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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리버풀 오피셜 사이트 뉴스를 살피다 전 리버풀 선수인 나이젤 클러프(Nigel Clough)가 더비(Derby County)의 감독에 임명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번뜩 떠오른 건 지난 주말 FA컵 경기에서 임시로 더비 감독을 맡았던 크리스 허칭스.
폴 주얼은 브래드포드의 선수였다가 감독이 되었다.
클러프는 아버지 때부터 더비 카운티와 진득한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 그 나름의 재밌는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클러프가 더비 감독이 되며 허칭스는 자연스럽게 실직자가 되었다. FA컵에서 약팀 포레스트 그린에게 끌려다니다 대역전극을 쓰며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인 허칭스 감독의 모습을 당분간 볼 수 없을 예정이다. 또 다시.
최근 프리미어 리그가 경쟁이 갈수록 격해지며 성적이 좋지 않은 감독들이 수시로 해고된다. 그리고 안정적인 성적을 보장할 감독이 쉽사리 보이지 않을 때 많은 경우 임시 감독(caretaker manager)을 임명한다. 임시 감독은 대부분 말 그대로 잠시동안 팀을 맡지만 최근 뉴캐슬의 커니어 감독처럼 정식 감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허칭스가 짧은 감독 생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후 위건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 더비 카운티에서 한 번 짧게 감독 생활을 하고 해고되었다. 그가 이런 길을 가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바로 폴 주얼(Paul Jewell)과의 끈끈한 인연 때문이다.
대강 이런 패턴이었다. 폴 주얼이 감독이 되었다. 크리스 허칭스를 수석 코치로 데려온다. 둘이 합작하여 약한 팀을 승격시키거나 강등 위기에서 구한다. 감독으로서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 주얼이 사임한다. 허칭스가 대신 감독 자리에 오르지만 좋지 않은 성적으로 해고된다.
처음 두 번은 이런 패턴이었는데 더비 카운티에서는 폴 주얼이 자발적 사임이 아니라 성적 부진 때문에 해고되었고, 허칭스는 감독직을 이으면서 장기간의 계약을 보장받지 않았다. 잉글래드 축구계에서 몇 번이나 데자 부를 일으킨 이 콤비의 경쟁력이 한계에 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인자의 한계라는 말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나돌았다. 감독의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수석 코치로는 최고의 재능이지만 감독 자리에 앉혀놓으면 좋은 성적을 내놓지 못하는 새미 리나 허칭스를 두고 한 말이다. 지나치게 오랜 코치 생활은 감독에게 필요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일까. 결국 어떤 이는 감독만 하고, 어떤 이는 코치만 하게 된다. 누구는 젊어서부터 1인자가 되고 어떤 이는 늙어죽을 때까지 킹메이커로 만족할 수밖에 없듯이.
몇 년 전에는 폴 주얼, 부스로이드, 크리스 콜먼과 같은 젊은 감독들이 프리미어 리그를 빛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차례차례 사임하거나 해고되었고, 최근엔 나이를 먹다 못해 할아버지가 된 감독들이 오히려 빛을 발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늙은 이는 물러날 수밖에 없고, 젊은 감독들은 잠깐의 실패를 겪었지만 더 강한 모습으로 권토중래할 것이다.
화려하게 부활할 폴 주얼 그리고 아마도 그의 주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크리스 허칭스의 4기 지휘체제를 기다려본다.
폴 주얼은 위건에서 리그 마지막 날 강등에서 탈출하고 포효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압박감을 견딜 수 없다며 사임한다. 브래드포드에서와 마찬가지로.
폴 주얼은 브래드포드의 선수였다가 감독이 되었다.
크리스 허칭스와의 질기고도 끈끈한 인연의 시작이되었다.
머리숱도 많았던 선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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