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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P에 조금 전에 올린 글이다. 수정 없이 게재한다. http://premiermania.net/bbs/view.php?id=imsi&no=22911
FA가 115쪽 짜리 보고서를 내놓아서 연초부터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네요. 우연히도 31일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망할 보고서가 나왔다길래 20페이지 가량 본 것 같습니다. 그 새벽에 tp에 올라온 글을 봤고, 더 자고 일어나서는 다른 유명 까페에 누군가 신나서 번역해 올린 걸 확인했습니다. 빨리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는데 정신적 여유가 없어 미루다 오늘에야 조금 더 읽어봤습니다. 사건의 전체 흐름에 대해 조금 떠오르는 바가 있어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첫째로 수아레스가 에브라에게 negro라는 말을 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수아레스는 한 번만 했다고 주장했고, 인종 차별을 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오히려 화해의 의도로 썼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징계 결정을 내린 위원회(IRC)는 흑인에게 피부색을 지칭하는 말을 쓰면서 더구나 경기 중에 누가 봐도 적대적인 상황인데 화해하려고 흑인이라고 말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추궁했습니다. 둘 사이에 친분이 없다는 것도 참작이 되었고요. 수아레스도 조사 과정에서 낯선 사람에게는 네그로라는 말을 안 쓸 것 같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위원회는 화해가 아니라 에브라의 화를 돋우기 위해 네그로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합니다.
에브라는 수아레스가 총 일곱 번 네그로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수아레스가 '깜둥이'에 해당할 니거가 아니라 그냥 흑인이라는 의미로 네그로를 썼다고 납득했지만 경기 중에는 자신을 니거라고 부른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기 후에 팀 동료, 퍼거슨, 주심에게 그런 식으로 진술했고요. 사건 초기에 리버풀 측은 바로 이 대목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인식했습니다. 수아레스는 에브라에게 네그로라는 말을 했지만 매우 인종차별적인 니거가 아니라 그냥 흑인이라고 말한 것에 불과하다라는 해명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죠. 실제 경기 당일 심판들과 대화 과정에서 케니와 코몰리는 수아레스 말을 들어보니 에브라가 먼저 '너는 남미인'이라는 말을 하길래 수아레스가 '너는 흑인'이라고 대응한 것이라고 진술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패널에게 수아레스의 비일관성을 리버풀 측에서 증명하는 꼴이 된 것으로 치부됩니다. 수아레스는 '왜, 흑인?' 정도의 말을 한 것이라고 최종적으로 주장하는데, 이미 경기 당일에 리버풀 사람들은 '너는 흑인이니까 (찼다)'의 단초가 될 말들을 경기 주심에게 말했던 것입니다(포르케라는 스페인 말은 why와 because 양쪽 모두로 사용됩니다). 단지 니거라는 의미는 아니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하지만 이 지점에서 수아레스가 FA 룰을 위반한 것은 명확합니다. 그래서 리버풀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에브라가 경기 중에 두 번 마리너 주심에게 수아레스가 자신을 흑인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는 대목입니다.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보고서를 보니 누군가 니거라고 불린 것으로 생각했으면서 왜 주심에게는 그냥 흑인black이라고 불린 것처럼 얘기했냐고 추궁하자, 에브라는 자신은 니거라는 말을 입에 담기 싫어한다고 답변합니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겠으나, 제가 전에 딴 데서 보고 소개한 영상을 보면 이미 오래 전 모나코 시절부터 에브라는 니거를 입에 달고 살았던 걸 알 수 있죠. (35분 30초부터)
또 이번 사건은 경기 57분을 넘어 수아레스가 에브라의 무릎을 찬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정작 에브라가 차인 것이 아닌데 시뮬레이션을 했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래 영상의 1분 20초 쯤입니다.
어떻게 보면 수아레스와 에브라의 무릎끼리 부딪힌 것 같기도 한데, 많은 사람들은 접촉이 없이 에브라가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라고 보네요. 하지만 스카이의 중계 영상을 보면 수아레스가 에브라의 무릎을 찬 것처럼 보입니다. 이 사건 자체의 성격처럼 애매한 대목입니다. 만약 에브라가 시뮬레이션을 했다면 무릎을 왜 찼냐로 시작한 에브라의 모든 말들이 가소로운 일이 될 텐데, 에브라가 그렇게까지 악랄한 선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negro를 원래 모욕적인 의미가 담긴 것으로 간주되는 '니그로'로 표기하는 점에 대해 지적하고 싶습니다. 스페인어 그리고 우루과이에서는 당연히 '니그로'가 아니라 '네그로'라고 발음하고 사용되는 말이며 기본적으로는 검은 색을 뜻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사람을 지칭할 때는 상황에 따라 호의적이기도 적대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국에서 negro를 그냥 영어식으로 이해해서 '니그로'라고 써버리면 수아레스를 나쁜 놈으로 만들기 쉬워집니다. 설령 그의 잘못이 있더라도 오해를 하며 더 비난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일단 이 정도로 하고 더 쓸 것이 생기면 다음 기회에 적어보겠습니다. 코몰리, 달글리쉬, 카이트가 수아레스의 증언에 도움이 되지 않을 말들을 했던 대목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이트는 아닙니다만... http://www.liverpool-kop.com/2012/01/fa-report-how-dalglish-comolli-kuyt.html
추가로 TP에 번역해서 올린 이번 사건의 전개 상황에 대한 한 기사를 소개한다.
추가로 TP에 번역해서 올린 이번 사건의 전개 상황에 대한 한 기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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