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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골키퍼. 레이나가 아니다. 이번 시즌에 새로 온 브라질리언 카발리에리도 아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리저브 경기에서라도 뛰는지 잘 모르겠는 리버풀의 골키퍼. 프랑스 대표로 월드컵에 나갈 뻔 했던 유망한 키퍼 샤를 이탕쥬가 어제부터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로. 바로 얼마전 있었던 힐스보로 20주년 추모행사에서 장난을 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그리고 이 일로 14일 동안 훈련장에 나오지 말라는 감독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
수많은 리버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화가 났다.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가족, 친척, 이웃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96명이나 죽어갔는데 그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장난을 친다? 리버풀 선수가? 이탕쥬는 그 행사에 아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학창 시설 곧바르게 줄을 서서 지긋지긋한 조회 시간을 '견뎌내야' 했고, 때로는 아니 종종 참지 못해 옆 친구와 실없는 소리를 했고, 다리를 가만 두지 못하고 계속 움직여서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아야했다. 이탕쥬 실력이 레이나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적 첫 시즌에도 별로 기회를 잡지 못했겠지. 하지만 이번 시즌엔 카발리에리에 밀려 아예 한 번도 1군에 이름을 올릴 수도 없었다. 카발리에리 영입은 사실상 이탕쥬의 타팀 이적을 의미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여름 타팀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후에도 분데스리가에서 임대 후 완전 이적을 요청한 팀이 둘이나 있었지만 리버풀이 완전 이적만을 요구해서 여태 리버풀에 그냥 머물러 있다. 실망하고 좌절한 프랑스인이 리버풀 지역 일에 관심을 가질까?
과거에 대한 숭배는 조상(신)에 대한 숭배에서 시작되었다는 측면에서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유럽에서 기독교의 권위가 떨어진 19세기 이후 과거에 대한 기억 되살리기, 과거 미화는 새로운 양상으로 강화되었다. 바로 민족주의와 연결된 것이다. 수많은 고인들이 민족의 영웅으로 되살아났다. 물론 리버풀의 경우, 2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참사를 추모하는 일이 민족주의가 날조하는 과거 미화와 동등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리버풀이 힐스보로 참사와 이후 킹 케니의 사임이라는 큰 일을 겪고도 이전의 20년처럼 우승을 밥먹듯이 했다면 상처는 쉽게 아물었을 것이다라는 생각, 즉 힐스보로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리버풀이 우승하지 못하는 현실의 아픔이 나을 수 없는 깊고 깊은 상처로 작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 리그 우승을 이끈 킹 케니가 리버풀을 위해 일하게 된다면 기분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오래간만에 리그 종반까지 우승을 다투는 리버풀에 좋은 작용만 하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고, 별 효과가 없다면 과거의 영광과 참혹한 추락에 발목을 잡힌 채 미래를 향하지 못하는 퇴락한 명문의 이미지가 더더욱 굳어질 것 같아 두렵다. 철없는 이탕쥬의 행동을 너무 책망하지 말고,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케니의 귀환에 너무 환호하지 말고, 조용히 끝까지 리그 우승 경쟁을 하는 리버풀이 되기를.
수많은 리버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화가 났다.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가족, 친척, 이웃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96명이나 죽어갔는데 그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장난을 친다? 리버풀 선수가? 이탕쥬는 그 행사에 아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학창 시설 곧바르게 줄을 서서 지긋지긋한 조회 시간을 '견뎌내야' 했고, 때로는 아니 종종 참지 못해 옆 친구와 실없는 소리를 했고, 다리를 가만 두지 못하고 계속 움직여서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아야했다. 이탕쥬 실력이 레이나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적 첫 시즌에도 별로 기회를 잡지 못했겠지. 하지만 이번 시즌엔 카발리에리에 밀려 아예 한 번도 1군에 이름을 올릴 수도 없었다. 카발리에리 영입은 사실상 이탕쥬의 타팀 이적을 의미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여름 타팀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후에도 분데스리가에서 임대 후 완전 이적을 요청한 팀이 둘이나 있었지만 리버풀이 완전 이적만을 요구해서 여태 리버풀에 그냥 머물러 있다. 실망하고 좌절한 프랑스인이 리버풀 지역 일에 관심을 가질까?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 닥치는 일이기에 아무리 악인의 죽음이라도 "잘 죽었다!"고 환호할 수는 없다. 모든 죽음엔 엄숙한 것이 있다. 게다가 무고한 힐스보로의 희생자들의 경우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추모식이 열린 안필드에서 이탕쥬의 행동은 그런 의미에서 잘못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그는 지난 여름, 하다못해 겨울에라도 다른 팀으로 갔어야 마땅한 선수다. 그를 붙잡아놓고 추모식까지 출석하라고 했을 때 이탕쥬는 또 하나의 짜증스러운 일이 생겼다고 툴툴거리지 않았을까. 그 지겨운 시간. 잊고 싶은 시간. 바로 과거를 숭배하는 리버풀에서의 시간.
