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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르센 벵거" by 톰 올드필드

by wannabe풍류객 201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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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
국내도서>취미/레저
저자 : 톰 올드필드(TOM OLDFIELD) / 고수정,서준형역
출판 : 여우볕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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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도서관의 축구 관련 서적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였다. 예전엔 축구에 대한 책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이런 것까지 나오나 싶을 정도로 축구 관련 서적이 자주 출간된다.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에서 리버풀에 대한 책(오리지날은 말할 것도 없고 번역서조차)이 나올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관계로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EPL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은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게다가 벵거라는 유능한 감독의 개인사의 일면을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각하면 내 자신이 벵거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아스날의 감독이라는 것, 일본 프로팀을 맡은 적이 있다는 것, 그의 아스날은 한 시즌 무패 우승의 신화를 기록했다는 것, 그의 영입 정책은 유망주 영입 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정도? 일본 프로팀 감독이 아스날 감독이 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의 아스날은 어떻게 맨유의 아성을 무너뜨렸는지, 그는 왜 그렇게 선수 영입에 돈을 많이 안 쓰려고 하는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데 사실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을 보며 어느 정도의 해답은 얻을 수 있었다. 

책이 짧다는 건 약점일 수도 있지만 가벼운 독서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200페이지가 넘지만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많지 않다. 

Apr 29, 2009 - Manchester, United Kingdom - Champions League Semi Final 1st Leg : Manchester United 1 V 0 Arsenal..Manchester United manager SIR ALEX FERGUSON and Arsenal manager ARSENE WENGER at the end Photo via Newscom

책은 벵거라는 사람의 개성과 노력 그리고 승부욕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그와 맨유의 퍼거슨이 세운 대결 구도는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였다. 퍼거슨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무패 우승의 신화까지 이룩한 벵거. 그 무적의 팀이 어느듯 아련한 기억 저편의 일이라니. 공교롭게도 지난 밤에 벵거의 아스날과 퍼거슨의 맨유는 또 대결을 벌였고, 박지성의 골이 승부를 갈랐다. 데자부. 영원한 라이벌.

벵거는 교수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데 벵거 이전의 영국 축구를 감안하면 그런 칭호가 아깝지 않다. 사실 여부는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책에 따르면 EPL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벵거는 과학적 훈련 방식을 도입한 최초의 감독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만큼 훈련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 체력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는 대목은 최근의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리버풀의 바벨인데, 현재 주전 경쟁에서 밀린 바벨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베니테스가 리버풀 감독일 때 자신의 추가 훈련을 금지시켰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베니테스가 벵거식의 과학적인 훈련 방식을 도입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무조건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벵거는 지독한 일 중독자라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축구의 전술적 측면을 열심히 고민한 사람이고,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것이라면 식단까지도 일일이 간섭한다. 팀의 재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데 벵거같은 감독은 구단주들의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선수를 싸게 데려와서 몇 배의 이적료를 받고 팔아치우고, 비싼 선수를 마구잡이로 영입하는 경우도 없다. 최근엔 너무 어린 선수들만 영입하는 경향을 보여 다른 팀 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Arsenal's Arsene Wenger chats with Theo Walcott Photo via Newscom

아스날 최장수 감독이자, 가장 많은 우승컵을 획득한 벵거의 전성 시대는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가 등장하며 갑자기 종결되었다. 게임의 법칙을 완전히 새로 쓴 첼시의 영입 정책은 EPL 순위 구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고, 현재는 중동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 이상으로 과감하게 선수단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변화만 없었다면 벵거의 승승장구는 더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벵거의 아스날이 갑자기 망한 것도 아니다. 04-05시즌 FA컵을 끝으로 아직까지 우승이 없지만 어느 대회에서나 우승 경쟁을 할만한 실력이 있음은 계속 증명하고 있다.  


아마 벵거는 이 책에 나온 내용보다 훨씬 복잡다단한 사람일 것이다. 책을 보며 벵거라는 사람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조사를 더 하고 다른 글을 써보려고 한다. EPL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벵거를 통해 리버풀의 전 감독 베니테스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둘을 비교해보고, 벵거의 선수 영입 성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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