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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머니볼(Moneyball) by 마이클 루이스

by wannabe풍류객 201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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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마이클 루이스 / 윤동구역
출판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0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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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작가가 계속해서 독자의 흥미를 유지시키는 재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한 책이지만 미루다 이제야 봤는데,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최근 몇 년 야구를 안 본 통에 제대로 된 야구팬의 관점으로 쓴 서평이 되기는 힘들 듯 하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야구가 아닌 축구 기사를 통해서다. 리버풀의 새 구단주 존 헨리가 머니볼에서 나오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신봉자라는 언급을 본 것이다. 즉 머니볼에 나오는 경영 철학이 리버풀의 경영 방식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이 자명하기에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련한 기억 속에 오클랜드 애쓸레틱스의 영건 투수 3인방이 이름을 떨친다는 뉴스들이 남아있다. 지토, 허드슨, 멀더. 그 영향인지 야구 게임에서 오클랜드를 선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MLB는 한 번도 내가 가장 즐겨보는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 센세이션이 일기도 하는구나라는 흥미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클랜드의 좋은 성적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의 가장 큰 장점은 야구계의 상식 혹은 속설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야구에 국한되지 않고 매사에 적용될 수 있는 핵심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혼자 아무리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빌리 빈이 전통적인 방식에 익숙한 스카우터들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는 장면들 혹은 세이버메트릭스의 선구자 빌 제임스의 말이 오랜 세월 야구계에 먹혀들지 않았던 사실은 관습, 선입견의 높은 장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카우터들이 너무 뚱뚱하다, 기형적이다, 혹은 너무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외면한 선수들이 빌리 빈의 눈에는 진흙 속의 진주로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진주였던 이유는 유의미한 통계 수치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출루율과 장타율, 그 중에서도 출루율이 훨씬 강조된다. 출루율은 4구를 얻는 능력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오클랜드는 출루율이 좋다는 이유로 드래프트에서 뽑히지도 않을 것 같았던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데려왔다. 물론 야구에 집중하는 선수냐는 기본적인 정신 상태 점검을 통과한 선수에 한한 일이다.

또 빌리 빈은 찬스에 강한 '클러치 히터'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고 선수란 결국 해왔던 정도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선수의 기량이 신인 시절과 나중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주장은 소위 잠재력이라는 걸 기대하는 스포츠계의 일반적인 이야기와 다른 것 같아 충격이었다. 아마 그렇게 믿기 때문에 또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기에 오클랜드가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 모른다. 또 퇴물 취급받는 선수가 여전히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야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통계가 위력을 발휘하는 스포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의 체계적 정리는 생각보다 최근의 일로 보인다. 그러니까 실제로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통계의 작성과 축적 말이다. 여전히 통계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분야도 있다고 한다. 옛날의 통계는 빌리 빈이 단장을 맡기 시작할 때 선수 영입의 참고자료로 매우 미흡해서 빈은 다른 분야에 주목해야 했는데 마침 세이버메트릭스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통계를 내는 회사가 생겨나 그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는 '머니볼'의 주인공은 빌리 빈이라고 봐야겠지만 오클랜드의 성공에서 그만의 공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 빌리는 선수들 연봉의 급등이라는 환경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구단의 자금을 활용해야만 했다. 아마도 이 환경이 오클랜드 구단주가 빈을 단장에 앉히고, 혁신적이었던 그의 방식을 내버려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또 빌리 빈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빌 제임스를 비롯한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있었기에 빈이 통계 자료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스카우팅을 할 수 있는 참모들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빌리 자신의 쓰라렸던 선수 경험이나 다른 팀 단장을 구워삶는 재능 등은 그의 몫으로 돌려줘야 할 것이다.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는데, 우선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빌리 빈의 머니볼은 성공한 것인가를 살펴보자. 책에서조차 오클랜드가 엄청난 시즌 성적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조기 탈락하는 장면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상황을 아주 단순화하면 만약 MLB가 리그 승점으로만 따지는 축구의 방식이었다면 오클랜드는 우승을 했을지 모른다. 그토록 좋았던 시즌 성적에도 불구하고 토너먼트에서 자꾸 고배를 마신 이 경우 성공인가 실패인가? 월드 시리즈 반지를 끼지 못한 점에서는 분명한 실패인데, 하위 수준의 총연봉으로 최고의 승률을 거둔 것은 누가 뭐래도 눈부신 성공이다. 비록 오클랜드 팬은 아니지만 그 정도 성공을 하고, 싸게 육성한 선수를 비싸게 팔아 넘기면 팀을 재건할 법도 한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이상 추가적인 논의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느꼈던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머니볼을 금융 파생상품에 빗댄 것은 얼마 전의 월가발 금융 위기를 생각하면 비인간적이고 위험한 시각이었는지 모른다. 컴퓨터 속의 통계 데이터가 현장을 누비는 스카우터들의 눈보다 낫다고 평가받는 부분에서도 비정함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오클랜드의 선수들은 철저히 상품이고 장기말로 다루어진다. 오클랜드에서 실력있는 젊은 선수는 싼 계약으로 묶여있어야 하는 노예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독조차 허수아비다. 빌리 빈이 다른 팀에서라면 외면당할 선수들을 발굴했고, 또 팀의 재정이 너무 타이트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의 방식을 옹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거부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책에서 두세 번 이름이 언급된 현 보스턴 레드 삭스와 리버풀 FC의 구단주 존 헨리. 그야 야구와는 다른 점이 많은 축구에서 어떻게 세이버메트릭스를 적용할 수 있을까? 국내 리그에 승강제가 있고, 유럽 대회에
서도 매번 상대가 바뀌는 축구에서 통계는 야구에서와 같이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편견일 수 있으니, 누군가는 빌 제임스처럼 통계를 통해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존 헨리가 숫자를 많이 이용한 책을 쓴 리버풀 칼럼니스트 폴 톰킨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해 만난 것을 볼 때 생각보다 빨리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이버메트릭스가 구현될 수도 있겠다.  


머니볼 - 10점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Moneyball (Paperback) - 10점
마이클 루이스 지음/W. W. Norton & Company

* 위키피디아에서 책 속에 나온 등장 인물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은 선수를 긁어모았던 2002년 드래프트의 주역들이 다 스타가 된 건 아니었다. 

* 책을 읽고 도대체 '머니볼'이 무엇이냐가 궁금해졌는데 아래 링크의 글이 도움이 되었다. 결국 통계 활용이 핵심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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