오늘 리버풀 오피셜에 마스케라노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전에 있던 클럽 리버 플레이트에도 1968년에 74명의 팬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지만 리버풀 팬들처럼 추모하지는 않는단다. 마스케라노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했지만 어느 팀에서도 보기 힘든 리버풀의 추모 문화는 약간 지나친 점이 있는 건 아닐까? 이는 리버풀 팬인 나로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이야기다. BBC에서는 지난 주 풋볼 포커스 프로그램 전체를 힐스보로 참사에 대한 내용으로 채우며, 참사를 영국 스포츠의 가장 비극적인 날 중 하나로 규정했다.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한 지역 사회에 집중되어 일어났으니 그 지역 주민들이 남들 보기에 유별나게 추모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또 많은 팬들은 과거를 적절히 추모하는 게 좋아보여서 리버풀을 응원하기도 한다. 지역 공동체와 클럽이 끈끈하게 뭉쳐서 덜 자본주의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꺼림칙함이랄까 깔끔하지 못한 기운이 남는다. 오늘자 리버풀 에코에서는 리버풀의 레전드 중 레전드 '킹' 케니 달글리쉬가 리버풀 아카데미에서 한 자리를 맡을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어느덧 케니의 나이도 58세. 아카데미를 맡던 할아버지 나이의 스티브 하이웨이를 내보냈고, 단장 릭 패리마저 내보낸 라파가 케니를 왜 영입하는 것일까? 기사에 따르면 아카데미에서 고문역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상 명예직이다. 권력에 민감한 라파가 실질적인 권한을 다른 누구에게 나눠줄리 없다. 일견 반갑지만 알고보면 별 대단할 것도 없는 뉴스지만 힐스보로 참사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발휘한 케니의 일화와 겹쳐져서 상승작용을 하는 것 같다.
과거에 대한 숭배는 조상(신)에 대한 숭배에서 시작되었다는 측면에서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유럽에서 기독교의 권위가 떨어진 19세기 이후 과거에 대한 기억 되살리기, 과거 미화는 새로운 양상으로 강화되었다. 바로 민족주의와 연결된 것이다. 수많은 고인들이 민족의 영웅으로 되살아났다. 물론 리버풀의 경우, 2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참사를 추모하는 일이 민족주의가 날조하는 과거 미화와 동등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리버풀이 힐스보로 참사와 이후 킹 케니의 사임이라는 큰 일을 겪고도 이전의 20년처럼 우승을 밥먹듯이 했다면 상처는 쉽게 아물었을 것이다라는 생각, 즉 힐스보로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리버풀이 우승하지 못하는 현실의 아픔이 나을 수 없는 깊고 깊은 상처로 작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 리그 우승을 이끈 킹 케니가 리버풀을 위해 일하게 된다면 기분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오래간만에 리그 종반까지 우승을 다투는 리버풀에 좋은 작용만 하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고, 별 효과가 없다면 과거의 영광과 참혹한 추락에 발목을 잡힌 채 미래를 향하지 못하는 퇴락한 명문의 이미지가 더더욱 굳어질 것 같아 두렵다. 철없는 이탕쥬의 행동을 너무 책망하지 말고,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케니의 귀환에 너무 환호하지 말고, 조용히 끝까지 리그 우승 경쟁을 하는 리버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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