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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소식을 차분히 쓰기에 심적, 물리적 여유가 없었던 나날이다. 그날 그날 주요 뉴스를 따라가기도 바빴다. 최근 잉글랜드 축구의 최대 화두는 무암바였다. 다행히 그는 생명을 잃지 않았지만, 엔터테인먼트화된 축구장에 죽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며 많은 이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리버풀은 선더랜드, 에버튼, QPR을 상대로 패승패의 성적을 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시즌 초반의 목표였던 리그 4위 이내 진입은 갈수록 불가능한 것이 되어 가지만, 케니 달글리쉬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 운이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아무리 레전드라도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원성을 사고 있다.
Ronnie Moran (left), manager Kenny Dalglish and assistant manager Roy Evans enjoy the club's 18th championship title by wekkuzipp |
팬들 사이에서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까지 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온라인 상의 팬들 사이에서의 분위기일 뿐이고 실제로 케니 달글리쉬가 해임될 기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제 데일리 메일의 EPL 감독 경질 레이스에서 케니는 18위였고, 그의 밑에는 리그 1, 2위 감독이 있을 뿐이었다.
최근 몇 달 간 리버풀이 아무리 졸전을 벌이더라도 잉글랜드 언론은 케니의 거취 문제를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QPR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이후 케니에 대한 비판 기사들이 몇 개 언론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그가 경질되거나 여름에 리버풀을 떠날 전망을 말하는 내용은 없다. 예를 들어 데일리 메일은 케니가 적어도 다음 시즌까지 기회를 부여받을 것이라고 예견했고, 텔레그라프의 경우 경질은 의제가 아니고 리버풀의 선수단 강화를 위한 자금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 리버풀이 당면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디펜던트의 경우 리버풀이 컵 대회에 주력하느라 리그 경기에서 '피로'했던 것이 리그 부진의 원인임을 지적한다.
리버풀 소식으로 먹고 사는 리차드 벅스턴은 리그 성적의 책임은 온전히 케니에게 있다는 글을 썼다가 트위터 상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리버풀 이야기로 먹고 사는 폴 톰킨스는 최근 리버풀의 부진을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너무 리버풀의 상황을 호의적으로 쓰는 데다 워낙 장문으로 쓰는 스타일이라(사이트의 글이 대부분 유료 회원 아니면 읽지 못하기도 하고) 제대로 읽지는 못 하고 있다. 다만 한 달 정도 전이었던가 톰킨스가 리버풀의 경기력이 들쑥날쑥할 거라고 예측했던 것이 들어맞는 게 신기하긴하다.
SI, 즉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젠 창이 라파 베니테스와 인터뷰를 했다. 라파 참여하여 개발된 축구 전술 앱 이야기나 학부형 라파, 골키퍼 챙기는 라파 등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그의 거취와 리버풀 시절 이야기에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전까지의 입장과 달리 라파가 '잉글랜드 클럽'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첼시가 펩과 무링요 유혹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밑밥을 던지는 걸까?
Barça Osasuna by Living In Pixels |
리버풀 시절에 대해서는 다니 알베스와 요베티치 이야기가 골닷컴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우선 2008년에 알베스를 영입하고 싶었고 그럴 수도 있었지만 팀 보강의 우선 순위는 스트라이커 혹은 윙어하나였기에 영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얼마 전에 라파가 놓쳤다고 알려진 타겟들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이기에 나중에 사실 관계를 따질 예정이다. 악명 높은 아퀼라니가 영입된 2009년에는 원래 피오렌티나의 요베티치도 사려고 했으나 돈이 없었다고 한다. 젠 창은 알론소를 30m이나 받고 팔았으면 둘 다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추궁했는데, 라파는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밝히지 못할 어떤 사연이 있음을 암시했다. 알베스건 요베티치건 아쉬운 선수들이다.
리버풀의 매니징 디렉터(누군가 그렇게 하듯 경영 이사라고 번역하는 게 좋을까?)인 이안 에어는 최근 몇 차례 인터뷰 과정에서 루이스 수아레스를 언급했다. 먼저 에브라와 얽힌 그 사건에서 리버풀이 전체적으로 잘못 대응했음을 인정했고, 케니가 모든 비난을 받게 내버려두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리버풀의 여름 이적료가 챔스 진출과 무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위의 텔레그라프 기사는 다른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두고볼 대목이다.
또 얼마 전 우루과이의 엘 빠이스 신문의 기자가 마음먹고 리버풀에 와서 수아레스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내용의 일부가 잉글랜드 언론에 기사로 나왔는데 그 중엔 수아레스가 재계약을 원한다는 식의 표현도 있었다. 처음엔 리버풀에 충성을 맹세한다는 뉘앙스로만 이해했지만 실제로 클럽과 선수가 재계약 협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어는 축구 디렉터 데미앙 코몰리가 수아레스의 에이전트와 곧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영입된지 1년이 조금 넘은 선수와 재계약을 한다면 협상의 내용은 기간 연장보다는 수아레스의 연봉 인상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혹은 선수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클럽 차원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을까?
마지막으로 리버풀의 유망주 중 하나인 라힘 스털링이 여름에 클럽을 떠날 수도 있다는 뉴스다. 데일리 미러에서 계속 이런 기사를 내고 있는데 다른 언론을 통해서 체크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1군에서 스털링이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리버풀이 스털링에 대한 임대 제안을 전부 거절하고 있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리그에서 리버풀의 부진이 주전들의 피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앞으로 스털링 같은 유망주에게 잠깐이라도 기회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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