했다. 남의 평점이 어떻건 영화를 재밌게 보면 그만이긴 한데 가만 곱씹어 봐도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약을 권하는 영화는 당연히 아닐 테다. 벤이 마약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걸 보면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마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전하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이 마약 그리고 거기에 걸린 막대한 판돈 때문에 엄청난 조직적 범죄가 자행된다. 영화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인물인 벤은 평화주의자, 부처에서 살인자로 변한다. 벤은 별 생각없이 돈을 벌자는 목적에서 새로운 마약을 과학적으로 만들어내지만 재생 에너지를 위해 마약 사업은 기꺼이 버릴 자세를 취한다. 마약 카르텔과 싸우는 것은 오(필리아)를 구한다는 목적 단 하나 때문이었다. 


한국에서의 영화 제목 '파괴자들' 그리고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상은 이 영화를 액션 영화로 기대하길 권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에서 액션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원제 savages를 '야만인들'로 번역했다면 영화 내용에 더 맞았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savages 라는 대사는 여러 차례 등장한다. 벤과 촌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야만성을 지적하기도 했고, 멕시코 조직 측에서 벤, 촌, 오의 기묘한 애정 관계를 비난하며 야만인들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와닿지는 않지만 영화 마지막에서는 오가 아름다운 야만인들이라는 말을 한다. 더 이상 대형 몰에서 쇼핑을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쉬워 납치당했던 오,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인도네시아라는, 그녀가 보기엔 야만성이 간직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마약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저질 자본주의의 세계로부터 순수하다고 상정되는 아시아의 오지(?, 그러나 사실은 예쁜 관광지)로 탈출해야한다는 메시지일까. 만약 그렇다면 올리버 스톤의 이 신작은 두 시간이 넘는 지리한 시간 동안 미국의 병든 모습을 찌질하게 그려내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미국에서 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영화가, 특히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인 걸 감안하면, 쓰레기 같다고 평가되긴 하지만 재밌는 설정들은 많이 있다. 벤과 촌의 대립적인 성격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비유하는 기사가 있기도 한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인들이 마약을 그렇게 좋아하면 첨단 과학으로 좋은 걸 길러내면 어떠냐는 새로운 질문(누가 실제로 하고 있을 법하다)이 신선했다. 더구나 벤의 새로운 작물은 아프가니스탄이 만들어낸 파괴된 영혼, 워가즘의 촌이 새로운 씨앗을 가져옴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이 신흥, 독립, 소규모 마약 집단은 국가 차원에서 미국에게 종속적이지만 마약 부분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조종하는 멕시코로부터 박해를 받는다. 


오필리아라는 이름은 그 유명한 햄릿에서 비롯된 오필리아의 죽음을 연상시키고 영화에서도 바로 그 내용을 소개했던 것 같은데 햄릿과 어떤 연관성을 더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또한 영화는 벤, 촌, 오가 이 집단의 정체성을 묻는 과정에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내일을 향해 쏴라' 같지 않냐고 말하고, 그 두 남성이 나중에 죽지 않냐라고 확인하며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다. 영화를 전개하면서 내일을 향해 쏴라와 비슷하게 만들어낸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영화가 두 개의 결말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나중의 비교적 해피엔딩, 그러나 영화적 설정 속에서는 너무 어색한 해결이었던 그 방식보다는 먼저 제시된 결말이 원래 오필리아가 원했던 것이라는 말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해가 된다. 만약 올리버 스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다면 눈을 현혹하는 장면들을 배제하고 더 분명하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