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에서 로저스 감독은 전권을 갖고 있나

유럽 축구의 이적 시장 마지막날에는 광기가 넘쳐나지만 리버풀에는 보통의 광기와는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앤디 캐롤을 웨스트 햄으로 보내며 루이스 수아레스 이외에 증명된 공격수가 없는 리버풀이 다른 공격수를 데려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입을 하지 못한 광기. 로저스 감독은 캐롤의 대체자 영입에 자신이 있었지만 결국 그의 수차례의 자신감과 달리 적어도 1월까지 수아레스, 보리니에 모건, 예실 같은 10대 유망주들에 의존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8월 31일의 상황은 리버풀에서 로저스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의문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이 리버풀에 루이스 판 할 같은 축구 디렉터가 있으면 로저스가 리버풀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던 점 때문에 로저스가 리버풀에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음이 명확해졌고, 이는 단지 구단주들이 클린트 뎀프시의 이적료로 6m 파운드가 적절하다고 믿지 않아서 영입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다. 축구에 문외한임을 인정한 구단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누군가가 따로 있다.

최근 텔레그라프 제이슨 버트의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은 '기술 위원회(technical committee)'를 구성하기로 했다. 버트의 특종 보도이기 때문에 다른 언론들을 통한 교차 비교는 할 수 없었으나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로저스 감독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이다. 위원회가 단순히 로저스를 돕는 게 아니라 리버풀 축구의 방향을 정하는 역할까지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감독의 역할을 분명히 제한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로저스가 처음 리버풀에 부임할 때 구단주들로부터 들었던 말과 다른 것일까? 

몇 달 전 케니 달글리쉬가 리버풀 감독에서 해임된 이후 리버풀은 축구 디렉터와 감독이 함께 작업하는 '대륙적'인 클럽 운영을 원한다고 천명했다. 이 방식은 FSG가 리버풀을 인수한 이후 줄곧 견지한 입장이고, 코몰리를 축구 전략 디렉터로 데려오며 실현된 바 있다. 그러나 케니 달글리쉬가 정식 감독이 되며 코몰리의 역할은 통상의 축구 디렉터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보였고, 달글리쉬는 다우닝이나 헨더슨 혹은 아덤처럼 값비싼 실패로 기록된 작년의 영입 선수들을 다 자기가 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생각과 달리 케니의 두번째 리버풀 감독 시기는 영국의 전통적인 매니저 타입의 감독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FSG는 다시 판을 짜면서 '디렉터+감독' 체제를 리버풀에 이식하려했다. 그러나 언제나 로저스가 1순위였다고 주장한 리버풀은 그가 축구 디렉터 밑에서 일할 수는 없다고 말하자 타협안을 제시한다. 판 할처럼 개성 넘치고 카리스마있는 1인과 함께 일하지 않게는 해주겠으니 디렉터의 역할을 여럿이 분담하는 체제에서 일하라고 말이다. '기술 위원회'에 대해 말하는 버트의 최신 기사는 이렇게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6월 1일 이안 에어의 말을 보자.

"우리가 마련한려는 구조는 축구 부문의 사람들의 집단적인 모임인 더욱 대륙적인 형태의 구조입니다.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는 축구 디렉터를 두려고 하지는 않지만 클럽의 축구 측면에서 브렌던과 협력하여 작업할 집단이 있을 것입니다.

"[새 선수 영입에 있어] 이는 '위원회에 의한 영입'의 과정이 되기보다는 '위원회에 의해 분석'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선수를 찾고 발견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이고 브렌던이 거기에 큰 권한을 가질 것입니다.

"우리의 구조에서 우리가 선수들을 우리의 감독에게 강요하는 요소는 없습니다. 아주 전형적이고 대륙적인 스타일로 사업의 모든 부문에서 온 다양하고 자격있는 사람들이 협력하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로저스는 한 명의 디렉터 밑에서 일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고, 집단적인 위원회 체제를 수용했다. 6월 1일 로저스의 부임 당시에도 이 위원회의 위상이 어떤지에 대한 혼란은 존재했다. 대체적인 의견은 이들이 집단적 사고를 통해 매니저형 감독이 혼자 다 결정할 경우 저지를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리버풀의 경우엔 감독의 권력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여름 동안의 일을 보면 이 위원회가 감독을 넘지는 못하더라도 견제는 충분히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보통 조 앨런의 영입에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이 그 증거라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 위원회의 명칭 자체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6월 1일 경 언론에 '기술 위원회(technical board)'가 등장했고, 6월 9일에는 '이적 위원회(transfer committee)'라는 명칭이 언급되고 9월 8일 버트의 기사를 통해 '기술 위원회(technical committee)'가 나왔다. 이 위원회의 구성은 이안 에어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온갖 전문가들이 포함될 수 있는데, 적어도 6월 초반에는 스카우팅, 스포츠 과학[의학], 기술 담당, 축구 행정 전문가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스카우팅 부문은 맨체스터 시티 출신의 헌터와 팰로우스를 통해 해결되었으나 나머지 영역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의 영향력을 말할 수는 없으나 전부터 리버풀에 있었던 분석담당관 마이클 에드워즈는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골닷컴은 에드워즈가 승진해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더 타임스는 그가 선수 영입에 있어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하며, 스포츠 저널리즘 부문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마틴 새뮤얼은 리버풀 구단주들이 에드워즈나 아직은 규정상 리버풀에서 일할 수 없는 팰로우스, 헌터로부터 조언을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드워즈, 팰로우스, 헌터라는 이름들은 세간에 알려진, 로저스를 견제할 수 있을만한 이름들이지만 사실 구단주 존 헨리의 사고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리버풀이 케니의 후임 감독을 찾을 때부터 축구를 잘 아는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정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가 누구인지 몰라도 로저스가 간절히 원하는 뎀프시 영입에 반대한 점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만약 뎀프시가 토트넘에서 부진하고, 리버풀의 신예 공격수들이 기적처럼 맹활약한다면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리버풀의 공격진은 명백하게 취약해졌다. 

로저스는 리버풀 감독이 되며 위원회와 함께 일하게 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가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내리진 않지만 이제는 적어도 자신의 결정이 실현되는 걸 지연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구단주를 조종하고 있기도 하다. 제이슨 버트의 보도처럼 위원회가 구성되어 작동하게 된다면 그 목소리는 사람의 모습을 띄고 위원회 안에서 움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로저스는 정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