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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군내 간첩 논란에 즈음하여

by wannabe풍류객 200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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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간첩이 현역 군인으로 활동하며 공작을 펼쳤다는 기사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어제는 군 '간첩용의자 50명' 메모 논란이라는 기사까지 나오며 국민에게 걱정을 안겨준다.

이런 뉴스를 보면 예전 군에 입대하던 시절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멋모르고 현역병에 자원 입대했던 시절 306 보충대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고, 그게 의정부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어쨌거나 명령대로 입소했다. 부모님, 친지, 친구가 떠난 연병장은 금세 살벌하게 변했고 개에 쫓기는 가축떼처럼 '장정'들은 내무반에 쳐넣어졌다.

군대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지만 조금 있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나의 운명을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어떤 친구는 병원 진단서를 갖고 와서 며칠 자다가 면제 처분을 받은 듯 했고, 그럭저럭 건강한 1급이었던 나는 주변의 동기 입소생들처럼 경기도 북쪽의 어느 외진 부대로 갈 터였다.

그 와중에 306 보충대에서 수방사로 빠지는 기회가 있다느니 하는 루머가 돌았다. 누군가 뽑아가는 눈치만 보이면 용감히 손을 들어 휴전선 근처 부대로 가지 않고 싶었다. 며칠째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복 차림의 아저씨들이 '장정'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캐묻는 시간이 있었다. 난 여기서 손들면 좋은데로 가는 줄 알고 아저씨들의 질문에 열렬히 호응했다.

하지만 무언가 지적인 대학생을 가려내는 듯한 아저씨들의 질문이 필터링해낸 사람은 바로 불온세력들이었다. 시위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나는 난쏘공을 봤다는 이유로 그 틈에 끼었다. 기무사라는 것의 존재도 처음 알았는데 나의 학력을 보더니 이것저것 캐묻는다. 듣도보도 못한 사람 이름을 열거하고, 자기가 누구를 잡아넣었다고 자랑, 혹은 위협을 하고. 하지만 정말 아무 것도 그분의 기대에 호응할 무언가를 가지지 못했기에 금세 되돌아가서 며칠 후 5사단행 통보를 받고 연천에서 2년 2개월을 썩었다.

그렇다. 군대 제대한지 오래되어 장담은 못하지만 기무사라는 조직이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마당에 군내 간첩 활동이 왠 말이냐. 간첩이 실제로 많다면 기무사라는 조직의 존재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기에 엄청난 문제가 된다. 그네들은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은 학생운동 경력의 대학생까지도 관리하는 조직이다. 간첩이 많을래야 많을 수가 없고, 간첩용의자가 50명이나 될리도 없다.

언론에 설명한대로 "군 침투 간첩 용의자는 친인척 관계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북한이 접근 가능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장병을 의미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설명 자체도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젠 질색인 음모이론을 제기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요즘 세상에 간첩의 위협이 60~70년와 같을 것 같지는 않기에 별 걱정은 안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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