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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위해 다시 잉글랜드를 찾은 인터 밀란 감독 라파 베니테스가 "설탕 산의 사제"라는 묘한 말을 하며 호지슨을 비판했다. 기왕에 호지슨이 라파가 남긴 팀에 대한 불만을 몇 차례 말한 바 있고, 얼마 전에는 케니 달글리쉬와 자신의 관계를 언급하며 라파가 케니를 소홀히 대했다는 말을 했는데 라파는 이런 점들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호지슨의 이전 발언을 추적하지는 않았는데, 오늘 가디언의 기사를 보면 호지슨은 자신이 물려받은 리버풀은 엄청난 리빌딩 작업이 필요하고, 스쿼드의 깊이가 필요하고, 찌꺼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라파에 대한 비판이다. 호지슨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 그 스쿼드로 라파가 리그 2위를 했고, 알론소가 떠났어도 리그 7위를 했음을 감안하면 리버풀 부임 이후 아직 리그 1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 호지슨의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호지슨은 폴슨처럼 자신이 원한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버풀의 리빌딩이 필요함은 라파의 마지막 해에 라파 자신을 비롯해 토레스 등 팀의 주요 선수들도 인정했던 바이다. 분명히 스쿼드는 리그 우승을 다투기에 깊이가 부족했다. 또 라파가 리버풀에 있는 동안 쓸 수도 없는 선수들을 많이 영입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호지슨의 말은 다 맞는 것 아닐까?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라파 자신도 자신의 전임인 울리에 감독의 유산에 불만이 많았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라파는 전임 감독의 유산에 알론소, 가르시아를 더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는 묘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계속해서 기존 스쿼드를 갈아엎어서 자신의 팀을 만들어나갔다. 비록 후반기에 미국인 구단주의 비협조로 결국 원하던 스쿼드를 완성하고 떠나지는 못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일단 로이 호지슨은 자신이 물려받은 선수단의 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권리가 있다. 누구보다 라파 자신이 불만을 가졌던 스쿼드 아닌가? 게다가 핵심 중 하나인 마스케라노가 올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거의 깽판을 부리며 팀을 떠나서 팀의 전반적인 전력이 약화되고 분위기도 안좋아졌다. 리버풀이 자랑하던 레이나, 캐러거, 알론소, 마스케라노, 제라드, 토레스로 이어지는 팀의 척추는 심하게 손상되었다. 우리가 '리그 우승을 다투는 리버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라파건 호지슨이건 리버풀의 현 스쿼드는 문제투성이로 보일 수밖에 없다. 몇 년 동안은 리버풀 구단주가 도움은 커녕 원래 있어야할 이적 자금마저 까먹었기 때문에 우승권의 선수단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호지슨의 비판은 무의미하다. 실상 리버풀 시절에 라파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라파 시절 몇몇 선수들 영입에 실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라파가 감독을 하던 시절엔 그 정도의 팀밖에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라파가 만들고, 남기고 간 리버풀은 리그 우승권은 아니지만 구단주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수준 이상을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오히려 비판은 라파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리버풀 스카우팅 팀에 가해져야하는지 모른다. 새로운 구단주 NESV는 유난히 스카우팅을 강조하고 있고, 호지슨도 근래 마찬가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NESV가 거액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곳이 아닌 이상 저비용 고효율의 영입 정책은 불가피히다. 선수 보는 안목이 개선되고, 예전처럼 이적료에 대한 아주 작은 견해차 때문에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진다면 분명 스쿼드는 나아질 것이다.
한편 어제 인터뷰에서 라파는 자신이 남기고 떠난 리버풀 스쿼드에 대해 "300m 파운드의 가치가 있으며, 13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있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300m 파운드는 지난 달 리버풀의 매각액과 일치하는데 라파가 그 액수를 언급한 것인지, 나름대로 개별 선수들의 가치를 더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수단임을, 강등권에서 헤맬 정도는 아님을 항변한 것이겠다. 하지만 "그들은 9명의 선수를 영입했어요"라는 언급은 너무 편의적인 해석이다. 이미 자신이 영입을 결정지은 셸비, 요바노비치나, 윌슨도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또 한 명의 전직 리버풀 감독인 케니 달글리쉬를 둘러싼 라파와 로이의 공방을 언급하고 싶다. 라파 때 달글리쉬가 "멜우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고 호지슨이 말한 것이 논쟁의 핵심이다. 호지슨은 케니와 같은 리버풀 레전드는 영원히 클럽에서 감독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비록 여름에 케니가 호지슨을 무시하며 스스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현재 둘 사이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 주에 로이와 케니는 전력 분석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는데 케니가 차를 운전했다고 한다.
현재 리버풀에서 케니 달글리쉬의 직함은 18세 이하 유소년이 있는 리버풀 아카데미 대사이다. 호지슨은 이 역할 이외에 스카우팅까지 맡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의 훈련장인 멜우드는 유소년팀 선수들과 무관한 곳이고 스카우팅과 관련이 있을 리도 없다. 호지슨이 라파를 비판하지 위해 멜우드를 내세운 건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라파는 자신이 케니를 데려온 당사자이며, 자신이 원했던 케니의 역할이 있었는데 리버풀 전 매니징 디렉터 퍼슬로우가 다른 역할을 부여해버렸다고 반박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현재로서는 없는데 또 하나의 아름답지 않은 광경이 리버풀을 둘러싸고 펼쳐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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